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이틀 아기까지 사망"…러, 우크라 전력망 또 공습한 속내는?

교황, 우크라전 소련 시절 "홀로도모르 대학살" 비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또 다시 대규모로 공습하며 갓 태어난 아이를 포함해 10명 이상이 숨졌다. 에너지 시설 등 기반시설에 대한 폭격이 쏟아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역이 정전과 단수에 시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소련 시절 "인위적 대기근"으로 인한 "홀로도모르 대학살"과 연결시켜 강하게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 미 CNN 방송 등 외신을 종합하면 2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역에 쏟아진 70발 가량의 미사일로 인해 신생아를 포함해 적어도 10명이 사망하고 전국적 정전이 발생했다. 지난 15일 100발 가량의 미사일을 쏟아부은 뒤 가장 큰 규모의 공습이다. 우크라이나 쪽은 방공시스템이 70개 미사일 중 51개를 격추하고 5개의 무인기(드론)도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공습을 "전체 전쟁에서 가장 파괴적인 공격 중 하나"로 봤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에너지 기반시설을 노린 대규모 공습이 러시아의 "악의적 전략"이며 "대규모 인도주의적 재난을 일으켜 유럽에 또 다른 난민 위기를 촉발하기 위함"으로 "우크라이나에 평화 협상을 강요하고 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협상 테이블로 내몰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습으로 남부 자포리자 빌니안스크에 위치한 산부인과 병동이 파괴돼 태어난 지 이틀 밖에 안 된 아이가 사망하고 아이 어머니는 부상을 입었다. 수도 키이우의 주거용 건물도 타격을 입어 적어도 1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습이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탓에 서부 르비우부터 남부 오데사, 북동부 하르키우에 이르기까지 우크라이나 전역에 정전이 이어졌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수도의 주요 기반시설이 타격을 입었다"며 키이우 전역에서 수도와 전기가 끊겼다고 밝혔다. 안드리 사도비 르비우 시장도 도시 전역이 정전됐고 수도 공급에 문제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요 에너지 시설이 타격을 입으며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는 이미 하루 4~12시간의 순환 정전이 시행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내 수력 및 화력 발전소 대부분이 손상을 입은 상태다.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푸틴의 동기는 이보다 더 명확하고 냉혈할 수 없다"며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가하기 위해 명백히 겨울을 무기 삼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점령할 수 없다면 추위로 굴복시키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안보리에 "수천 만 명이 영하의 날씨에 전기, 난방, 물 없이 남겨졌다. 이는 명백한 반인도적 범죄"이고 "대량 살상 무기 사용과 유사한 행위"라며 "현대적 방공시스템" 지원을 재차 호소했다.

23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소련 스탈린 시기 "홀로도모르 대학살"에 간접적으로 비유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교황은 이날 "순교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끔찍한 고통을 생각하며 세계의 평화를 위해, 모든 분쟁의 종식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한 뒤 오는 토요일은 "스탈린에 의해 자행된 1932~33년 인위적 대기근인 끔찍한 홀로도모르 대학살 기념일"이라고 언급했다. 교황은 이어 "대학살의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고 침략으로 순교한 모든 우크라이나인, 어린이, 여성과 노인, 아기를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홀로도모르는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서 집단농장에 대한 반발이 잇따르며 수확량이 줄고 농민들이 공출에 저항하자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던 이오시프 스탈린 주도로 이 지역에서 국가에 의해 무자비한 식량, 가축, 종자 등의 압수가 이뤄져 1932~33년 사이 350만 명 가량의 우크라이나인이 굶어 죽은 사태를 말한다. 카자흐스탄 등 소련 다른 지역에서도 대량 아사가 발생해 이 기간 총 600만 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바티칸을 포함해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이 사건을 '대량 학살(genocide)'로 공식 인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역사학자들은 스탈린이 우크라이나의 독립 열망을 분쇄시키기 위해 이 사건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시설에 대한 폭격이 계속되며 원전 안전에도 다시금 비상이 걸렸다. 23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한 광범위한 군사 행동이 보고된 뒤" 남부 자포리자 원전 전력 공급이 다시 중단돼 비상 디젤 발전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은 가동 중단된 상태지만 원자로 냉각을 위한 전력 공급이 필요한 상태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핵 사고를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행운에 기댈 순 없다"며 원전 주변 안전지대 설정을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과 계속해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23일 공습으로 남우크라이나 원전, 리브네, 흐멜니츠키 원전 등도 피해를 입어 몇몇 시설 가동이 중단됐다.

이날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4억 달러(약 5300억원) 규모의 추가 안보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원 장비에는 지대공미사일시스템 나삼스(NASAM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무인기(드론) 방어를 위한 열영상 조준경을 갖춘 대공포가 포함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고 협상의 때가 왔을 때 가장 강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23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 등에 대규모 공습을 단행해 정전으로 암흑 속에 잠긴 수도 키이우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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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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