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시민사회단체들이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추모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기 위한 '시민추모촛불'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대학생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각계 시민단체들은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시민추모촛불 제안'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오는 12일 광화문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참사 추모 및 책임규명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들은 특히 이태원 참사 관련 국가 애도기간 동안 정부가 "책임회피를 펼치며 실망만을 안겨주었다"며 "윤석열 정부가 지정한 '국가 애도기간'은 '가짜 추모 기간'"이라 지적했다.
전종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참사 이후 시민사회가 "대통령의 사과와 더불어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등 책임자들의 처벌을 요구"했지만 "지금껏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일선 공무원들을 향한 꼬리 자르기 행태만 반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또한 "이태원 참사는 행정의 부재로 일어난 사회적 참사임에도 행정안전부는 일선 경찰 등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해경을 해체하겠다'는 입장을 낸 박근혜 정부의 태도와 무엇이 다른가" 되물었다.
이는 최근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을 지휘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팀장급 관계자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일 등을 두고 일어난 '꼬리 자르기' 논란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지난 8일 최 서장 등을 입건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피의자로 입건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시민사회로부터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면서 단체들은 참사의 책임을 일선 실무자 개개인이 아닌 '사회의 구조와 체계'에 물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의료인이자 교육인으로서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생명과 안전보다 산업적 이익을 중시하는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행정당국이 압사 위험 밀집도를 미리 파악하고 관리하지 못한 점 △재난 상황에 대처할 응급의료체계가 부실한 점 등을 사태의 구조적 원인으로 짚었다.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 밀집도는 1제곱미터 당 4~5명 정도로 꼽히지만, 참사 당일 사고지역엔 1제곱미터 당 10~15명의 인원이 몰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당시 사고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인 순천향대 서울병원엔 76명의 환자가 집중됐지만 두 번째로 가까운 병원인 강남성모병원에는 환자가 이송되지 않아 재난 대응 의료체계의 문제점도 지적된 바 있다.
단체들은 "진짜 추모의 핵심은 피해자들이 함께하는 것이고, 구체적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따라야 한다"며 "참사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진짜 추모'는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추모촛불 집회는 오는 12일 오후 5시 민주노총 주최 '전국 노동자대회'가 마무리된 후 숭례문과 시청광장 사이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상임대표는 "오는 1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의 시민추모촛불 집회를 시작으로, 각 단체가 주최하는 전국적인 릴레이 추모행동이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현재 이어지고 있는 꼬리 자르기식 수사를 타파하고 명확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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