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이태원 국정조사 野3당만 '개문발차'…野 "용산의 힘인가"

민주당, 與 향해 "종속당, 용산의힘", "더 할 얘기 없다"…여야, 안보 현안도 시각차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세 번이나 넘겼지만 예산안 협상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여야가 법인세 최고세율과 시행령 예산을 두고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동안 협상에도 예산안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김 의장이 임의로 정한 시한인 19일 당일에도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국회의장실에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만 홀로 자리했다. 

김 의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여야 회동을 주재하려 했으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새로운 제안이 오기 전까진 만날 수 없다'며 만남조차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의장이 임의로 정한 1차 시한이었던 15일 김 의장이 제시한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이미 양보할 만큼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과 짧은 대화를 마치고 의장실을 나온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서로 적극적으로 양쪽 다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으로 오늘 중 합의 처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김 의장의 발언을 전했다. 이어 "양쪽 다 받아들일 방법이 무엇일지 찾아보고 접촉하겠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앞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꾸준한 협상을 통해 대부분의 쟁점이 거의 정리됐다", "법인세 문제도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결과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볼 수 있는 단계까지 됐다"며 협상에 진척이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러나 이날 기자들과 만나 "뭐가 타결됐느냐"면서 "1%포인트(인하 중재안)를 받는 것은 나머지를 다 일괄 타결로 한다는 전제 하에 받은 것인데 1%포인트를 기정사실화해놓고 나머지를 다 못 받겠다고 하니 약속 위반"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여당이 수용하기 전에는 저로선 따로 더 이상 협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주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더 할 얘기가 없는데 왜 만나느냐"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설득을 못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저한테 직접 그럼 대통령하고 협상하라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식물 여당'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의 하명만 기다리는 무기력한 식물 여당이냐"면서 "정부 여당이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면서 초부자감세만 신주단지처럼 끌어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도 "대한민국 국회에 집권 여당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집권당이 아니라 종속당, 국민의힘이 아니라 '용산의힘'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여야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놓고도 갈등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배제하고서라도 국정조사특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가족, 국민, 민주당을 포함한 야 3당 모두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야 3당은 오늘 전체회의를 열어 일정과 증인 채택을 처리하고 국정조사 활동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조사, 기관보고, 청문회 등의 일정을 소화하려면 갈 길이 멀다"며 "흘려보낸 시간을 보충하고 두 배, 세 배로 역할을 해야 그나마 제대로 된 특위 활동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그러나 비대위에서 "여야 원내대표 합의로 예산이 통과된 이후에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예산이 통과되지도 않은 채로 오늘부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정조사 일정을 하겠다고 한다"라며 "명백한 여야 합의 위반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민주당이 국조특위를 운영한다면 그 이후에는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이야기는 절대 할 수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날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은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국정조사 전체회의를 열고 향후 현장조사 2회, 기관보고 2회, 청문회 3회를 실시하기로 하고, 증인출석 및 전문가 위촉의 건 등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실무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양당 원내대표-경제부총리 회동을 마치고 각각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 "단호하게 北 도발 응징해야" 野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선언, 대일 굴종 외교 결과"

한편 여야는 각기 대북, 대일 문제를 지적하며 안보 공세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북한 미사일 문제를, 민주당은 일본의 전수방위 지침 폐기를 중요한 안보 위협으로 지적하며 시각차를 보였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북한이 전날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한 데 대해 "주권 국가로서 단호하게 군사 도발을 응징하겠다는 국가적 결단만이 우리 안보를 지킬 수 있다"고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밝혔다.

정 비대위원장은 "북한의 도발 목적은 분명하다"며 "핵탄두와 중장거리 미사일로 한미동맹을 깨트리고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겠다는 전술·전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올해만 탄도미사일 발사에 7000억 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돈이면 북한 주민들이 두 달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살 수 있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돌발이 연말연시에 계속되겠지만 윤석열 정부는 확고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일본이 자위대의 '반격 능력' 보유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관계 개선을 핑계로 대일 저자세 굴종 외교에 매달렸다"며 "하지만 돌아온 것은 우리 영토 주권을 부정하고 상의도 없이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으름장뿐"이라고 최고위 회의에서 밝혔다.

이 대표는 "(일본) 평화 헌법 근간인 '전수방위 원칙'이 사실상 허물어졌다. 특히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과 함께 북한 공격 시 우리 동의가 필요 없다는 발언까지 했다"며 "대한민국 영토 주권을 부정하고 한반도 평화를 뒤흔드는 심각한 망언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의 군사적 팽창과 관련해 안보 전략 재점검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일본 안보 전략에 대해 강력한 항의와 더불어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며 "아울러 일본과 맹목적인 군사 협력 강화를 중단하고 우리 국익을 중심으로 안보 정책을 재점검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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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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