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열성지지자 원하는 대로 하면 고립…우리끼리 싸우면 상대 즐거워한다"

사법리스크로 위기 맞은 李 "법왜곡죄 도입 필요…'고생 좀 해봐라' 식 기소하면 처벌해야"

지역 민생 행보를 재개한 이재명 대표가 당원‧시민과 만나 "마음에 안 든다고 탈당하거나 활동을 접어버리거나 서로 공격하고 싸우면 우리가 진짜 싸워야 할 상대가 즐거워한다"며 단결을 강조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전당대회 이후 수그러들었던 계파 간 반목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자 내부 결속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국민속으로 경청 투어' 첫날인 13일 저녁 대전에서 열린 '찾아가는 국민보고회 대전·세종편'에서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큰들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와의 차이만큼 크겠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양 고전 <손자병법>을 인용해 "우리가 싸우면서 이기는 방법은 상대가 원하지 않는 곳에서 싸운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싸운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시기에 싸운다. 정말 맞는 말"이라면서 "작은 차이 때문에 내부에서 다투지 말자. 정말 이기려면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을 놓고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 간 갈등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한 당원의 질문이 나오자 이 대표는 "사실 이런 게 있자는 않다"며 "그건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부인했다.

이 대표는 '단결'과 동시에 '균형'을 강조했다. 그는 "소위 열성 지지자들이 원하는 바대로 하면 사실 고립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주먹이 세다고 이기는 게 아니고 동의를 많이 받아야 이기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는 "주장이 강하고, 흔들림이 없고, 행동이 단호하면 열성 지지층은 시원하지만 다른 쪽은 다르게 생각한다"면서 "현실과 이상이라는 (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걸 두고 입장차가 많이 갈린다. 그래서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끊임없이 대화하고 동의 받고 방향을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데 이게 참 어려운 것 같다"면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워낙 협조적이고 이기심보다 공익적 마인드로 무장된 분들이라 색깔 다른 당과 좀 다르지 않나. 우리가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공감이 얼마든 가능하고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천안중앙시장을 찾아 상인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한편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을 이용해 죄가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너 고생 좀 해봐라'는 식으로 기소한다든지, 증거를 감추고 조작해 기소한다든지 이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처벌해야 한다, 단순한 직무유기가 아니라 이런 경우에는 공소시효를 없애고 끝까지 처벌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법왜곡제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로 자신과 최측근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나온 언급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법 왜곡죄는 검사, 판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법을 왜곡되게 적용했을 때 형사처벌하는 취지의 법안으로, 민주당이 지난 달 정한 우선 추진 법안 50개 가운데 포함된 법안이다. 이 대표는  다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이 만만치 않다"며 "국민의힘도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앞서 천안 중앙시장 연설에서 말한 '민주주의 질식' 우려와 관련, 대전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목숨 바치고 피흘려 만든 민주주의가 몇 달 사이 유신 이전으로 후퇴한 것 같다. 군사정권 그 이상으로 불안해지고 있다"고 발언의 강도를 더 끌어올렸다.  

그는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다 우리 선택의 결과"라며 "준비를 제대로 못 한, 저 같은 사람들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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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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