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함 미사일 공습으로 주민 사망 35명, 최소 30명 잔해 갇혀

피해 규모 더 커질 듯…NATO 사무총장, 중화기 추가 지원 시사

지난 1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지역 주거용 건물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35명으로 늘었다. 건물 잔해에 수십 명이 매몰된 상황에서 더 이상 생존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와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와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전차(탱크) 지원을 천명한 데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도 더 많은 중화기 지원을 "기대한다"며 서방이 그간의 기조를 바꿔 더 강한 무기 제공 흐름을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워싱턴포스트>(WP),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발렌틴 레즈니첸코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주지사는 16일(현지시각) 이틀 전 이뤄진 러시아의 드니프로 지역 아파트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가 3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여전히 30~40명의 주민이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이며 12명의 중상자를 포함해 30명 이상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 총 부상자 수는 70명이 넘는다.

550명 이상이 구조 작업에 투입됐지만 추가 구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보리스 필라토프 드니프로 시장이 "현재 구조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공습으로 9층 짜리 아파트 건물 일부가 통째로 주저 앉으며 주민이 매몰돼 구조 작업의 난이도가 높은 데다 추위로 인해 생존자들이 구조를 기다리며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는 탓이다. 공격 24시간 만에 심각한 저체온증 상태로 27살 여성이 구조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폭넓게 믿는 정교회 달력 기준 새해 첫 날이었던 지난 14일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량의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 공격으로 자포리자에서 북쪽으로 80km 가량 떨어진 남동부 드니프로에 위치한 주거 단지가 피해를 입었다. 드니프로는 전쟁 전 기준 인구 1백만 명의 도시로 키이우·하르키우에 이어 오데사와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NYT)는 격전지인 동부에서 키이우 만큼 멀지 않고 러시아군에 의해 한 번도 점령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진 드니프로에 많은 피난민들이 자리를 잡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드니프로 공격에 사용된 미사일을 Kh-22(X-22) 순항미사일로 파악하고 있다. 항공모함 등을 공격하기 위한 대함 미사일을 민간인 주거지 폭격용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의 전쟁범죄를 조사하는 우크라이나 검찰청은 "해당 미사일은 정확도가 매우 낮아 사상자 수를 극대화한다"며 "이런 종류의 무기를 인구 밀집 지역을 향해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전쟁범죄"리고 비난했다. 지난 6월 드니프로에서 북동쪽으로 150km 가량 떨어진 중부 크레멘추크 쇼핑몰 공습에 사용된 미사일도 Kh-22다.

<뉴욕타임스>는 공격 뒤 친러시아 언론 등에서 아파트에 떨어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방공 시스템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 차관은 "우크라이나군엔 이런 종류의 미사일을 격추시킬 무기가 없다"며 부인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말랴르 차관이 이번 공격이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같은 대공 방어 무기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저녁 영상 연설에서 사망자 중엔 15살 소녀도 있었다며 러시아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민간인 사망에 대한 러시아의 "비겁한 침묵"을 비난했다.

한편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은 15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중화기를 지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15일 공개된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중화기 지원에 대한 최근 약속은 매우 중요하며 더 많은 지원이 가까운 미래에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4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챌린저2 전차(탱크)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폴란드도 독일제 레오파드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간 확전을 우려해 전차 지원을 꺼렸던 서방이 더 강한 무기 지원에 나서는 배경엔 러시아가 전쟁 발발 1년을 앞두고 총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우크라이나군의 빠른 영토 수복을 도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제시된다. 다만 16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레오파드2 전차 주포를 제조하는 독일 무기생산업체 라인메탈이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생산 과정의 복잡성을 들어 레오파드2의 실제 인도는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덧붙였다.

15일 <로이터> 통신이 벨라루스와 러시아간 합동 공군 훈련이 16일 시작된다고 보도하며 벨라루스 참전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부각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영토 북쪽과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까지의 거리는 100km 가량에 불과해 우크라이나 쪽은 벨라루스 참전 위험을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 솔레다르 점령에 대한 주장은 계속해서 엇갈리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3일 러시아군이 솔레다르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우크라이나 쪽은 여전히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워싱턴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14일 우크라이나군이 솔레다르 내부에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15일(현지시각) 전날 러시아군 공습으로 무너진 우크라이나 남동부 드니프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매몰된 주민들에 대한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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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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