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 때문에…9월 한달에만 외환보유액 200억 달러 증발

외환보유액 올 한해만 464억 달러 감소…美 '킹달러' 공격 어쩌나

9월 한달 동안에만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200억 달러 가까이 급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주도하는 '킹달러' 현상이 한국에서도 확연했음이 확인됐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말 외환보유액' 자료를 보면, 올해 9월말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 달러였다. 이는 전월 대비 196억6000만 달러 감소한 수치다.

이는 한달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의 274억2000만 달러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감소액이다.

연준이 주도하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조치로 인해 달러화 가치가 폭등(킹달러)하면서 원화 가치가 폭락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감소,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등으로 인해 지난달의 외환보유액 감소 수준이 컸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해 시장에 적극 개입한 결과 외환이라는 '실탄'의 소모가 컸다는 뜻이다.

한은은 9월 한달 동안에만 달러화 가치가 3.2%가량 평가절상됐다며 시장 개입은 피할 수 없는 조치였다고 밝혔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작년말 기준 4631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올 한해 동안에만 463억5000만 달러 감소했다.

▲9월말 현재 외환보유액 현황. ⓒ한국은행

앞으로도 외환보유액이 계속해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미 연준이 올해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이상씩 끌어올리는 초강경 조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 그만큼 환율 인상 압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은으로서는 원화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외환보유액 감소를 낳게 된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한은은 올해 8월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8위 수준으로 안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보다 외환보유액이 많은 나라는 중국(3조549억 달러), 일본(1조2921억 달러), 스위스(9491억 달러), 러시아(5657억 달러), 인도(5604억 달러), 타이완(5455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4566억 달러)다.

▲9월 한달 동안에만 한국이 보유한 달러화가 200억 달러 가까이 소진됐다.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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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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