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방선거서 여당 참패…차이잉원 총통 당 주석직 사퇴

차이 총통 "중국 위협" 강조했지만 유권자들 '코로나19 대응 미흡' 정부 심판

대만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이 참패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당 주석직을 내려 놓기로 했다. 차이 총통은 유세 과정에서 올 들어 고조된 중국과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지만 유권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롯한 국내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대만 영문 매체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치러진 대만 22개 선거구 중 21곳의 현·시 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진당은 5곳에서만 승리를 확정하며 13곳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제1야당 국민당에 큰 차로 뒤처졌다. 나머지 선거구에선 민중당 1곳, 무소속 2곳에 자리를 내줬다. 

국민당 후보는 6개 직할시 중 타이베이, 신베이, 타이중, 타이위안 등 4곳에서 승리한 반면, 민진당은 타이난과 가오슝에서 승리를 확정하는 데 그쳤다. 22개 중 남은 1곳인 자이시 시장 선거는 후보자 사망으로 인해 다음달 18일 별도로 치러질 예정이다. 

차이 총통은 개표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자 26일 저녁 9시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모든 것을 책임치고 당 주석직에서 즉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2018년 지방 선거 당시에도 민진당이 대패하자 당 주석직에서 물러난 뒤 2020년 총통 당선으로 정치에 복귀한 바 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뒤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차이 총통은 중국의 위협을 강조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 대처 등 국내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투표에 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선거운동 기간에 차이 총통이 "중국의 위협에 대한 방어"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장기적 위험을 강조하려 애썼지만, 실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감지하고 국내 문제를 강조하기 시작했으며 펠로시 의장 방문 당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만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대만국제전략연구회장 왕쿵이가 이번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차이 정부를 심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많은 유권자들이 코로나 19 대응을 비롯해 (집권당의) 몇몇 정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코로나 사망자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정부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을 꼽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를 참조하면  인구 약 2389만명인 대만의 누적 코로나 확진자 수는 26일 기준 825만4423명이고 누적 사망자는 1만4210명이다. 인구 100만명 당 사망자 수는 595명으로 일본(390명)보다 많고 한국(592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26일(현지시각)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에 참패한 집권 민진당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당 주석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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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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