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死'보다는 '고독生'에 주목하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외로움과 고립은 개인의 몫이 아니다"

몇 년 전, 대학병원에서 수면내시경을 하는데, 동네 내과와는 달리 보호자 없이는 접수가 안 된다고 한다. 사실 사전 안내를 받았지만 설마 했었다. 급하게 보호자를 찾다가 프리랜서로 시간 여유가 있는 동생을 급하게 섭외(?)하여 겨우 수면내시경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보호자가 필요한 삶, 1인 가구로써는 가끔 이런 막막한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들이 여러분들 곁에는 있나요?

10명중에 3~4명은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는 한국 사회

아주 사적인 질문 같지만, 지금과 같이 나노사회가 된 현대사회에서 이런 관계망과 관련된 질문을 하는 국제 지표가 있다. OECD 더 나은 삶의 질 지표 중에 사회적 관계망(Social connection) 지표로, "나에게 어려움이 생길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이다. 이 지표에 한국은 계속 꼴찌를 하다가 최근 2020년 조사에서 41개국 가운데 38위를 하였다. 관련해서 국내에도 유사한 지표로 통계청의 '국민 삶의 질 지표' 내 사회적 고립도 조사가 있다. 이 지표는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혹은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에서 둘 중 하나라도 도움 받을 사람이 없다고 한 비율을 조사하는 건데, 17년 28.1%에서 19년 27.7%로 낮아지다가 2021년 34.1%로 증가하였다. 즉, 10명 중에 3~4명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런 사회적 관계망의 단절을 사회적 고립이라 한다.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가 많든 적든 내가 힘든 상황에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이 왜 문제가 될까? 단순한 일상생활의 불편함 정도일까? 그렇지 않다. 실제로 미국 국가보건연구소(2021)는 사회적 고립은 질병율과 사망률을 강화시키는 요인임을 발표했고, 영국은 외로움이 건강에 위협을 주고 사회적 비용(건강보험 재정)을 발생시킨다고 보고 외로움 장관을 선임하여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서울시 고독사 실태파악 및 지원방안 연구(서울시복지재단, 송인주 저)를 통해 사회적 고립이 고독사의 주요원인이 된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고독사(死)'보다는' 고독생(生)'에 주목하자

최근 몇 년 간 한국에서도 고독사와 관련된 뉴스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 아직까지 고독사와 관련된 공식통계가 있지는 않지만, 2020년 서울시 장제급여 수급자 대상의 고독사 위험현황 분석 결과에 의하면, 사후분석이지만 시신이 부패된 상태로 발견된 고독사 위험가구는 967건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고독사한 사례가 발견되면 주변 이웃이나 친인척들의 인터뷰를 통해 고독사 이전의 그 삶이 고독생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결국 이 생의 마지막인 죽음의 존엄을 지켜드리기 위해서 우리사회가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은 '고독사'보다는 '고독생'에 주목해야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이런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한 정책, 제도, 지역단위의 움직임이 있다. 서울시는 2018년 ‘서울시 고독사 예방 및 1인가구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이후 매년 서울시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올해는 5기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와 함께 관련 복지현장에서도 사회적 고립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지역별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밖으로 나올 용기가 없거나 힘든 상황에 있는 고립가구들을 가가호호 방문해서 찾거나 주변이웃들의 도움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을 두드리며 예전의 일상의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회적 고립가구를 만나고 찾는 일이 쉽지 많은 않다. 특히 오랜 기간 고립되어 있었을수록 나오는 용기는 더욱 필요한데, 코로나로 인한 고립의 시기가 더 길어지면서 힘든 상황이다.

외로움을 당당히, 고립을 자연스럽게 얘기하자

하지만 무엇보다 복지현장에서 사회적 고립가구를 찾고 지원하는 활동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운 점은 사회가 ‘고립’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이다. 외로운 건 개인의 몫이고, 고립된 상황에는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상황 해결은 개인의 몫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는 암묵적인 시선과 편견이 더욱 고립된 주민을 숨게 만든다. 3년 남짓 사회적 고립가구 분들을 만나고 함께 하면서 느낀 것은, 고립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삶의 모습이며, 그 상황을 견디게 해주는 1~2명의 진정한 이웃, 친구, 가족이 있다면 혹은 사회적 관계가 있다면 그래도 버틸만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외로움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자신의 힘듦으로 숨어버리게 되는 고립되는 주변 이웃에 옆에 서 있자. 가만히. 이야기할 준비가 될 때까지. 그것부터 시작이다. 사회속의 인간의 존엄성은 연결되어졌다고 느껴질 때, 그 사회 속에서 나의 역할을 찾아갈 때, 역할이 발현될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생겨날 때 지속된다. 그런 기회를 주는 이웃이, 공동체가,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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