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경쟁 조기 가열…안철수 "머리 깨져도 총선승리"

친윤, '이재명 때리기'로 존재감…나경원 "당정 혼연일체에 힘 보태겠다"

국민의힘이 3.8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지은 가운데, 당권주자들이 사실상 일제히 선거전에 돌입했다. 전당대회를 70여 일 남겨두고 당권 경쟁이 조기 가열되는 모양새다. 현재 국민의힘 당내 구도를 살펴보면, 당 주류인 친윤계 주자들이 이른바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의 뜻)' 쟁탈전을 벌이고 있고, 범친윤계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의 단일화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경력 등을 앞세우며 적극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한편 나경원 전 의원도 당권을 겨냥한 메시지를 연달아 내고 있다. 비윤계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연일 윤 대통령과 친윤계에 날을 세우며 명확히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역당협 훑는 안철수 "머리 깨져도…"

안철수 의원은 지난주까지 부산·울산·경남 지역과 대구·경북을 잇달아 방문하는 일정을 소화한 데 이어 26일에는 충청권을 찾는 등 현장에서 당원들을 직접 만나고 있다. 특히 안 의원은 이날 SNS에 이마에 상처가 난 사진을 올리며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총선승리의 약속 꼭 지켜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안 의원 측에 따르면, 그는 지난 23일 경북 안동 당협 방문 과정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는 "당원 한 분이라도 더 열심히 만나뵈러 다니는 중 부딪혀서 상처가 났다. 그러니 영광의 상처"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안 의원은 또 별도 글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안철수의 결단이 옳았다면 손을 잡아 달라"며 "제가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를 한 것이 옳은 결단이었음을 증명해 달라.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한 것이 옳은 결단이었음을 증명해 달라"고 자신이 단일화를 통해 당의 지난 선거 승리에 기여한 공적을 들어 당심에 호소했다.

안 의원은 "저는 윤석열 정부의 연대보증인"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간절히 원하고, 수도권·중도ː2030 세대의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사람, 공정하게 공천 관리를 할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우리가 압승할 수 있다. 안철수가 적임자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앞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총선 승리 전략, 당의 개혁 방안에 대한 비전 없이 그냥 연대에 집중하는 모습이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설에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당권 레이스 신경전…안철수 "김장연대 바람직하지 않아")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6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당을 방문해 발언하던 중 이마에 난 상처에 손을 대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계 '김장연대'로 옥신각신…일제히 '이재명 때리기'

친윤계 및 범친윤계 주자들 모두가 이른바 윤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윤상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이런저런 연대론이 나오는데 그건 자신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며 안 의원과 마찬가지로 '김장연대' 견제에 나섰다.

정작 김기현 의원은 같은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장연대에 대한 당내 견제가 심하지 않느냐'라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견제받는 것 없다. 오히려 잘 하고 있다고 많이 칭찬해준다"고 태연하게 대꾸했다. 

'김장연대'의 다른 당사자인 장 의원은 이날 자신의 싱크탱크 조직인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서 "내년 전당대회에서 선출할 당 대표의 가장 대표적 자질은 연대해 통합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인데 누가 80만 당원을 연대와 통합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라며 "김 의원은 덕장이자 용장의 자질을 갖춘 지도자"라고 김 의원과의 연대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고 <연합뉴스>가 이날 부산발로 보도했다.

김 의원은 당권주자 선호도나 인지도 면에서 다른 주자들에 비해 밀린다는 지적에는 "지금 판세는 별 의미가 없다"며 "지금 하는 여론조사는 그야말로 인지도 조사 수준"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윤 의원과 김 의원, 권성동 의원 등 친윤계 주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때리기로 각자 존재감을 드러냈다. 윤 의원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표 검찰 소환 통보를 두고 '검찰에 당당히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당 대표라면 본인이 직접 영입한 같은 당 청년 정치인의 기대를 외면해선 안 된다. 검찰에 당당히 나가 달라. 같은 당의 젊은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했다.

김 의원도 "이 대표가 검찰이 출석을 요구한 날 광주를 방문하고 새해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면서 "검찰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것으로서, 헌법 위에 존재하는 거대 야당 대표의 사회적 특수계급 창설을 보는 듯하다"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호남과 친문에 구애한다고 버텨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검찰 조사엔 응하지 않으면서 야당 탄압이니, 망나니 칼춤이니 해봐야 공감하는 국민은 1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민주당이 이 대표를 수사하는 검사 명단을 SNS에 공유한 일을 겨냥해 "지금 민주당이 쓰고 있는 것은 광기의 역사일 뿐"이라며 "공당이 킹크랩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다. 킹크랩의 주인이 드루킹에서 이재명 대표로 바뀐 것뿐"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민주당이 전면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면서 "광신적 지지, 반지성적 공격성 등은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의 행태와 같다"고 주장했다.

몸 푸는 나경원…"요즘 '당대표 되세요'란 말씀 많이 들어"

친윤계 주자 후보군인 나경원 전 의원도 연일 당권 관련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 전 의원은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특사를 맡고 있어 당권 도전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였다.

나 전 의원은 그러나 지난 24일 성탄절을 앞두고 주변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윤석열 정부는 마냥 늦출 수 없는 노동·교육·연금 개혁과제를 이뤄낼 각오로 이제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팔을 걷어붙였다. 당과 정부의 혼연일체, 국민의 절대적 지지만이 개혁을 완성시킬 수 있다"면서 "저 나경원, 어느 자리에서나 그 여정에 힘을 보태겠다"고 해 전대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나 전 의원은 이어 이튿날인 25일에는 "요즈음 제일 많이 듣는 말씀은 '당 대표 되세요'이다. 국민들께서, 그리고 당원들께서 원하시는 국민의힘 대표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라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나 전 의원도 지방을 돌고 있다. 지난 6일 안동 방문에 이어 15일에는 경남도의회를 방문해 박완수 경남지사와 저출산고령위 업무협약을 맺고 기자 간담회를 했고, 22일에는 충북도청에서 유사한 취지의 행사를 했다. 24일에는 경북 경주시 당협 당원교육에 참석했고, 그 이튿날에는 전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성당의 성탄미사에 참석했다. 다만 이같은 활동은 대개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 자격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당권주자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한 것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5일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경남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당대회가 尹 향한 재롱잔치냐…소인배 정치 안돼"

주요 주자 중 유일하게 '비윤'으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도 당내 친윤계와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유 전 의원은 이날 SBS TV 인터뷰에서 "전당대회가 윤 대통령에게 잘 보이는 재롱잔치 비슷하게 돼가고 있다"고 직격하며 "2016년 총선에서 우리가 참패했는데 그때 데자뷔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그때(2016년 총선 당시) '진박 감별사'다, '공천 파동'이다 난리가 나서 180석 얻는다는 정당이 120석 얻어서 민주당에 1번 내주고 7년째 2번 달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권이 지금 국회에서 예산안, 법안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지 않나. 다음 총선 또 지면 5년 내내 식물 정부다. 그럼 무슨 개혁을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심'만 찾아가는 이런 전당대회가 과연 총선 승리로 이어질 수 있을까 걱정이 많다"며 "국민의힘이 모든 세상 중심에 윤 대통령이 있는 것 같이 '윤심이다, 비윤이다, 친윤이다' 하는데, 우리가 '친이다, 친박이다' 하다가 당이 망해 봤다"고 꼬집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도 '소인배 정치 말고 대인배 정치 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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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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