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진심?…이태원 참사 유품 '마약 검사'한 경찰,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생수병 등 현장 유류품 400여점 마약 검사 의뢰 … '사망 원인과 관련없는 부적절한 검사' 지적

경찰이 이태원 참사 직후 현장 유류품에 대해 마약 검사를 의뢰했고, 검사 결과 모든 유류품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7일 저녁 JTBC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참사 발생 6일만인 지난달 4일 참사 당시 현장에서 수거한 유류품들에 대해 마약류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 대상은 옷이나 휴대폰, 생수병, 사탕이나 젤리로 추정되는 물질 등 400여 점이었다. 모두 사고현장에 흩어져 있던 물건들이지만, 해당 유류품의 소유자가 불분명한 만큼 '사망 원인과 관련이 없는 부적절한 검사'였다는 지적이 따랐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류물이 누구의 것인지 특정이 불가능"하다며 해당 검사 사실이 "희생자 또는 유족들을 모욕하는 처사"였다고 JTBC 측에 밝혔다. 이에 경찰은 "참사 초기 사고원인이 마약 범죄와 관련돼 있단 의혹이 제기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4일엔 '이태원 참사 직후 검찰이 희생자 유족들에게 마약 부검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문화방송(MBC) 보도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참사 발생 하루 뒤인 지난 10월 30일 희생자의 장례식장을 방문한 광주지검 소속 모 검사가 유족에게 시신 부검 및 마약 검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것이었다. 광주지검 관계자는 마약부검 제안 논란과 관련해 '희생자들이 (마약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 마약범죄로 인한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MBC 측에 해명했다.

이후 지난 6일엔 YTN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한 참사 희생자 고(故)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씨가 "(부검 이야기를) 저도 들었고, 아마 유가족들 거의 다 들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JTBC 또한 7일 보도에서 경찰이 "10월 31일과 지난달 2일엔 유족의 동의를 받아 희생자 2명에 대한 마약 부검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수사기관의 마약 검사 제안에 대해 "비상식적인 검사의 마약 검사 제안에 속에서 천불이 났다"며 국회 국정조사에서 해당 문제를 다뤄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유가족들의 반발로 수사기관의 '마약부검' 논란이 커지자,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현장 검시 검사가 마약 피해 가능성도 고려해 여러 가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시는 돌아가신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사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한 준사법적 절차이고 검사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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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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