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핵 대 핵' 강경론 군불…尹대통령에 공간 열어주려?

대통령실, '전술핵 재배치' 여론 살피는 가운데…정진석 "한반도비핵화선언 파기", 김기현 "자체 핵무장"

고조되는 북핵 위기를 지렛대로 여권에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심상치 않게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페이스북에 북한이 최근 공개한 전술핵 운용 훈련을 언급하며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파기돼야 한다"고 썼다.

정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한쪽 당사자인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대한민국을 겨냥한 전술핵 운용부대의 실전훈련까지 하고 있다"며 "우리만 30여 년 전의 남북간 비핵화 공동선언에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되어야 한다"고 했다.

1991년 남북이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사용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비핵화 8원칙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위원장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며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뉘앙스로 말한 대목과 맞물려 파장이 커졌다.

정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이 전술핵 재배치 요구로 해석되는 데 대해 "바로 그것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며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우리가 쉽게 여겨 넘길 수는 없는 것"이라고 수위를 조절했다.

그러나 여권에선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로 인해 남북 합의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판단, '북한의 전술핵은 철수했던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해서 막을 수밖에 없다'는 강경론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궁극적으로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가지고 가야 한다"며 핵무장론에 기름을 부었다.

보수층을 겨냥한 국민의힘 인사들의 정치적 발언에 비해 NPT 체제에 따른 제약과 외교적 여건을 감안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실은 다소 신중한 태도다.

김성한 안보실장은 이날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반복하고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공개 표명하는 등 한반도와 지역 정세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는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압도적인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통한 대북 억제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술핵 재배치나 핵 공유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의 신중론은 전술핵 재배치가 NPT 체제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데다 '핵우산', 즉 확장억제에 전략적 방점을 둔 미국으로부터 호응을 얻기가 난망해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전술핵 배치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한국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이 밝히도록 두겠다"며 "우리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고 거리를 뒀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확장억제 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밝힌 대통령실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이를 중대한 상황 변화로 간주해 강경한 조치들을 공론화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앞서 여권이 제기하는 전술핵 재배치론이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 '핵 대 핵' 강경론을 조성해 윤 대통령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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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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