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희생자 아니고 사망자? 정부, 오열하는 국민 앞에 장난하고 있다"

민주당, 다시 강공 모드로…李 "참사가 아니라 사고? 어떻게 이런 공문을 내려보내나"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 국가 애도기간 중 정부 비판을 자제하겠다는 방침을 깨고 하루 만에 강공 모드로 선회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회피성 발언 논란에 이어 정부의 '근조(謹弔) 글자 없는 리본', '희생자·피해자가 아닌 사망자 용어 사용' 지시 공문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 삶을 책임질 당국자들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가족과 친지를 잃고 오열하는 국민들 앞에 장난하고 있다"면서 "명백한 인재이고 정부의 무능, 불찰로 인한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왜 다시 이런 참혹한 사태가 벌어졌는지, 앞으로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지 당연히 사후 조치가 뒤따라야 하지만 현재는 일단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라고 했으나, 하루 만인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 정부 당국자들이 대통령부터 총리·장관·시장·구청장까지 하는 일이라고는 '우리는 책임이 없다'가 전부"라면서 입장 선회 배경을 밝혔다. 

그는 "(용산)구청장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얘기한다. 할 수 있는 일을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면서 "통제 권한이 없어서 못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부 당국자들이) 오로지 형사 책임만 따진다. 형사 책임은 형사와 검사가 하는 것"이라며 "정치인은 국민의 삶에 대해서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도를 바꾸겠다? 제도 부족 때문에 생긴 사고가 아니다"라며 "현장에서 소방서장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봐도 명백한 인재(人災)이고 정부의 무능·불찰로 인한 참사가 맞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압사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을 직접 방문,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게 당시 상황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안전대책 유무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현장에서 이 대표는 "전년에는 통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차량과 사람이 뒤섞이지 않도록 통제됐다. 이번에는 통제할 계획이 있었냐"고 물었고, 최 서장은 "없었다. 소방 안전 대책상으로는 화재에 중점을 뒀다"고 답변했었다. 

최 서장은 당시 "종합적인 안전 대책에 그런 게(응급 상황 대처) 들어갔어야 했는데 저희가 그 부분을 채우지 못한 거다. 화재에만 중점을 맞췄으니…"라며 "인파가 많으면 전 직원을 동원해서라도 조금이라도 사상자들 줄일 수 있었는데 그런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같은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올해는 당연히 더 많은 수의 국민께서 참여하실 것으로 당연히 예상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일체의 질서 유지를 위한 계획이 아예 없었다"면서 "경찰관들이 현장에 파견되어서 질서 유지를 했다면 이 사건이 생겼겠나"라며 했다.

이 대표는 "지금부터 가장 중요한 일은 사태의 수습 당연히 해야 하지만 이에 대해서 왜 아무 이유 없이 천재지변도 아닌데 내 가족들이 친지들이 이웃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야 했는지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연히 책임 소재를 따져봐야 한다"며 "이 사고가 왜 발생했는지, 피할 수 있는 사고였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될 때가 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정부가) '희생자가 아니고 사망자다', '참사가 아니라 사고다', 어떻게 이런 공문들을 내려보내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줄이기 위한 행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설치한 합동분향소에 '희생자', '피해자'가 아닌 '사망자'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참사를 참사라고 부르지 못하고 희생자를 희생자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인가. 국민 155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말하는 수습이 진상을 호도하고 정부 책임을 회피하며 시민과 상가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냐"면서 "지금 당장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 명칭을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 분향소'로 정정하라"고 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이어 "윤석열 정부가 중앙과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국가 애도 기간 중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착용하도록 하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지침을 하달했다"면서 "무슨 이유와 근거로 이 같은 지시가 내려진 것인지 참으로 기괴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를 '불의의 사고'로 축소시켜 정부의 책임을 면하려는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며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와 근거로 이 같은 지시를 내렸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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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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