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장동 특검" 역제안…대선 자금 의혹에 정면 대응

"남욱이 '이재명은 씨알도 안 먹히는 사람'이랬다…단 1원도, 사탕 한 개 안 받았다"

검찰의 대장동 사건 등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로 위기를 맞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특검'을 제안하고 나섰다. 대장동 특혜 의혹이 대선 자금 의혹으로 번지면서 자신과 당이 궁지에 몰린 형국에 이르자 특검 카드로 국면 전환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여당에 공식 요청한다"면서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안들의 실체 규명을 위한 특검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가 기자회견을 연 것은 지난 8월 당 대표에 선출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특검 카드를 꺼낸 이유로 검찰에 대한 불신을 들었다.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측은 대장동 비리 사건이 대선 자금 의혹 사건으로 옮아간 배경에 대장동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회유 공작이 있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그들이 사업 이익을 나눠가지려고 공모하면서도 '우리끼리 돈 주고 받은 걸 이재명이 알면 큰일 난다'라고 했다. 그런 사람들이 제게 선거자금을 줄 리 있겠는가"라며 "그들 말대로 이재명은 '씨알도 안 먹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명백한 사실들이 정권이 바뀌고 검사들이 바뀌니, 송두리째 부정되고 조작과 날조가 판을 치고 있다"면서 "아무리 털어도 먼지가 안 나오자 가면을 씌워 '대선 자금' 사건이라고 속이려 한다. 이제 윤석열 검찰은 조작까지 감행하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만들어내는 게 수사는 아니"라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특히 "(남욱이 김용에게) 이것을 뇌물로 줬다면 본인이 아주 심하게 처벌받을 텐데, 정치자금으로 줬다고 하면 전달한 사람 책임도 없고 형량도 거의 엄청 낮아지지 않겠나"라며 "이해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이 내용은 사전 배포한 회견문 원고에는 없던 내용이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조작으로 야당을 탄압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대선자금 운운하는데 불법 자금은 1원 본 일도, 쓴 일도 없다. 진실은 명백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의 조작이 아니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차 "거듭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 이재명은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사탕 한 개 받은 것도 없다"며 "오히려 온갖 방해에도 업자들로부터 70%의 개발이익, 즉 5000억 원이 넘는 돈을 공공의 몫으로 환수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과 특수 관계인 검찰 엘리트 특권층은 줄줄이 면죄부를 받아 법의 심판을 피하게 됐다"면서 "심지어 명백한 물증이 있는 '50억 클럽' 곽상도 전 의원은 보석으로 풀려나왔다"고 꼬집었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왜곡되고, 야당을 향한 노골적 정치탄압과 보복수사의 칼춤소리만 요란하다"고도 했다.

"특검으로 의혹 규명하고 정치권은 민생 살리자"

이 대표는 "특검으로 대장동 사건의 뿌리부터 잎사귀, 줄기 하나까지 남김없이 투명하게 확인하고, 민생 살리기에 정치권의 총력을 모으자"면서 "특검은 현재 거론되는 대장동 자금의 대선자금 유입은 물론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의혹들을 총망라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및 화천대유에 관한 실체 규명은 물론, 결과적으로 비리세력의 종잣돈을 지켜준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부정수사의혹 및 허위사실 공표 의혹, 대통령 부친의 집을 김만배 누나가 구입한 경위 등 화천대유 자금흐름, 진술이 갑자기 변경되는 과정에서 제기된 조작수사와 허위진술교사 의혹도 밝혀야 한다"고 역공을 시도했다.

그는 "모든 의혹들을 남김없이 털어낼 좋은 기회"라면서 "특히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대선 당시 특검을 주장해놓고 아무런 실천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 행동으로 진정성을 입증할 때"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향해 "이재명을 때린다고 정부 여당의 실정이 가려지지 않는다. 정치 보복의 시간을 끝내고, 민생의 시간을 열어달라"면서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정쟁에 몰두하는 사이 민생은 외면받고 국민의 먹고사는 걱정은 하루하루 커지고 있다"면서 "정치 보복의 꽹과리를 울린다고 경제 침체의 공포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지금 정부 여당의 태도는 야당을 말살하고 존재를 부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면서 "민주당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민생을 챙기겠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최고위 회의에서 "막말 경쟁, 야당 탄압, 종북 몰이, 전 정부 탓으로는 경제도 민생도 결코 살릴 수 없다"면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고통받는 국민들의 시름이 지금 이 순간도 한층 더 깊어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민생을 강조했다.

