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경찰청장 "참사 직전 다수의 112 신고 있었으나 대응 미흡"

윤희근 청장, 행안부 장관 발언에 반대 입장 밝혀

경찰청이 이태원 참사 직전 다수의 112 신고가 있었으나 이에 대응을 미흡하게 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과 상충되는 입장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서울 경찰청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언론 브리핑'을 열고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며 "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청장은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부터 진상을 명백히 밝히기 위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112 신고 처리를 포함해 전반적인 현장 대응의 적정성과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빠짐없이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이날 중앙재난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참사 당일에는) 많은 인파가 운집하다 보니 112 신고가 폭주했다"며 "지금 자체적으로 정리,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관리관에 따르면 인파가 몰리고 있다는 신고는 참사 당일 오후 6시에 1건이 접수됐으나 경찰은 이를 일반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불편신고 정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밤 9시부터 사건이 소방서에 신고(밤 10시 15분)되기 전인 1시간 전, 즉 밤 9시 15분부터 수 건('거기에 인파가 많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등)의 신고가 있었고, 밤 10시 15분부터는 100여 건이 몰려서 신고가 됐다.

황 관리관은 초기 신고에 미흡하게 대응한 것을 두고 "사건 전체를 조사하고 있다"며 "그날 112 신고건이 방대하기에 한 건 한 건 분석, 정리하는 대로, 추후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추가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이날부터 경찰청에 독립적 특별기구를 설치, 본격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윤 청장은 논란이 되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찰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두고 "사고발생 위험에 대한 판단이 미흡했던 부분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다소 반대되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청장은 "주최자가 없는 다중운집상황에서 경찰, 지자체 등의 권한 역할 책임 등에 대해서 많은 의견과 논란이 있는 것 알고 있다"며 "이는 향후 전문가 논의를 통해서 법적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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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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