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 상황을 언급하며 정상회담 전 긴장을 높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막상 회담에 들어서자 이재명 대통령에게 본인이 한국 상황을 오해했다면서, 이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100%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5일(이하 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몇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대한민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숙청이나 혁명 같은 상황으로 보인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거기서 사업을 할 수 없다. 오늘 백악관에서 새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게시물이 어떤 의미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 며칠 동안 한국 새 정부가 교회에 대한 수색을 감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우 악랄한 급습이었고, 심지어 우리 군 기지까지 들어가 정보를 빼냈다고 들었다"라고 답했다고 CNBC 방송이 보도했다.
그는 "그들이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되지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확인해보겠다"고 말했고 이후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트루스소셜에 글을 게시했을 때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회담에서 "훨씬 부드러운 어조"로 이 문제를 꺼냈다고 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이야기를 듣고 "한국 같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 역시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백인 농부들이 살해된 후 매장된 장소를 보여주는 것이라 주장한 영상을 들이밀며 추궁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트럼프가 이 대통령의 설명을 받아들이고 문제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산 공군 기지 수색에 대해 "미군 기지를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니라, 기지 내 한국군 부대를 조사했다. 나중에 더 자세히 설명드리겠다"라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였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일축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를 수사하기 위해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했다고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은 "혹시 그 사람 이름이 '미친 잭 스미스'인가"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잭 스미스는 2024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두 건의 형사 소송을 지휘했던 특별검사였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다른 국가 정상과 만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돌발 발언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그런 게시물이 반드시 회담이 파탄으로 끝난다는 신호는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지난 5월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가 트럼프와 회담을 하기 불과 몇 분 전, 트럼프는 캐나다의 무역 불균형과 국방비 지출 문제를 강하게 비난하며 '우리는 그들이 가진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다!'라고 선언했지만 회담은 대체로 긍정적인 만남으로 평가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SNS 메시지에 대해 "위협적"이었다면서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사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날 정상회담 종료 이후 가진 존 햄리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회장과 담화에서 이러한 심경을 밝히면서도, 한미 관계가 충분히 견고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훼손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회담에 대해 "모두가 저에게 인내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면서 양 정상이 "기대를 뛰어 넘는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회담이 큰 마찰 없이 마무리된 것을 두고 <AP> 통신은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극찬하면서 적대적인 백악관 집무실 회동 가능성은 사라졌다"며 "그는 백악관의 (집무실 내부) 장식을 칭찬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노력을 계속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며 심지어 북한에 트럼프타워 건립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관계에 대해 "우리는 서로를 오래 알고 잘 지내왔다"고 말한 뒤 이 대통령에게는 "함께하게 되어 큰 영광이며 당선을 축하드린다. 이는 대단한 성과였고, 우리는 이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통신은 "이러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세계 지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이전 회동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기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칭찬이 회담 분위기를 원만하게 만들었다고 짚었다.
<폴리티코>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우 공손한 태도로 접근한 이 대통령의 방식은 칭찬과 상징적인 제스처로 대통령을 안심시키려 했던 다른 정상들의 전례를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담에 대해 <AP>통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에 따라 실각한 이후 정치적인 혼란 속에서 국가를 이끌게 된 이 대통령에게 있어 이번 회담은 중요한 외교 정책 시험대 중 하나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양 정상 간 차이점이 있지만 유사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면서 "두 정상이 친밀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들은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데, 두 정상 모두 지난해 암살 시도를 겪었고 최근 몇 년간 형사 기소, 재판, 유죄 판결을 거치며 정치적 입지를 굳건히 했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외교적 협력을 활성화하려는 의지와 관련해 대체로 일치한다"며 다만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까지 한국이나 미국과 관계 개선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신문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신문은 "이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중국에 지나치게 적대적이었다며 외교적 대화를 통해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며 "미국 내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에게 중국의 부상에 맞서 미국과 협력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 간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지금까지 이 대통령은 미국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한중 관계에 신중하게 접근해 왔다. 그는 한미 안보 동맹에 기대고 한국이 미국과 협력하기를 원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한국 내 여론의 변화를 반영하기도 한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의 강압적인 행동과 문화적 갈등으로 인해 중국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문은 "한미 양국 간에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관세 협상 등 해결되지 않은 난제가 많다"며 "미국은 중국 관련 비상사태에 주한미군을 활용하려 하며, 한국이 북한 억지력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해 이번 회담에서는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한미 간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도 어려운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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