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아귀다툼 끝 양해각서 사실상 붕괴…호르무즈 대혼돈

이란, 호르무즈 합의 본질 '안전 항행' 무시하고 자국 통제권만 강조해 상선 발포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둔 미국과 이란의 아귀다툼 끝에 종전 양해각서(MOU) 체제가 사실상 붕괴하고 해협 안전이 혼돈에 빠졌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미 동부시간(EDT) 기준 13일 오후 4시45분~10시15분(이란 테헤란 시간 14일 오전 0시15분~6시45분) 호르무즈 해협 및 페르시아만 인근 이란 부셰르, 차바하르, 자스, 코나라크, 아부무사, 반다스아바스를 포함한 이란 전역 군사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3일 연속 수행했다고 밝혔다. 사령부는 이번 공격에서 이란 해안 방어 체계, 미사일 및 무인기(드론) 기지, 해상 전력을 겨냥해 정밀 무기를 사용했고 공격 목적은 "이란의 상선 공격 능력을 약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군 5만 명이 현재 중동 전역에 배치돼 있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치명적 공격력을 유지하며 준비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미군 공격에 대응해 걸프국을 겨냥한 보복을 이어가는 한편 이번 공방의 발단이 된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14일 아랍에미리트(UAE) 국방부는 호르무즈 해협 남부 오만 영해를 통과하던 자국 유조선 '몸바사호'와 '알바히야호'가 이란 순항미사일 공격을 받아 몸바사호에 탑승 중이던 인도인 선원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4명의 중상자를 포함해 부상자도 8명 발생했다. 국방부는 부상자 중 6명은 인도인, 2명은 우크라이나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해 두 주요선 모두 물적 피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이 공격이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를 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13일 밤 성명을 통해 미군의 기만에 현혹돼 호르무즈 해협 기뢰 매설 구간을 통과하려던 유조선 두 척을 공격해 항해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란, 합의 본질 '안전 통항' 무시하고 상선 발포…미 해상봉쇄 재개로 MOU 붕괴 심화

지난달 25일 싱가포르 선적 '에버러블리호' 피격을 시작으로 미·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놓고 강대강 대결로 치달은 끝에 양해각서 체제가 사실상 붕괴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이란은 모호하게 작성된 양해각서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이란은 안전 통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조치한다"는 문구를 '이란만이' 조치가 가능하다고 해석해 국제해사기구(IMO) 선원 대피 시도 등 다른 주체들의 행위를 배척하고 이에 대한 경고로 상선 공격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양해각서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합의의 본질인 "안전 통항" 보장을 크게 위반하는 행위다.

일련의 사건 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반토막 났다. 해양정보업체 케이플러는 지난 10~12일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이 일주일 전에 비해 52%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가는 하루 만에 거의 10% 급등했다. 13일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9월 인도분 선물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날보다 배럴당 7.29달러(9.59%) 오른 배럴당 8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4일에도 상승을 계속해 영국일광절약시간(BST) 오전 8시33분 기준 전날보다 배럴당 2.82달러(3.39%) 오른 배럴당 86.12달러에 거래 중이다. 장중 한때 배럴당 86.29달러까지 올랐다.

미국은 중부사령부를 통한 군사적 압박에 더해 이란을 합의로 이끈 주요 경제적 요인인 원유 수출 제재 임시 면제를 철회한 데 더해 이란 해상봉쇄까지 복구하며 양해각서의 핵심 부분을 파기했다. 13일 미 중부사령부는 미 동부시간 기준 14일 오후 4시(테헤란 시간 14일 오후 11시30분)부터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양해각서 체재 파탄을 알린 셈이다.

