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거머쥔 '전광훈 교회'…'알박기'의 승리와 사법 정의

[기고] 재개발조합, '사법 정의'의 이름으로 '500억' 되찾을 방법 있다

알 박기의 승리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은 성북구 장위동 68-37번지 9만4245제곱미터(㎡) 일대에 2004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 철거를 마친 상태였다. 사랑제일교회는 전광훈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로,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산정한 보상금은 82억 원, 법원이 제시한 보상금은 157억 원이었는데, 사랑제일교회는 교회 신축비, 이전비 등을 위한 보상금으로 563억 원을 요구했다. 재개발조합은 대법원에까지 이른 명도소송에서 승소하고 판결문에 따라 여섯 차례에 걸쳐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전광훈을 따르는 극단적인 신도들의 저항으로 모두 실패했다.

결국 2022. 9. 6. 장위10구역재개발조합은 임시총회를 열었고, 전체 조합원 423명 중 221명의 찬성으로 사랑제일교회가 요구하는 500억 원 규모의 보상금 지급안을 통과시켰다. 그 동안 재개발조합 내에서는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 재개발사업을 진행하자는 안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교회가 재개발구역의 한 가운데에 있는데다가 교회를 제외하는 경우에는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서, 어쩔 수 없이 교회 측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정비업계의 평가이다.

전광훈 교회의 사건과 2009년 용산참사는 무엇이 다른가?

용산제4구역 도심재개발사업의 보상내용에 반발하는 상가세입자 26세대가 2008년 4월에 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는데, 다음해 1월에 철거민들에 대한 강제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6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부상당한 참사가 벌어졌다. 이른바 '용산참사'다.

화염병, 쇠파이프 등의 폭력적인 저항이라는 겉모습은 비슷하다. 하지만 2009년 용산제4구역의 철거민들은 쫓겨나면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던데 반해,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는 생존권의 문제를 논할 수 없다. 더구나 용산참사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사태의 원인이었음에도 검찰과 법원은 경찰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처리하고, '시위대의 화염병'을 화재의 원인으로 보았다.

그렇다고 전광훈의 교회에 대해서도 과잉진압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용산제4구역 철거민들의 저항이 생존의 문제였다면, 전광훈 교회의 저항은 알박기였고, 그 알박기가 승리했다는 점이다.

재개발조합은 500억 원을 되찾을 수 있을까?

법원의 강제집행을 실력(實力)으로써 무력화시킨 전광훈과 그 신도들의 행동은 과연 적법한 것일까? 과연 이렇게 해도 괜찮은 것일까? 대한민국의 법은 이렇게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승리를 용인하는 것일까? 장위10구역재개발 조합이 전광훈 교회에게 500억 원을 알박기 보상금으로 주는 게 당연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조합의 2022. 9. 6.자 총회결의와 그에 따른 보상급 지급행위는 민법 제104조의 '궁박으로 인하여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 '궁박(窮迫)'이란 급박한 곤궁, 즉 벗어날 길이 없는 어려운 상태를 말하며, 경제적인 어려움에 한정되지 않고 일체의 절박한 상태를 포함하며, 궁박의 상태는 계속적인 것이든 임시적인 것이든 상관없다. 이 사건에서 법원의 명도판결문에 따른 6차례에 걸친 강제집행이 신도들의 저항에 의해 무력화되었고, 전광훈 교회를 철거시키는 데에 조합에게 더 이상 다른 적법한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체됨으로써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022. 9. 6.자 총회결의와 그에 따른 보상급 지급행위는 이러한 궁박한 상태를 피하기 위해 조합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부득이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재개발조합은 '전광훈의 부제소특약'을 넘어설 수 있을까?

조합의 2022. 9. 6.자 총회결의와 그에 따른 보상급 지급에 대하여, 전광훈 측 변호사는 아마도 그 합의서에 '부제소특약'을 집어넣었을 것이다. 부제소특약(不提訴特約)이란 '민·형사소송 또는 기타 이의(異義)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일반적으로 이러한 부제소특약이 있음에도 소가 제기되면, 법원은 그 소가 적법하지 않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却下)한다. 결국 재개발조합이 500억 원을 다시 반환하라고 소송을 제기해도, 이러한 부제소특약으로 인해 각하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설령 보상금 지급서에 위와 같은 부제소특약 문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부제소특약 자체도 재개발조합의 궁박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민법 제104조를 이유로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의 화염병과 쇠파이프에 의한 저항으로 결국 50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는 인과관계는, 부제소특약에 합의하지 않으면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상황과 규범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전광훈과 그 변호사가 "부제소특약을 집어넣지 않으면 철거에 응하지 않겠다"고 위협을 했을 것이다.

사법의 소극성

'전광훈 교회의 알 박기'가 승리로 귀결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허탈해하고 분개하는 모습을 보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선은 조합이 먼저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법원은 소가 제기되어야만 판단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소극적이라 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정의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만 소를 제기하기 전에 보상금을 가압류 하거나 그 출금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을 해야 한다. 그래야 탕아(蕩兒)들의 탕진(蕩盡)을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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