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할 '소변' 고민? 내 몸의 '긴장'을 되돌아보자

[그녀들의 맛있는 한의학] 24화. 방광이 너무 예민하다고요?

"'내경'에서는 방광은 진액을 저장하고, 기화하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물은 기의 자식이고 기는 물의 부모여서, 기가 흐르면 물도 흐르고 기가 막히면 물도 막힌다.

혹자는 소변은 순전히 걸러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기의 운화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위의 이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內經曰 膀胱者 津液藏焉 氣化則能出矣. 且水者氣之子 氣者水之母 氣行則水行 氣滯則水滯 或者謂 小便純由泌別 不有運化 盖不明此理故也."

-동의보감 내경편 권4 소변(小便) 중에서

"방광염도 아니라는데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이 마려우면 참질 못하겠어요."

"아무 느낌도 없다가 외출하려고 문밖을 나서면 벌써 소변이 마려워요."

방광염도 아니고 노화에 따른 요실금도 아닌데 소변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들이 있다. 너무 자주 그리고 갑작스럽게 소변이 참을 수 없이 마렵고, 물을 많이 마시고 자지도 않았는데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깬다. 가끔은 참지 못하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겉으로도 말짱하고, 검사해도 별문제는 없다. 하지만 환자의 스트레스는 높고 삶의 질은 떨어진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증상을 '과민성 방광'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과민한 위와 장에 이어 마침내 현대인은 방광까지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과민성 방광(overactive bladder, OAB)은 명확한 원인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현대 서양의학에서는 수분섭취의 제한, 소변을 참는 방광훈련 그리고 약물 등을 이용해 이를 치료한다. 방광의 수축을 억제하는 약물이나 방광 근육을 안정시켜 그 용적을 늘리는 약물을 쓴다. 소변을 내보내는 신호를 억제하거나 방광을 좀 편하게 이완시켜 주는 것이다.

한의원에서 이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다른 증상을 치료하러 왔다가 이 문제를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치료를 받았는데, 그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잘 낫지 않은 경우가 많다. 치료가 가능하냐고 묻는 환자의 마음은 '혹시나?' 하는 기대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아닐까 싶다.

문제에 답이 있다고들 한다. 과민성 방광도 그렇다. 특히 과민성 방광 문제는 '과민성'과 '방광'으로 나누어 접근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과민하다'는 것은 반응할 필요가 없는 작은 자극에도 일일이 반응하는 상태를 말한다. 자극에 대한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꼭 필요하지만, 너무 적거나 과하면 둘 다 문제가 된다. 방광에 일정량 이상의 소변이 찼을 때 요의를 느껴야 하는데, 적은 용량에도 이것을 내보내라는 신호가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신경계의 긴장도가 높은 상태에서 자주 발생한다. 방광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과하게 긴장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소화나 수면에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상당수가 본인이 그런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모른다. 긴장이 일상화되고 만성화됐기 때문이다.

신경계의 긴장은 근육을 긴장시키고 기혈의 순환을 방해한다. 방광뿐만 아니라 방광이 위치한 주변 공간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과민성 방광 환자의 경우, 자궁이나 대장의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는 방광 자체를 본다. 방광은 몸통에서 가장 아랫부분에 위치한 일종의 물풍선이다. 방광괄약근이 밸브처럼 소변이 나가는 것을 물리적으로 조절한다. 인체의 모든 부분이 그렇듯 방광 또한 그 부분으로의 순환이 잘 될 때 제 기능을 발휘하는데, 앞서 말한 신경계의 긴장 외에도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나 운동부족 그리고 얕은 호흡 등은 순환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또한 근력의 저하, 특히 나이가 들면서 방광괄약근의 힘이 떨어지는 것도 영향을 준다.

