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조사 후 거세진 이재명 "검찰이 정치하고 있다"

당내 이견도 여전…조응천·박용진 "분리대응해야 총선 승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자신의 이른바 '사법 리스크'와 관련 검찰을 맹비난했다. 이 대표가 사전 준비한 기자회견 모두발언에는 사법 리스크 관련 내용이 없었으나, 질의응답에서 나온 질문 가운데 절반가량이 검찰 및 수사 관련이었다. 지난 10일 이 대표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이 사안이 정국의 중심으로 떠오른 상황이 반영된 셈이다.

이 대표는 1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연 신년회견에서 '사법 리스크' 관련 첫 질문이 나오자 "가급적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검찰 리스크'라고 해달라"며 "검찰의 소환 요구에 당당하게 임했다.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조사에 임했지만, 검찰의 이러한 요구는 매우 부당하고 옳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을 다시 한 번 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측근인 김용·정진상 씨 등이 법원 판단에 의해 구속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사법부 판단은 검찰이 제시한 자료를 가지고 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녹취록이라고 하는 분명한 근거를 놔두고 상치되는 번복된 진술에 의존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재명 "민주화 이후 이런식으로 남용한 사례 없어"

이 대표는 향후 검찰에서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경우 대선 당시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주장한 대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가정적 질문이어서 제가 답을 드리기 적절치 않다"며 "정당한, 적법한 권한 행사는 당연히 수용해야겠지만, 경찰이 경찰복을 입고 강도 행각을 벌인다면 과연 어떻게 판단해야 하겠나.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이런식으로 남용한 사례가 없다. (과거에는) 검찰이 그야말로 권력의 하수인이 돼서 부당한 권력을 도와주면서도 최소한의 기준, 합리성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지금은 검찰 그 자체가 권력이 되면서 균형·합리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사·기소권을 남용하는,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점을 여러분도 (불체포특권 행사와 관련해) 고려하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과 관련, 특검 추진과 자신의 수사 사안이 연관된 것인지 묻자 "두 사안을 연관짓는 것은 부당하다"며 "저에 관한 검찰의 정치적 공격은 없는 걸 지어내서, 아무런 근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로 했던 사건을 억지로 만드는 것이고, 김건희 여사 부분은 증거가 많이 드러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는 "두 가지가 마치 연관이 있는것처럼 하는 것은 공평치 못하다. 관계없는 것을 관계있는 것처럼 하면 제가 좀 억울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처럼 검찰을 비판하면서도 '추가적으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는 "시스템을 아무리 잘 갖춰놔도 운영하는 책임자의 의지에 따라 순식간에 무너진다"며 "결국 사람 문제라는 생각"이라며 다소 소극적인 답을 했다.

그는 다만 민주당이 자신의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의 신상을 공개한 데 대해서는 "공직자들의 공식 업무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대신 행사하는 것"이라며 "대신 행사하는 권한을 실제로 누가 했는지를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옹호했다.

그는 "정책실명제란 것도 하고, 행정공무원들은 이름표 다 붙여서 하고 다 공개하지 않느냐. 판사도 어떻게 판결했는지 이름을 다 공개한다"며 "그런데 검사만 왜 자기들이 한 일을 공개하면 안 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개된 사실들을 공개했다고 조리돌림이란 표현을 써가면서 반발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왜 조리돌림인가? 자기가 한 일을 드러내는 것을 조리돌림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자신이 한 행위가 부당함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비판도 점증…"'네이버 문건' 사실이라면 李도 정황 알았단 얘기" 지적까지

검찰에 대한 이 대표의 반응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당내 비판적 의견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소환조사 이후, 단순히 정무적 차원에서 이 대표와 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차원의 지적을 넘어 사실관계 자체에 대한 우려와 불안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네이버 쪽에서 '우리가 성남FC에 직접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니까 정진상 실장이 '그래서 기부단체 통해서 지원하는 방안으로 가면 된다. 이거 우리 시장님도 다 알고 계신다' 이렇게 네이버 쪽에서 정 실장을 만나고 난 다음에 작성한 문건이 있다는 것 아니냐"면서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당시 이재명 시장도 어느 정도 정황을 알았다는 얘기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 사안에 대한 정무적 대응과 관련해서는 "당과 이 대표 개인 모두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자"며 "지금 '단일대오', '총력 대응' 이런 식으로 계속 대처를 하고 올인한 결과, 당이 뭐를 해도 모든 활동이 '방탄' 프레임에 딱 갇혔다. 그래서 옴짝달싹을 못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수사받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당의 공식 라인, 대변인이나 최고위원, 사무총장 등이 직접 대응하지 말라는 게 제 입장"이라고 재강조했다.

