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지원 힘입은 승자 김기현, '친윤 아바타' 벗어날까

[분석] 국민의힘 전당대회 승자는 김기현, 그러나…"윤석열의 승리"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윤심' 주자 김기현 후보가 약 3%포인트 차이로 과반을 넘겨 1차 투표에서 신임 대표로 당선됐다. 김 대표는 첫 일성으로 "연대·포용·탕평"을 이야기했지만, 그가 자신의 말을 이뤄내기까지 남은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김 신임 대표는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 수락연설에서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한 몸이 되어 민생을 살려내서 내년 총선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내겠다"며 "여기 함께 하고 계신 안철수·황교안·천하람 후보 같은 뛰어난 우리 지도자들을 잘 모시고 연대와 포용과 탕평의 '연·포·탕' 대통합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당직 인선에서도 "연·포·탕이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대표가 '당 통합'에 대한 공언을 지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이번 전당대회를 돌아보면, 김 대표의 당선은 본인의 자력보다는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지원에 힘입은 면이 크다는 것이 당 안팎 다수의 관측이다. 

실제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고비마다 나서 김 대표를 밀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비윤' 유승민 전 의원이 1위라는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19일 '당원 7 대 여론조사 3'이었던 전당대회 투표 방식을 '당원 100%'로 바꿨다.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김 대표의 선거 초반 동력도 '윤핵관 중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였다.

'정통보수'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당심 주자'로 떠올랐을 때도 대통령실은 지난 1월 1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 카드를 꺼내 들어 '윤심'은 김 대표에게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나흘 뒤에는 박수영·배현진 등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주도하고 초선 73명 중 50명의 참여한 나 전 의원 당대표 선거 출마 규탄 성명이 발표됐다.

유 전 의원과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뒤에도 대통령실의 김 대표 지원은 계속됐다. 김 대표의 '윤심' 마케팅'에 맞서 안 후보가 대선 단일화를 토대로 '윤안연대(윤석열-안철수)'를 꺼내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지난 2월 5일 공개 경고한 일이 대표적이다.

전당대회 기간 막판에는 올해 초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 직접 나서 단체 SNS방을 통해 김 대표를 지원해달라고 당원에게 부탁한 통화 녹취록도 보도됐다.

이 과정에서 갈등의 불씨가 많이 뿌려졌다. 김 대표 개인 리스크로는 황 후보가 1차 TV토론회에서 제기한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의혹이 있다. 안 후보도 선거 기간 "부동산은 국민의 역린"이라며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총선은 완패"라고 공세를 폈다. 총선 상대방인 더불어민주당도 '김기현 진상조사단'을 출범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파고들 채비를 차렸다.

대통령실도 리스크를 안게 됐다.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 의혹은 전당대회 이후에도 당 내분 혹은 야당의 공세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벌써부터 엿보인다. 이와 관련, 안 후보는 지난 7일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김진욱 처장이 이끄는 고위공직자수사처에 이미 고발한 바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노골적 지원으로 상처 받은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 '윤핵관 맏형'으로 불렸지만 김 대표에게 밀려 당권 주자가 되지 못한 권성동 의원 등 당내 인사들과의 화학적 결합도 숙제로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퇴장하며 김기현 당대표 후보 등과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를 주인공으로 보기 힘든 선거였던 만큼 갈등의 불씨가 이토록 많이 뿌려진 원인도 '윤핵관'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방식의 정치를 한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보는 것이 공정한 평가일 것이다. 문제는 이번 승리로 윤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 방식에 자신감을 갖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김 대표의 1차 투표 승리에 대해 "결국 윤 대통령이 완전히 당을 장악한다는 이야기"라며 "대통령이 과도하게 권한을 행사해 당이 약화되고 종속적으로 가고 당이 대통령에게 목소리를 못 내는 것은 좋은 현상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선거 결과에 대해 "윤 대통령의 승리"라고 단평하기도 했다. 

당에 오래 몸담은 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처음부터 룰을 바꿔서 민심 1등(유승민)을 제끼고, 코피 철철 나도록 두들겨서 당심 1등(나경원)을 주저앉히고 불공정 시비를 자초하면서 선거를 끌고 왔는데 이 모든 것이 정당화될 경우 초래될 파장이 걱정된다"며 "비정상적인 일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당의 민주적·개혁적 목소리 자체가 형해화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것은 당정관계에서 윤 대통령의 파트너가 된 김 대표지만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장성철 소장은 "김 대표의 정치력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대통령이 주도권을 갖고 총선 공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여하면 국민적 반발이 일 것이다. 결국 총선 공천 문제를 얼마나 매끄럽게 처리하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국회의원도 김병민·김재원·장예찬·조수진·태영호로 구성된 당 선출직 최고위원의 면면에 대해 "수직적인 군대 조직이 만들어졌다. 김재원 최고위원 정도를 제외하면 오더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고, 김 대표가 아니라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김 대표가 당을 통합해서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할 텐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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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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