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될 것" 네 글자만 반복 … '논의' 실종된 여가부 폐지 간담회

여성가족부 폐지 '편파 간담회' 논란 이후, 여성단체 만난 김현숙 장관

"다 잘될 것, 네 글자만 반복됐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여성가족부·여성단체장 정부조직개편안 간담회'에 참여한 여성단체장들이 간담회 직후 언론에 밝힌 소감은 "이번 간담회는 의견수렴이 아니라 (여가부 폐지를) 통보하기 위한 자리"라는 설명으로 수렴됐다.

단체장들은 이날 간담회가 종료된 오후 4시경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특히 김 장관이 "여가부 축소 및 폐지에 대한 우려의 의견에 대해, 오로지 '다 잘될 것'이란 말로만 일관했다"며 간담회에 임한 김 장관의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했다.

단체장들에 따르면, 간담회에서 김 장관은 단체장들에게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행정안전부가 제안한 안이기 때문에 여가부 역할이 큰 상황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즉 "개편안을 수정·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는 전제 하에, (개편안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을 드리려고 이날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는 게 김 장관의 입장이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김 장관에게) 여가부 기능이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등으로 이관될 시 각 부처를 통합적으로 조직하는 성평등 전담부처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며 (여가부 폐지에 대해) 반대입장을 전달했다"며 "그러나 김 장관은 (개편안 수정·변경은 어려우며 (우려하시는 부분은) '모두 잘될 것'이라는 낙관론만 반복했다"고 간담회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단체장들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발의되기 이전 "여가부와 복지부 사이 업무협의는 단 한 번뿐이었고, 관련 전문가 간담회는 열리지도 않았다"는 여성계 측의 '절차적 정당성' 비판에 대해서도 "열심히 잘 준비했다"는 등의 추상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10일 김 장관의 주재로 열린 '정부조직법 관련 여성계 의견수렴 간담회'에 '여가부 폐지에 반발해온 단체들은 초청받지 못했다'는 편파 간담회 논란이 일어난 이후 마련된 자리이기도 했다.

단체장들에 따르면 김 장관은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단체를 빼놓고 진행된 지난 10일 간담회는 문제적이었다'는 지적에도 "그렇지 않다"고만 언급했다.

이날 간담회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민우회 등 10일 당시 간담회에 초청 받지 못한 여성단체의 단체장들이 참여했지만, 참여 단체장들이 "이미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확정된 사안에, 세부적인 설명을 드리려 부른 것'이라는 게 김 장관의 이날 입장"이었다고 밝히면서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절차적 공정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측의 '불통'에 여성계는 "전국적인 공동행동에 나설 것"이라 예고했다. 단체장들은 "(여가부 폐지안이) 국회의 시간으로 넘어간 상황인 만큼, 여성계는 전국행동 차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국회를 직접 압박할 것"이라며 "성평등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4시경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여성단체장 정부조직개편안 간담회 브리핑 기자회견'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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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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