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대만 포위 군사 훈련 예고…커지는 '펠로시 후폭풍'

"중·러 단합 계기 만들고 아시아서 미국 위상 떨어뜨려" 지적도

중국이 내일부터 대만을 사실상 포위한 형태의 군사 훈련을 예고함에 따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떠난 뒤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대만산 감귤류 수입 중단 등 경제 보복 조치도 발표한 상태다.

3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를 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펠로시 의장이 떠난 4일부터 7일까지 대만 북부·남서·동남부 해역 등 6곳에서 사실상 대만 주변 해역을 봉쇄하는 방식의 실사격 훈련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훈련 예정지 중 3곳이 대만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지역을 침범하고 있으며 남부 훈련 예정지의 경우 해안에서 16킬로미터(km) 가량밖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외신은 일부 훈련 예정지가 대만 남부 도시인 가오슝에서 20km 이내라고 덧붙였다. 이번 훈련에 항공모함이 동원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타임스>는 3일 중국사회과학원 뤼샹 연구원을 인용해 "중국의 대응은 단지 일시적 조치가 아니며 대만에 대한 전체 안보 메커니즘이 고려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 커뮤니케이션 조정관은 2일(미국 현지시각) 기자들에게 "중국이 향후 수 일 간, 혹은 더 긴 시간 동안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무력 시위는 이미 진행 중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인민해방군이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2일 밤 대만 해협 주변에서 장거리 실사격 훈련과 재래식 미사일 훈련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훈련에는 J-20 스텔스 전투기도 동원됐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대만 국방부는 21대의 중국 항공기가 2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며 대만군이 경계 수준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무력 시위가 실제 침공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아 노웬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중국 국방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지금 상황이 "침공 시나리오와는 관련이 없다고 본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공개적 갈등을 피하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노웬스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최대한의 불만을 표시하는 동시에 고조되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군사적 기동을 계산하고 있다"고 봤다.

중국은 사실상의 경제 보복에도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3일부터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세관당국도 이날부터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해충 방제" 및 "코로나19 예방" 등의 구실을 댔지만 사실상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CNN 방송은 중국이 군사 훈련을 명목으로 사실상 대만 해협을 봉쇄하는 것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공급망 혼란에 빠져 있는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다수의 해상 컨테이너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며 "대만에 대한 압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항로를 손상시키려는 중국의 시도는 파괴적인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중국과 러시아, 이란을 결속시키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2일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이번 방문을 "도발"로 표현하고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하고 섬(대만)의 독립을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2일 기자들에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다른 나라의 영토 보전을 존중하는 것이 이란 외교의 기본 원칙"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카나니 대변인은 "최근 미국 관료들의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영토 보전을 침해하려는 불안정한 움직임은 미국이 세계 다른 나라와 지역에서 하고 있는 간섭의 한 예"라고 덧붙엿다.

<뉴욕타임스>는 3일 중국이 아시아 이웃 국가들에게 미국보다 중국이 인접한 위치와 문화적 공통점을 가진 자연스런 파트너라고 주장하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이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벌어진 미국 내 논쟁이 의도치 않게 중국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준 격이 됐다고 짚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3연임을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이번 대만 방문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대만 해협의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켰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CNN은 3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이미 열악한 미중 관계를 영구적으로 악화시키고 중국이 대만의 평화를 위협하는 추가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했다. <뉴욕타임스>는 3일 호주 정부의 전 국방정보분석가인 앨런 듀폰을 인용해 이번 방문이 "불필요한 위기"를 가져왔고 미국의 "자책골"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 친중 성향 시위대가 3일(현지시각)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밖에서 성조기를 거꾸로 든 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사진을 짓밟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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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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