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협상 희망" 주장과 동시에 러시아, 우크라에 미사일 공격

러, 겨울 앞두고 에너지 시설 집중 파괴…젤렌스키 "푸틴 협상 원한다는 메시지 받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평화협상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발언이 나온 가운데 러시아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에 미사일을 쏴서 최소 15명이 사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오데사 등 남동부 지역의 기반시설 등을 공격해 시설 2곳이 파괴되고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14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밝혔다.

이번 공격은 수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가 100발 이상의 미사일을 쏜지 이틀만이다. 당시 러시아의 집중 공격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쏜 미사일이 오발사로 폴란드 국경 지역에 떨어지면서 민간인 2명이 사망해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었다. 처음엔 러시아가 쏜 것으로 의심됐으나 미국 정보당국, 나토,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방공시스템에 의해 발사된 러시아제 미사일로 보이지만 우크라이나가 의도적으로 발사한 것은 아니라고 발표하면서 확전 위험은 누그러진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현재까지 자신들이 발사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의 최근 공격은 우크라이나의 발전소 등 전기 시설을 포함한 기반시설 파괴에 집중돼 있다. 지난 15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의 중요한 에너지 기반 시설이 파괴됐으며, 약 1000만 명의 사람들이 정전을 경험해야 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는 푸틴의 의도적인 전술"이라며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점령하지 못하면 얼어 붙게 만들어 굴복시키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볼로도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7일 폭격 영상을 공유하면서 "테러 국가(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가능한 많은 고통을 주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푸틴이 직접 협상 원한다는 메시지 전달"…러시아, 공개 협상은 거부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협상을 원한다는 시그널을 서방 국가들로부터 전달받았다"며 러시아에 공개 협상을 제안했다.

이제까지 러시아와 협상 불가론을 고수하던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푸틴과 직접 협상"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4일 튀르키예에서 러시아 정보국 수장과 비공개 회동을 하고 15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그러나 공개 협상에 대해 푸틴 대통령 측은 거부 입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상상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는 9개월의 전쟁 기간 협상과 관련해 수차례 입장을 바꿔왔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겨울이 다가오고 있고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전력망과 다른 기반시설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난방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질문에 "러시아의 군사 작전은 계속될 것이며 기상 조건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추운 겨울'을 맞게 되는 것은 "우크라이나 측이 문제를 해결하고 회담을 꺼리는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며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렸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각지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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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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