한의학적으로는 폐와 신장, 그리고 방광으로 이어지는 종적인 기능적 라인을 방광의 기능과 순환의 중추로 보고, 간담으로 이어지는 횡적인 기능적 시스템을 신경계 문제의 중요한 요소로 본다. 그래서 과만성 방광 증상을 가진 환자가 '어떤 기능적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지'를 찾아서 그것을 정상화하는 것을 중심으로 방광을 함께 살핀다.

본인의 방광이 너무 과민해서 고생하고 있다면, 먼저 내가 과도한 긴장상태에 놓여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한다. 현악기의 현을 너무 팽팽하게 당기면 작은 자극에도 예민한 소리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긴장을 알아차렸다면 그것을 없애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무엇 때문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것이 카페인이나 당분의 과도한 섭취 같은 나 혼자의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바꾸고, 노력해도 안 되거나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 그 압력을 풀어내고 버텨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방광의 기능과 관련해서는 앞서 이야기한 요소들에 문제가 없는지 살핀다.

문제가 신경계의 과도한 긴장과 방광의 기능이라는 점에서, 운동은 과민성 방광의 회복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 환자들을 치료할 때도 이 점을 강조한다. 깊고 충분한 호흡과 몸의 이완과 인지를 가져오는 정적인 운동과 함께 심장 박동을 올리고 조금 숨이 차게 호흡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을 할 것을 권한다(근육의 볼륨을 키우는 형태의 근력운동은 크게 권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신경계의 균형을 회복하고 방광까지 기혈의 순환이 원활해지면, 같은 치료를 받아도 호전 속도가 빠르고 회복 이후에도 스스로 좋은 기능을 유지 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

과거보다 점점 과민성 혹은 신경성 이라는 말이 앞에 붙은 질병이 늘어나는 것을 느낀다. 사람이 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사람들을 그리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명은 더 발전한다고 하는데 마음의 여유를 잃고 신경이 곤두선 사람들은 자꾸 늘어난다.

분명 뭔가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그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지치고 예민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면역 시스템이, 위와 장이, 그리고 방광이 예민한 환자들을 살피다 보면, 치료받는 사람도 치료하는 사람도 다 같이 힘든 동병상련의 시대를 우리가 함께 살고 있구나 싶다.

ⓒ고은정

그녀들을 위한 레시피 : 진피인삼차

나이를 먹으니 여기저기 고장이 나지 않은 곳이 없다. 몸을 쓰는 일을 하다 보니 무릎이 아프고 저녁이 되면 어깨도 무너지는 느낌이다. 손가락도 손목도 모두 모두 통증으로 편안하지가 않다. 그런데 이런 통증은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다를 뿐 아니라, 좀 쉬거나 하면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아예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별일 아닌 것 같이 시작해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 바로 '소변불리'의 문제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일을 하는 것이 그 원인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나를 위해 다연한의원 김형찬 원장님은 진피인삼차를 처방해주셨다. 기의 기능을 원활히 소통시키고 정체되어 있는 기를 풀어주는 진피에, 원기를 키워주는 인삼을 더해 마시는 차가 바로 진피인삼차다.

나는 운항과의 열매들이 내는 향기를 많이 좋아한다. 미리 준비해둔 진피인삼차를 예쁜 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운항과의 대표적인 과일인 귤의 말린 껍질인 진피가 내주는 향기가 하루 내 긴장 속에서 지내다가 돌아와 앉은 나를 위한 위로가 된다. 차를 마시면 그 향을 맡는 순간부터 이미 좋아질 준비를 하고 있는 나의 몸이 천천히 이완된다. 한껏 날을 세웠던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하게 해준다. 감사한 일이다.

<재료>

진피 50g, 수삼 200g, 꿀 500g물

<만드는 법>

1. 진피는 먼지를 털고 흐르는 물에서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2. 물기를 제거한 진피를 채썰기 한다.

3. 수삼은 깨끗하게 씻어 채를 썬다.

4. 채 썬 진피와 수삼을 꿀에 섞는다.

5. 준비한 재료를 용기에 담아 놓고 필요할 때마다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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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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