"여전히 김용 결백 믿는다"…"대장동 특검 제안, '김건희 특검법'과는 별개"

이 대표는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 자금 수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선 "가정적 질문에 대해선 가정적으로 답할 필요 없다"면서 전날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의 결백을 믿는다"며 굳은 신뢰를 보였다.

그러면서 "(김용 민주연구원 부위원장이) 합법적 범위에서 뭘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면서 "분명한 건 법이 허용하지 않는, 옳지 않은 돈을 받은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 받은 적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날 앞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작년 4~8월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로부터 4차례에 걸쳐 8억47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김 부원장의 체포영장·압수수색영장에는 그가 '대선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이같은 돈을 받았다고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남욱 씨의 측근 이모 씨가 정민용·유동규 등 대장동 사업 관련자들과 김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하면서 그 내역을 기록해 놓은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메모는 남욱 씨와, 중간 전달책 역할을 한 이 씨가 같이 보관해 오다 최근 수사팀에 제출됐다고 한다.

김 부원장이 2020년 이전에도 한두 차례 더 대장동 사업자들로부터 1억 원 안팎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돈을 받은 시점이 2014년·2017년 등으로 알려진 상황과 관련, 만약 그가 2017년에도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면 이 돈이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선거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살펴볼 여지가 있다.

이 대표는 아울러 이번 특검 제안이 민주당 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과는 별개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이건 대통령 부인(김건희)에 대한 특검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관계 없이 추진하자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쌍특검'을 주장할 경우 여당의 반발이 극심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민의힘과 현 정부에서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보면 특히 대선 때 (윤석열) 대선 후보의 태도를 보면 안 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거부한다고 물러서지 않는다"면서 "거부할 경우 민주당이 가진 힘을 통해 반드시 특검을 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특검 형식과 관련해선 "구체 내용은 당연히 여야 협상에 따를 테고,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국민 눈높이 맞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특검 주장 일축…주호영 "우리가 제안할 땐 안 하더니"

국민의힘은 즉각 주호영 원내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거부 입장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회견 직후 연 반박성 회견에서 "특검은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수사를 믿을 수 없을 때 하는 것인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이런저런 이유로 특검을 피하다가 정권이 바뀌어 수사를 제대로 하기 시작하니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의도적인 시간끌기, 물타기, 수사지연에 다름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주 원내대표는 "대장동 사건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공개돼 수사가 시작된 사건"이라며 "당시 야당이던 우리 당은 지난해 무려 40여 차례에 걸쳐 대장동 특검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인 민생 법안이라는 법안들을 볼 때, 의지가 있었다면 특검법 통과는 100번이라도 더 되고 남았을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해 9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는 '특검 수사를 하면서 시간을 끄는것은 적폐 세력들의 수법'이라고까지 했다. 이 말씀이 그대로 맞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이 대표는 '(수사는) 특검으로 가고 정쟁을 없애서 민생에 집중하자'고 하지만, 가장 민생에 집중하는 방법은 지금 검찰이 신속·엄정하게 재대로 수사하는 길밖에 없다"며 "특검은 할수록 정쟁이 심화된다"고 주장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흙탕물로 만들어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심사"라면서 "이 대표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 수사에 신속하고 당당하게 임하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설훈 "이런 사태 예견", 박지원 "압수수색 거부 안 돼"

민주당 내부도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다수가 '이재명 지키기'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대장동 개발 의혹이 대선자금 의혹으로까지 번지자 '사법 리스크 현실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소수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중앙당사 압수수색 다음날인 지난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사 압수수색과 관련해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리스크'가 현실화됐다고 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당연히 이런 사태가 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에 누가 오는 것은 안 된다. 개인으로부터 당으로 전염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 아니냐. 그런 점을 생각해 대표에 있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주장을 (전당대회 전에 이재명 대표에게)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협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1일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어떻게 됐든 민주당도 그것(압수수색)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으면 저는 민주당이 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법원의 결정은 다 받아들여야지 법원의 결정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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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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