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수사 사각지대"…이태원 참사 유족 서울시 수사 촉구

민변·참여연대, 8일 특수본에 오세훈 시장 등 서울시 관계자 수사촉구 기자회견

"서울시는 왜 무시했나요. 저희 핸드폰에 눈이나 비가 오면 미끄러움 조심하라고 안전문자 보내시죠. 그거는 보내면서 시민이 (이태원이 위험하다고) 제보를 했는데 안전문자 하나 안 보냈나요. 세월호 참사 이후에 안전시스템 마련했다고 하면서 그건 왜 만든건가요. 매뉴얼대로 했으면 참사 안 일어났습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 이남훈 씨의 어머니가 8일 서울시청 앞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고 이남훈 씨의 애인이 오후 9시경 이태원역 인근에서 찍은 사진을 뽑아와 들어 보이며 "이 시간에도 많은 인파가 모였었다"라며 "오후 6시경 시민이 신고했는데 (서울시가) 안전문자 하나 안 보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말을 마친 후 '진짜 책임자 수사하라'라는 피켓 뒤로 우는 얼굴을 감추는 듯 고개를 파묻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8일 서울시청 앞에서 오세훈 시장 등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서울시 관계자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민변 10.29 참사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서울시가 재난안전관리법 및 조례에 따라 다중인파가 몰리는 경우에 안전대책을 수립해야하고 재난상황실 운영해서 참사를 대응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이 참사 원인"이지만 "특수본은 현장 인력 위주로만 수사해 법령상 의무를 다하지 못한 서울시장 및 관련자에 대한 수사는 부실하다"라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참사 관련자 20여 명을 피의자로 입건했으나 서울시 소속 공무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5일 서울시 안전총괄실 안전총괄과장만 참고인 조사를 받은 상황이다.

▲8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대비 못한 서울시에 대한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김남근 정책자문위원장은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대규모 인파가 밀집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비한 대책을 안 세운 사람들"이라며 "결국 서울시가 사전 대책을 왜 안 세웠는지가 주요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라고 서울시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하철 무정차 통과 지시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서울시를 대상으로 조사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헬러윈 데이 이전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녹사평역을 무정차 통과한다는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이유를 수사해야 한다"라며 "현장 책임자보다는 대책 수립에 기본적인 책임이 있는 지휘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이태원역장,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소장이 피의자로 입건된 상황이다.

재난안전법과 서울시 조례에 명시된 사전예방 조치를 서울시가 취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강조됐다. 김 위원장은 "2017년부터 서울시는 헬러윈 축제 때마다 대규모 인파 밀집을 우려해 기동대를 배치하고 재난상황실 운영 대비책을 수립"해왔고 "10월 27일에는 (다중인파를 우려해) 안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보고도 올라갔는데 왜 (시가) 기본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는지 수사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에 민변과 참여연대는 오세훈 서울시장, 참사 당일 직무대리를 맡았던 김의승 행정1부시장, 안전총괄실 담당 한제현 행정2부시장, 최진석 안전총괄실장,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에 대한 수사촉구서를 특수본에 제출할 계획이다.

단체들은 구체적으로 참사 당일 대규모 인파가 운집할 것임을 예상했음에도 무정차 통과를 계획하거나 서울교통공사에 무정차 통과에 관한 협조 요청 등을 하지 않은 혐의, 재난안전상황실 부실 운영, 다중운집 사고에 관한 사전예방 계획 및 대책수립 의무 불이행, 참사 당일 통행제한 등 응급조치 미이행 등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오 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관계자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특수본은 이날 행정안전부와 용산구청 직원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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