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오른팔' 정진상 수사 급물살…檢, 민주당사·국회 사무실 압수수색

김용 구속기소 하루만에...연이은 측근 수사·기소에 이재명은 '묵묵부답'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재판에 넘긴 지 하루 만에 이 대표의 또다른 최측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상대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9일 오전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실장 자택과 민주당사 내 사무실, 국회 본청 내 민주당 대표실에도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압수수색을 시도 중이다.

검찰은 정 실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에게 1억 원 가까운 뒷돈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김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한 직후 단행됐다. 김 부원장 공소장 가운데에는 정 실장 이름도 여러 번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의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여 원을 불법수수한 혐의를 받고 지난 달 19일 긴급 체포된 후 전날 재판에 넘겨졌다. 자금 전달에 관여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 남욱 변호사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이 대표의 최측근 두 명에 대한 압박 수사에 나서면서 이 대표를 상대로 한 수사도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 산업재해 없는 안전한 노동 편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그러나 이날 압수수색이 예고된 당 대표실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태연한 태도로 참석했다. 이 대표는 공개 발언을 통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물었을 뿐 압수수색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취재진으로부터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 등 질문이 쏟아져 나왔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반면 최고위원들은 '나쁜 정치'라며 검찰과 정부를 규탄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검찰이 야당 당사 침탈 이어 국회까지 침탈하려 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절반이 (대선에서)이재명 당 대표를 찍었다. 0.7% 차이의 정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이 야당을 짓밟으면 국민이 정부 여당을 심판할 것"이라면서 "독재 정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자제하길 바란다"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김용 부원장이 긴급 체포된 10월 19일 이후 이재명 대표와 그 주변 인사를 겨냥한 검찰발(發) 단독 보도가 85건이 쏟아졌다"며 검찰의 '언론 플레이' 행태를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공소 제기 전 피의사실 공표는 범죄 행위고 심각한 인권침해"라면서 "검찰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직접 공표를 못 하고 '단독'에 숨어 여론 재판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 대표를 구속하겠다는 일념 하에 반헌법적 범죄를 서슴지 않는 질 나쁜 범죄"라면서 "검찰은 나쁜 정치 말고 수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제대로 되지 못한 증거를 가지고 야당 대표를 옥죄는데 과연 이것이 다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땐 누가 책임지는 건가"라면서 "윤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법무부 장관도 책임져야 한다. 관련 검사들도 모두 내용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모두 책임지고 옷 벗고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중앙당사 및 본청 압수수색에 대해 "명백하게 검찰의 과잉 수사, 정치 탄압"이면서 "검찰의 보여주기 수사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안 수석대변인은 이어 "당사에는 정 실장의 별도 사무실이 없고 근무한 적도 없다. 검찰이 모를 리 없음에도 중앙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청구한 것은 민주당을 흠집 내려는 일종의 정치수사라고 보고 있다"면서 "한편으론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민 시선을 돌리려는 제스처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청(압수수색)은 기본적으로 의장 권한이라 의장 판단을 보고 그러고 법률적으로 법률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언론을 통해 전날 구속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공소장 내용 일부가 전해지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김만배 씨가 본인과 친인척 명의로 보유하던 대장동 지분의 24.5%가 '김용 부원장,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몫'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포함시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다만 공소장에는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56번 등장했지만 해당 지분과 이 대표 간의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정 실장과 김용·유동규 등 3인은 사전 약정한 지분율에 따라 수익금 700억 원 중 428억의 분배를 요구했으며, 이같은 요구는 2020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이뤄졌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2020년 9월부터 2021년 2월'이라는 기간은,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낸 지 2개월 후부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예비후보 등록 4개월 전에 해당한다. 신문은 "이들(유동규·김용)은 남 변호사에게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준비 자금을 제공받기로 순차적으로 모의했다"고 검찰이 밝혔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또한 "약 20쪽 분량의 김 부원장 공소장에는 이 대표의 이름이 10여 차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남 변호사, 정 변호사,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해선 '공범'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대표에 대해선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전날 김 부원장을 기소하면서, 김 부원장이 유동규·정민용·남욱 등과 공모관계라고 적시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작년 4~8월 8억4700만 원을 남욱 변호사에게 받은 것이 "대선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금품 수수라고 명시하고, 이들 4인이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유착관계를 맺어 금품제공과 선거지원에 따른 사업상 특혜를 주고받았다"고 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작년 2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광주 지역을 돌고 있다. 광주에 돈을 뿌려야 한다"며 경선자금 20억 원가량을 요구했다고 보고 있다.

김 부원장 공소장에는 이재명 대표, 정진상 실장의 이름도 여러 차례 적시됐지만 이들과 김용·유동규·정민용·남욱 4인과의 공모관계는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실장에 대해서는 "(유동규·김용과) 형제처럼 지내면서 성남시가 추진하는 정책 내용을 공유하는 등 민간 사업자와 유착돼 있었다"는 내용과 함께, 정 실장이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유흥주점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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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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