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부터 尹에 기운 김기현 "1년 전, 위대한 국민은 尹 선택"

새 지도부 연이어 유승민·이준석 때리기도…당정 일체화 기조 속 '사당화 우려'

'연대·포용·탕평'의 당내 정치를 공언했던 김기현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첫 공식 회의에서부터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우는 모습을 보였다. 새 지도부는 오는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당정 일체화' 기조 속, 새 지도부 인사들은 '사법 리스크가 있는 한 이준석 전 대표를 총선 공천할 수 없다'며 유승민·이준석 등 당내 비주류에 대한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의 첫 마디를 "1년 전 오늘 위대한 우리 국민은 윤 대통령을 선택해주셨다. 그 뜻 깊은 오늘 우리 국민의힘 지도부도 새로운 첫발을 내딛었다"는 말로 시작했다. 김 대표는 이어 "우리 국민의힘은 하나가 되고 한마음이 되어 국민 행복을 위해 전진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지도부의 임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내년 총선 압승과 윤석열 정부 성공"이라고 말했다.

민생 문제에 주력하겠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인 노동개혁 문제를 해결하고 이어서 교육개혁, 연금개혁 같은 국가적 과제도 차근차근 잘 해결해야 한다"고 해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 뒷받침을 강조했다.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어제 윤 대통령을 포함해서 여러 당의 지도급에 있는 분들과 통화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통화 내용에 대해 그는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그렇고 덕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 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한 김 대표는 "그동안 당이 정비가 안돼 대통령이 일하는데 여러 가지 곤란한 일이 발생했다"며 "대통령께서 국정 현안에 전념할 수 있게 당의 현안은 걱정 안 하도록 최대한 잘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새 지도부 회동 일정에 대해 "월요일에 하는 걸로 대통령과 말씀 있었다"며 "저녁에 만찬을 할 것 같다"고 해 당정 밀착 강화 계획을 비쳤다. 윤 대통령과 김 대표 간 정례회동 신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새 지도부 인사들도 일제히 '포용'보다는 '대결'에 가까운 태도를 시사하기도 했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윤일색이라는 비평이 많은데 우리 당 구성원들이 윤석열 정부 초기이기 때문에 정부가 잘되고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당이 혼연일체가 돼 국정을 잘 운영할 있도록 돕는 지도부를 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특히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 "우리 당에 대한 애정 없이 오로지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정치활동만 있었다는 평가도 많이 있다"며 "개인적인 정치적인 위상을 높이기 위해 당을 활용하려고 했다는 당원들의 냉정한 평가가 있다는 점을 돌아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와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에 대해서도 김 위원은 "선수로 뛰어든 훌리건들 아니겟나"라며 "이번 전당대회 과정은 이 전 대표와 그를 따르는 몇 명이 보여준 비정상적인 행위를 영구히 푸방해야 된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공세를 폈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래 여당은 대통령 정당"이라며 "비윤이나 반윤으로 불리는 분들이 그걸 부인하고 즐기고 이걸 갖고 내부 총질, 당의 권력 투쟁에 활용해 보기 좋지 않았다"고 공세를 폈다. 특히 이 전 대표와 친이준석계 후보들을 겨냥해 조 위원은 "전당기회 기간 내내 내부총질만 했다"며 "대통령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나오는 엄석대에 비유한 건 양두구육(羊頭狗肉) 시즌 2"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제대로 심판을 받았다"며 "갈라치기, 분열의 정치는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상품인데 그것을 하는 사람이 국민의힘에서 여론 주도 세력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공천에 대해 "사법리스크를 먼저 해결하는 게 순서이고 그 다음에 다음 행보를 고민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사법리스크가 해결돼야 공천을 할 수 있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당헌·당규에 기소 시 당직 제한이 있다"며 "민주당은 이 대표 때문에 당헌·당규를 억지로 고쳤는데 국민의힘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답했다.

김 대표의 후원회장을 지냈었고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도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친이준석계 후보들의 공천 가능성을 묻자 "이 전 대표나 천하람 후보는 너무 나가버렸다. 반윤석열을 너무 외쳐버렸다"며 "저는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신 변호사는 다만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는 "대선 과정에서 단일화의 물꼬를 튼 안 의원에 대해서는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안 의원만큼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인물이 과연 국힘당 내부에 누가 있겠느냐. 그런 면에서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볼 여지가 있다", "3등을 했다고 하면 다시 기회가 주어지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2등을 했지 않느냐. 이런 악조건 하에서 선전을 하신 것"이라고 손을 내밀었다. 

새 지도부의 이같은 기조에 대해 당 내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지난 8개월 동안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경쟁을 말살하여 마침내 국민의힘을 대통령 1인이 독점하는 '윤석열 사당'으로 만들었다"며 "오늘부터 공천 협박이 사실상 시작되고 민주정당의 건전한 경쟁과 비판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국회의원도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수직적인 군대 조직이 만들어졌다. 김재원 최고위원 정도를 제외하면 '오더'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고, 김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김 대표가 당을 통합해서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할 텐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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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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