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1위 후보 사퇴 봤나? 반드시 당대표 되겠다"

김기현, 安에 "간첩·공산주의·사드 입장 밝히라" 공세…安 "단일화 정권교체로 증명" 일축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총공세를 받고 있는 국민의힘 당권주자 안철수 의원이 "1위 후보가 사퇴하는 것 봤나", "반드시 당 대표가 되겠다"며 중도 사퇴론을 일축하고 불퇴전의 각오를 밝혔다. 김기현 의원과 친윤계에서 자신을 겨냥한 이념 검증 공세를 펴고 있는 데 대해서는 "단일화를 통한 정권교체로 제 생각은 증명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친윤계 등 당 주류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안철수 측 부글부글…"대선 단일화 되돌릴 수 있나"

안 의원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 발표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선거 중도 사퇴론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안 의원은 질문을 잘못 알아들은 척 "절대로 김기현 대표님 사퇴하시면 안 된다. 끝까지 함께 대결했으면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안 의원은 김 의원과 친윤계에서 "신영복은 위대한 지식인", "사드 배치는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등 자신의 과거 발언을 문제삼고 있는 데 대해 "민주당의 정체를 확실히 알고 난 다음에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같은 야당으로서 민주당과 열심히 싸웠다. 결국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 제 모든 걸 바쳐서 야당이 이기면서 정권교체 기반이 마련됐고, 제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 교체에 일조했다"며 "그것으로 제 생각이 증명됐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 글에서는 김 의원 측의 이같은 공세를 "저를 공격하는 마타도어, 색깔논쟁"으로 규정하며 "제가 짧은 기간 공동 야당 대표를 했던 건 대한민국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 당시 행보로 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 그 직후 야당의 문제점을 알고 당을 나왔다"고 했다.

안 의원은 또 전날까지 연이틀 대통령실에서 자신을 겨냥한 날선 반응이 나온 데 대해서는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실에서 어제 두 가지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하셔서 저 나름대로 설명도 드렸고, 대통령실의 입장을 존중해서 사실 어제 하루종일 저희들이 만들어 놓은 여러 가지 선거 공보물 을 다 점검해서 제가 약속드린 대로 ('윤안연대', '윤핵관' 표현을) 쓰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자세를 보였다. 

김영우 안철수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섭섭하다"며 대통령실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윤심을 누가 먼저 이야기했나. 우리가 끌어들인 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대통령과 협력관계를 주장하다 연대 얘기까지 했지만, 불편하다면 안 쓰기로 했다.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김 후보는 대통령하고 밥 먹고 차 마시는 거 자랑하셨다. 또 장제원 의원은, 김 의원은 대통령과 일체라는 말까지 했다. 그건 연대라는 말보다도 더한 표현 아닌가?"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안 의원을 겨냥한 색깔론적 공격에 대해 "단일화까지 했고, 인수위원장까지 했고, 지금 1등을 달리는 유력 당 대표 후보에 대해 과거 야당 시절 언행을 정면으로 꼬투리잡는 것은 우리 스스로 집권 여당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발 뉴스가 '윤심은 안철수에게 없다' 또는 '단일화 과정도 잘못됐다'라는 식 아니냐. 그러면 단일화 과정을 되돌릴 수 있나? 그건 아니지 않나?"라고 경고했다. "지금 단일화했던 거 되돌릴 수 있을까? 그거 물릴 것인가?"라고도 했다. 전날 안 의원 측 문병호 전 의원이 "토사구팽"을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날 비전 발표회에서 안 의원은 수도권 경쟁력과 확장성을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안 의원은 "저는 수도권 경쟁력이 확실하게 있다. 3번에 걸쳐서 서울 경기에서 선거를 치렀다. 모든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며 "현재 당 대표 경선 여론조사 결과 청년 지지율, 수도권 지지율에서 제 경쟁자와 비교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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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의원과 함께 양강 후보로 꼽히는 김 의원은 '원활한 당정관계 구축'을 첫 번째 메시지로 내세웠다. 김 의원은 "당정 조화로 국정 에너지를 극대화시키고 정부의 성공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며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24시간 민심을 듣고 당심을 듣는 살아있는 정당을 만들고 민생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최근 안 의원의 과거 발언에 대한 논평을 내고 있는데 정책 경쟁이 아닌 네거티브 경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 김 의원은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네거티브는 개인 신상에 대한 것이다. 정책 검증에는 그 분이 대표가 되면 어떤 정책을 펼칠지 검증하는 것도 포함된다"며 "우리 당이 지향하는 보수의 가치와 부합하는 대표를 가리는 건 매우 중요한 정책 검증 사항"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안 후보가 과연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국민의힘 정신에 부합하는 생각과 소신을 가지고 있느냐는 근본적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며 "안 후보는 2012년 대선 운동 당시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2016년 국가 전복을 꾀한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고 특별 가석방된 신영복의 빈소를 찾아 ‘시대의 위대한 지식인께서 너무 일찍 저의 곁을 떠나셨다’, ‘선생님이 하신 말씀들 후대까지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고 애석해 했다", "'사드 배치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던 과거 발언에 대한 안 후보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했었다.