트럼프 '내로남불' 통행료 구상에…이란 "전적으로 옳다" 비꽈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상선에 일종의 보호비를 징수하겠다고 밝혀 상황을 혼돈으로 몰아 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은 열려 있고 계속 개방돼 있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불릴 미국은 공정성 차원에서,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이 곳에 안전과 안보를 제공하는 작업에 필요한 모든 비용에 대해 모든 선적 화물 20%에 해당하는 비율로 보상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절차는 "즉시'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도 이란의 보복 공격 포화를 맞고 있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중동국들을 언급하며 "우리는 세계의 매우 풍요로운 지역을 보호하고 있다"며 "우린 돈을 쓰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 일에 대해, 보호에 대한 비용을 돌려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징수하고자 하는 사실상의 통행료, 해협 통과 '서비스 제공 수수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이 발상에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고 자유 항행이 보장돼야 한다던 미국 쪽 정당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로버트 케이건은 "트럼프가 우리가 주장할 수 있었던 모든 정당성을 훼손했다"고 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지난달 23일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수로"고 "어떤 국가도 국제 수로에서 통행료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던 발언과도 배치된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옳다"며 비꽜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1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 대통령이 전적으로 옳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들의 안전한 통항을 제공하는 누구든지 해당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언제나 이 해협의 수호자였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라며 "20%는 너무 많다. 우린 좀 더 공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통행료' 원유 가치 기준 부과 땐 운송비 2배…소비자에 가격 전가될 듯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히 무엇에 대해 어떻게 보호비를 징수하려는지는 현재까지 불분명하다. <뉴욕타임스>는 선적 화물 가치를 기준으로 통행료가 부과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운송 비용이 2배 이상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ING 리서치 선임경제학자 리코 루먼은 유조선 회사들이 페르시아만에서 유럽으로 원유를 운송할 때 배럴당 10달러를 청구하는데, 현재 원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임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20%" 수수료가 이에 16달러를 더하게 돼, 운송 비용이 배럴당 26달러로 급증한다고 지적했다. 이 계산대로면 200만배럴 규모 대형 유조선의 경우 트럼프 수수료로 인해 3000만달러(약 448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원유 수입업체들은 이 비용을 소비자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 휘발유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이 휴전 이전 유조선 한 대당 요구한 통행료는 200만달러(30억) 가량으로 알려진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전쟁 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 가스 등 에너지 가치는 하루 12억달러(1조8000억원) 가량으로 미국이 통행료 20%를 부과한다면 하루에 약 2억5000만달러(3700억원)를 챙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군사 압박 심화하면서도 전면전은 꺼리는 듯…함포외교 복귀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양해각서를 폄훼하면서도 협상 가능성을 닫지 않고 전면전 재개를 꺼리는 모습을 보여, 당분간 양해각서 체제 전 최대 압박을 통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했던 함포외교 양상이 되돌아올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라디오 진행자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양해각서 체제가 "별 의미 없다"며 이는 이란에 대한 "일종의 시험"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부사령부 공습 발표 전 휴잇에 "오늘밤 그들을 매우 강하게 타격하고 내일도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란 나탄즈 핵시설 인근 요새 픽액스산을 폭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의회에 이란 공습 재개를 인정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신문은 자사가 입수한 해당 서한에 "내 지시에 따라, 미군은 2026년 7월7일부터 이란 미사일 발사 기지, 방공 시설, 해군 자산, 군사 지원 시설, 기반 시설, 지휘통제 능력을 포함한 목표물에 대해 방어적 공습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13일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협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현재 공방은 "소규모 충돌"에 가깝다며 전면전 재개 및 장기전에도 거리를 두는 태도를 취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도 이번 공습이 "제한적"이고 "신중한" 것임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휘발유값 상승을 불러 온 인기 없는 이란 전쟁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에 부담이 돼 왔다. 미·이란 공방이 재발한 지난 10~12일 미국 성인 1019명을 대상으로 수행돼 13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 79%가 전쟁이 장기화 될 거라고 예상했다. 몇 주 내 종전을 예상한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응답자 60%가 전쟁 탓에 향후 1년간 휘발유값이 상승할 걸로 전망했고 응답자 절반은 전쟁이 비용 대비 가치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해안 호르파칸 인근에서 배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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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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