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권의 속내?…권성동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된다"

42일만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출범했으나 국정조사는 난항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협의회를 구성하며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요구했으나 국회 국정조사는 여당 위원 전원 사퇴라는 난항을 겪고 있다. 오히려 유가족에게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지 말라" 등 '갈라치기' 발언이 여당 의원으로부터 나왔다. 유가족이 '책임자'로 꼽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되었지만 대통령실은 '무반응'으로 대응해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고 있다.

참사 42일만에 출범한 유가족 협의회..."정부는 유가족과 소통할 계획도 없었다"

지난 10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출범했다. 10월29일 참사 이후 42일 만이다.

협의회는 지난달 22일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한 이후 참사 유족들을 모으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왔다. 협의회 준비모임을 만들고, 유족들의 연락을 기다렸다. 희생자 158명 중 97명의 유가족 170명이 모였다.

유족들이 모이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은 없었다. 협의회 대표를 맡은 희생자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씨는 10일 협의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40여 일 동안 희생자 유족분 연락처 확보하려고 여기저기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라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이태원 참사 중앙대책본부가 해체된 후를 언급하며 "통합지원센터 유가족 지원단에 연락하니까 유가족과 소통한 적 없고, 소통할 계획도 없고, 위에서 지시 내려온 것도 없다고 말했다"라며 정부의 소통의사 부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예회복과 온전한 추모와 이를 위한 철저한 진실 및 책임 규명'을 협의회 목표로 삼았다. 참사 진상 및 책임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협의회는 창립 선언문에서 "정부는 당시 많은 인파가 예상되었음에도 어떠한 사전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구조요청을 하는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였으며, 참사 이후 수습도 제대로 하지 못해 많은 인명피해를 야기시킨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라고 명시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10일 중구 달개비에서 창립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와 같은 길 가지 말라" 유가족 모이자 '갈라치기' 발언

정부의 도움 없이 유가족들이 "서로 대화하고 울고 껴안기 위해" 만들어진 협의회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 의원은 되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꺼내며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본인의 SNS에 "지금처럼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라며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라고도 덧붙였다.

이태원 유족들은 이러한 발언에 즉각 비판했다. 유가족 협의회 이정민 부대표는 "세월호 가는 길이 어떤 길인데 가지 말라는 거냐"라고 되물었다. 이 부대표는 "세월호 유가족도 자식을 잃고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고, 저희도 마찬가지다"라며 "왜 갈라치기를 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것인가"라고 여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상민 해임건의안 통과에 국정조사 위원 사퇴로 응답한 여당

유가족들이 '책임자'로 꼽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여당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 상정에 반발해 퇴장했다. 이 장관은 유가족들이 꼽는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자 중 한 명이다. 협의회 창립 기자회견 중간중간에도 "이상민을 파면하라"라는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통과되자 여당은 국정조사 위원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처리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합의 자체가 파기됐다고 판단한다"라며 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여당 지도부는 국정조사 자체를 거부한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위원 전원 사퇴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당 소속 7명 국조 위원들은 유가족 면담 요청으로 이루어진 간담회에도 전원 불참했었다. 지난달 23일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 기간은 45일로(본회의 의결로 연장 가능), 현재까지 19일이 지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2번째로 통과된 해임건의안이지만 대통령실은 "입장이 없다"라는 ‘입장’만 밝힌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앞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던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시민단체와 유족들은 이 같은 정부·여당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유가족협의회를 지원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1일 성명을 통해 "여당위원 7인이 사퇴를 결정한 것은 국정조사를 직접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라며 "사퇴 결정은 10. 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무릎을 꿇고 울부짖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요구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냐"...유가족협의회 수사 촉구, 진상규명 요구

유가족협의회는 성역없는 엄격한 책임 규명, 피해자 참여 보장하는 진상 규명, 참사 피해자 소통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 2차 가해 방지 입장 표명 및 구체적 대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앞서 유가족은 민변과 함께 특수본에 이상민 장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 소위 '윗선'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수사촉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진정어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유가족이 다 죽어야, 이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 당신이 발 뻗고 잘 수 있는거냐"하면서 "윤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12일 대전 지역 이태원참사 대책기구 발족 기자회견 참여를 시작으로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참사 이후 49일째인 16일에는 165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함께 참사 현장 인근에서 시민추모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족들은 "용산,이태원에 정부는 없었다"라며 "길을 가다 예기치 못한 위험을 맞닥뜨리고 허무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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