김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에게 보이는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연일 안 의원을 겨냥한 이념 공세를 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통적 강성보수층 결집으로 지지율 제고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지난 3일과 5일 각각 서울과 강릉으로 나 전 의원을 찾아가 직접 만나는 등 구애를 펼치고 있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년간 함께했던 나 전 의원에 대해 여러 감정이 얽혀서 마음이 좀 불편했다"며 "함께 손잡고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 의원은 지난달 나 전 의원을 겨냥해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라",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 "반윤의 우두머리", "공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라고 맹비난했던 장본인이다. 나 전 의원을 비판한 초선의원 50명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의원 일부도 이날 나 전 의원을 찾아가 만났다. 박성민·이용 의원 등 9명이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을 주저앉힌 것이 결국 이들 친윤계가 김 의원을 당 대표로 밀기 위함이었던 만큼, 자신들이 앞장서 비판하고 때리던 나 전 의원에게 여론조사 판세상 불리해지자 곧바로 손을 내미는 것은 아무리 변화무쌍한 정치판이라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나 전 의원 측은 이날 만남 이후 일부 언론에 나 전 의원이 '내가 어떻게 안철수와 함께하겠나'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즉각 대변인을 통해 "오늘 나 전 의원과 초선의원 9명의 만남에서 안 의원에 대한 발언은 나오지 않았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윤상현 의원도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사람을 타깃으로 '반윤' 딱지 붙이고 사퇴 촉구하고 대통령한테 사과하라고 하는 게 무슨 초선의원들 면모냐. 그런데 그걸 누구를 위해서 그런 거냐?"며 "그걸 막았어야 하는 장본인이 김 의원 아나냐? (그런데) 거기에 올라타고 있다가 지금은 가서 또 도와달라고? 이게 뭔가, 병 주고 약 주고"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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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친윤계 당 주류는 이날도 안 의원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 당 대표 직무대행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전발표회 인사말에서 "증오와 비아냥 섞인 언사, 경멸을 담은 용어, 이런 거 동지들에게 절대 던지지 말아달라"며 "그건 우리 당의 분열과 갈등을 바라는 세력이 만든 용어와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을 말하는데 이것도 옳지 않다. 당정 협의는 왜 하나. 당과 정은 일심동체이자 하나"라며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선거 유불리에 따라 끌어들이지 않도록 후보자들의 뜻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증오와 비아냥 섞인 언사"는 대통령실이 문제삼은 '윤핵관'이라는 표현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은 안 의원이 지난 5일 "대통령실의 선거개입이라는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비대위와 선관위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라는 익명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해 윤심이 있다, 없다 라는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이의제기를 한 것을 상기시킨다. 전당대회 심판인 정 위원장이 사실상 안 의원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낸 셈이다. 

유흥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도 후보들에게 "정책과 활력이 없는 그런 질이 낮은 선거를 절대 지양해주시라"며 "소위 무슨 뭐 '윤심이 어떻니' 또는 '연대니'하는 정책과 전혀 관계 없는 이런 이야기들은 여러분이 앞으로 이 시점을 기해서 자제해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멘토로 불리는 신평 변호사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서 윤 대통령은 결코 안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았나"라고 했다.

신 변호사는 앞서 자신이 '안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은 탈당할 것'이라고 해 논란을 빚은 데 대해 "아주 예외적인 상황을 전제해서 말한 것이고 그런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해명하면서도 "안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확실한 미래 권력으로서 국정운영의 상당부분을 집행하게 되고, 그런 경우에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단히 어렵게 국정운영을 해왔는데 그 동력이 현저히 약화될 것"이라고 같은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신 변호사는 "이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국정운영의 통할자로서 어떤 교착상태가 발생했을 때 이것을 타개할 책임과 의무와 권한이 있는 대통령이 만약 취임 1년도 안 돼서 레임덕 상황에 빠진다면 당연히 대통령으로서는 특단의 조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안 의원이 당 대표가 되실 리는 없다고 보지만, 만약에 당 대표가 된다면 그때부터 안 의원을 중심으로 많은 분들이 모이고 안 의원이 총선을 주도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세력은 대단히 힘이 강성해지는 것이고, 그에 반비례해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장악 능력은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재강조했다.

대통령실의 직접적 입장 표명이나 신 변호사의 '대통령 탈당' 발언과 관련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도를 지나쳤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래 전당대회에 끼면 안 되는 분이 등장했다. 대통령이 등장했다"며 "대통령실에서 '당비 300만 원 냈는데 얘기 좀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이러지 않나. 저도 대표 할 때 당비 200 넘게 냈는데 제 말은 안 듣던데"라고 비꼬았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신 변호사 발언 논란과 관련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저는 국민통합위원장 직에만 충실할 뿐, 정계개편과 관련한 어떤 만남도 가진 적이 없고 어떤 구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이른바 '김한길발(發) 정계개편론' 풍문을 일축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신 변호사는 결국 이날 페이스북에 "저의 잦은 언론 노출이나 의견발표가 제가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김기현 후보에게 큰 폐를 끼치고 있음을 절감한다"는 글을 올려 김 의원 후원회장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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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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