美 '셧다운' 끝날까? 명절 앞 항공편 결항·저소득층 식비 지원 혼란에 민주당 부담 느낀 듯

민주당 일부 이탈로 상원서 예산안 처리 첫 단계 가결…셧다운 며칠 내 끝날 수도

역대 최장 기간 지속 중인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며칠 내 종료될 가능성이 커졌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대규모 항공편 결항과 저소득층 식비 지원 혼란 등 셧다운 악영향이 시민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면서다.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9일 미 상원에서 예산안 처리를 위한 첫 단계인 절차 표결이 실시돼 찬성 60표, 반대 40표로 가결됐다. 지도부를 포함해 다수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진 가운데 일부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이 상원에서 53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에 합류해 찬성표를 던져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최소표가 확보된 것이다.

상원은 이번 주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최종 처리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후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도 가결이 예상돼 9일 기준 40일간 지속된 셧다운이 이르면 수일 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양당 중도파 주도로 합의된 법안엔 민주당의 최우선 요구 사항이었던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민주당은 연말 폐지 예정인 해당 보조금 영구 연장을 주장했고 공화당이 반대하며 셧다운 사태로 치달았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법안에 대한 표결을 다음 달 중순 실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의회의 공화당 우위 상황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합의안엔 내년 1월 말까지의 임시 예산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셧다운을 빌미로 추진한 연방 공무원 해고 철회 및 셧다운 기간 체불 임금 보장, 내년 1월30일까지 연방 공무원 추가 해고 금지 내용 등이 담겼다.

핵심 요구가 달성되지 않았음에도 민주당 일부 의원이 일단 셧다운 종결에 투표한 것은 추수감사절을 앞둔 시점에서 항공편 무더기 결항, 저소득층 식비 지원 혼란 등 시민 불편 증가에 부담을 느낀 탓으로 풀이된다.

법안에 찬성한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은 9일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은 연방 노동자들을 근거 없는 해고로부터 보호하고 셧다운 기간 부당하게 해고된 이들을 복직시키며 연방 노동자들이 체불 임금을 받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표결은 셧다운 여파로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돼 많은 미국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AP> 통신은 9일 미 전역 공항에서 항공편 2700편 이상이 결항되고 1만 편 가량이 지연됐다고 보도했다. 7일 1000편, 8일 1500편 결항에 이어 항공 교통 혼란이 심화된 것이다.

앞서 미 연방항공청(FAA)은 셧다운으로 인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관제사 인력 부족 탓에 7일부터 미 주요 40곳 공항에 항공편 운항 감축을 지시했다. 7일 4% 감축으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감축량이 늘어 14일엔 10%까지 운항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9일 뉴욕 인근 뉴어크 공항 운항편의 4분의 1이 넘는 26.7%가 결항됐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19.4%), 애틀랜타 공항(17.8%)에서도 예정됐던 항공편 거의 5대 중 1대가 결항됐다. 시카고 오헤어(13.2%), 워싱턴 레이건(11%) 공항 등에서도 10대 중 1대 꼴로 결항 사태가 이어졌다. 뉴욕 JFK 공항도 8일 예정 항공편의 11.1%, 9일 7.3%가 운항하지 못했다.

숀 더피 미 교통장관은 미 폭스뉴스에 "급여를 받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며 더 많은 관제사들이 일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며 사태가 지속될 땐 운항편 20%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피 장관은 이런 추세면 여행자가 많은 2주 뒤 추수감사절 연휴에 "대혼란을 겪게 돼 많은 미국인들이 분노할 것"이라며 "관제사들이 급여를 받기 전까진 상황이 악화될 뿐"이라고 말했다.

더피 장관은 셧다운으로 관제사들이 퇴직을 서두르고 있으며 "하루 15~20명이 퇴직 중"이라고 미 CNN 방송에 밝히기도 했다. 미 정부는 셧다운 전에도 관제사 부족에 시달려 정년을 채운 관제사들의 퇴직까지 막으려 애써 왔다.

최근 대상자가 4200만 명에 이르는 저소득층 식비 지원 프로그램을 놓고 극심한 혼란이 빚어진 것도 셧다운 종료 압박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미 농무부는 지난달 셧다운 탓에 11월분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푸드 스탬프) 지원금을 집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우위의 25개 주가 트럼프 행정부 상대 소송을 냈고 연방지방법원은 비상자금을 활용해 지원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농무부 쪽은 일단 비상기금을 통해 지원금 65%만 집행하겠다고 지방법원에 답변했지만 지방법원은 지난 6일 전액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재차 명령했다.

그러나 하루 만인 7일 연방대법원이 정부 쪽 요청을 받아 들여 하급심 판결 효력을 일시 정지하며 혼란이 커졌다. 하급심 결정에 따라 일부 주정부가 이미 수혜자에 11월분 지원금을 내 줬고 사용이 이뤄진 가운데 연방정부가 지급 조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AP>에 따르면 농무부 쪽은 9일 주 SNAP 책임자에 보낸 서한에서 "주정부는 2025년 11월분 SNAP 전액 지급을 위해 취한 모든 조치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민주당 주는 정부 지침에 반발했다. 코네티컷주 민주당 주지사인 네드 라몬트는 농무부 지침을 거부하고 "코네티컷은 36만 명에 대해 기지급된 SNAP 지원금을 철회할 필요가 없다"며 "이들이 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예산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건강보험 위기가 너무 심각하다"며 이를 포함하지 않은 법안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성명을 통해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없이는 민주당이 하원에서 이 합의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다만 합의안 상원 최종 처리 땐 하원에서 소수인 민주당이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공항의 운항 안내 전광판에 여러 항공편의 결항 및 지연 안내가 표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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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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