조 의원은 지난 10일 이 대표의 검찰 출석 당시 당 의원들이 동행했던 데 대해서도 "방탄 프레임을 더욱더 강화시키고 공고하게 해주는 것"이라며 "비공개 소환을 한 다음에 '나 갔다 왔다', '아무 문제 아니더라. 문제 없다' 이렇게 하는 게 훨씬 더 당당한 거 아닌가? 포토라인 앞에서 그렇게 서 가지고 세 과시한 게 당당한 건가?"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검사 출신인 조 의원은 나아가 변호사비 대납 사건에 연루돼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태국 현지에서 불법체류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게 지지부진해지면 항소도 가능하고 최소 6개월, 최대 1년 이렇게 걸린다는 것인데, 지금으로부터 6개월에서 1년 후에 김성태 회장이 귀국을 한다고 하면 7월 이후, 올해 하반기 내지 내년 초이다. 그러면 이건 총선 앞두고 어마어마한 악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게 지금 사실은 가장 두렵다"며 "여당에서는 이 상황을 즐긴다는 얘기까지도 있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 대표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저는 이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할 때부터 이런 사법 리스크로 당이 출렁이는 것을 계속 걱정해 왔고 그래서 '이번에는 좀 아니지 않느냐'고 권유도 했다"며 "이 모든 걱정은 어떻게 하면 우리 민주당이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그런 정당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고, 아마 이 대표의 당에 대한 걱정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본다. 이 대표의 거취는 지금으로서는 이 대표 스스로 아마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실 것이고 스스로 판단을 하실 거라고 본다"고 하기도 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같은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겨울밤에 싸락눈이 소리 없이 쌓이듯이 여러 걱정과 우려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대표는 자신을 향한 이 모든 수사가 다 정권의 정치 탄압이고 조작이라고 이야기하고 정치공세다, 정적 죽이기다, 이렇게 말씀을 하고 계신다. 문제는 이재명도 살고 민주당도 살려면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는 분리 대응하고 또 방탄 프레임을 벗어나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총선 승리를 해야 민주당도 살고 이재명도 사는 거 아니냐"며 "아무리 우리가 세게 주장을 하고, 피켓을 100번을 들고, 당 대표 검찰 출석할 때마다 100명씩 의원들이 몰려 같이 나간다 하더라도 (총선을 지면) 백약이 무효다. 국민들이, 민심이 이것을 승인해 주는 최종 과정은 내년 총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 모두가 다 선당후사를 해야 되고 이것은 모든 당원들이 지켜야 될 절대선"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개인의 사법 리스크의 불길이 당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바로 당헌 80조"라며 "송영길 전 대표가 부동산 관련 여러 의혹이 있는 의원들이 피눈물나게 호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진 탈당을 권유하셨던 적이 있다. 몇 분은 실제로 그걸 받아들였고 몇 분은 반발을 했는데, 민심 때문에 그랬고 대선 승리를 위해서 그랬던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건영 "수사를 어떻게 대할 것이냐에는 다소 차이"

친문계에서는 이보다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반응이지만 기존의 '단일대오'에서는 다소 변화된 기색도 감지된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지도 않고 순수하지도 않는 것 같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이견이 없고, 다만 생각 차이가 있는 부분은 이런 검찰의 수사를 어떻게 대할 것이냐에 관해서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송갑석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죄가 된다면 그것이 단일대오든 단일대오가 아니든 간에 저희 당으로서는 상당히 좀 힘든 상황일 것"이라며 "계속적으로 대표에 대한 이런 사법적인 압박, 또 조사, 재판이 계속 진행된다고 했을 경우 관련된 건이 한두 건이 아니니까 자칫 잘못하면 일주일에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이 상당 기간 연출되는, 그렇게 윤석열 정부에서 상황을 몰고 갈 때 과연 저희 당이 이것을 슬기롭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런 점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여러 가지 고민이 있고 또 의원들 간에 또 여러 가지 생각들이 현재 있다"고 했다.

송 의원은 그러면서 "그러니까 애초에 작년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출마할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라며 "출마를 반대하거나 또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하는 분들이 했던 주 논거가 결국 그러한 사법 리스크가 당과 직결되는 점들을 그때부터 우려했기 때문에 당연히 지금도 거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결국은 이것이 앞으로 진행되면서 대표 본인도 그렇고, 지도부도 마찬가지고, 저희 의원들도 그런 문제에 대한 어떤 논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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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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