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구축을 위한 논의에 시동을 건 가운데, 노동부 주최 토론회에서 AI·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윤에 특별목적세를 부과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방안이 제안됐다. 아울러 원·하청 상생을 위해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협력사의 설비와 인력 투자에 환류하는 '이익 공유형' 해법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노동부가 연 'AI 기술혁신에 발맞춘 새로운 사회 혁신의 길'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와 "초과이익에 대한 특별목적세를 도입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어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해선 일정 기준을 정해 초과분에 세금을 거두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이를 산업 내 R&D 투자, 산업단지 현대화, 인재 양성, 하청 및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복지 향상 등 고유 목적에만 활용하는 특별세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를 보면, 초과이익은 산업 경쟁력이나 위기 대응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되거나, 세금으로 환수해 전체 사회에 배분되기도 한다"며 "한국도 재건축으로 인한 이익이 8000만 원이 넘을 때 이익 일부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초과이익 환수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 이중 부담이 되는 건 맞지만,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므로 결국은 대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가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또 사내하청 등 사업장 내 모든 노동자와 성과급을 나누는 방식으로 노사 교섭을 확대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하청노조가 있다면, 원청과 원청노조, 하청노조가 함께 성과급 교섭을 하고, 하청노조가 없는 경우라도 법정기구인 노사협의회를 확대해 각 근로자대표가 모여 성과급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업이익 일부 동반성장기금으로…세액공제 부분 정지 검토해야"
반면 윤동열 건국대학교 교수는 "초과이윤의 개념과 기준이 모호하고, 기업의 자율적인 임금 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사회연대임금이 아닌 '사회연대투자' 개념을 제안했다. 윤 교수는 하청업체에 대한 AI 도입 지원, 스마트공장 구축, 디지털 전환 투자 등을 골자로 하는 '원·하청 공동혁신 투자'를 주장했다.
정승일 박사는 이에 "문제는 누구의 돈으로, 누가 하느냐"라며 "대기업이 자기 돈으로 하거나, 국가가 세금을 걷어서 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통상 하청업체의 지불여력이 낮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이다.
정 박사는 "반도체 산업 내 소재·부품·장비 등을 생산하는 하청업체는 영업이익이 그리 크지 않아 재투자할 만한 여력이 부족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접근해보자"고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사회 기부 차원으로 한 해 영업이익의 1% 정도, 약 1조 원 가량을 투자했는데, 이 정도로 한국 사회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해결되겠나"라고 물었다.
이에 그는 가령 호남 지역에 반도체 생산 기반 시설을 조성할 때 정부 정책자금 대출 등 기존 방식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초과이윤을 낸 원청 대기업 영업이익의 10% 등을 기준으로 한 동반 성장 기금을 조성해 하청업체의 재투자와 인재양성을 지원하자는 구상을 제안했다.
정 박사는 또 "반도체 대기업은 반도체특별법을 통해 법인세 공제도 2, 3중으로 받는다. 올해 세액공제 규모만 20조 원이 넘을 것"이라며 "유례없는 영업이익이 난 시기엔, 이 공제 조항을 정지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제강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도 "성과급은 다층적 누진세인 근로소득세를 통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재분배가 가능한데, 초과이윤을 얻은 기업의 법인세는 충분한가"를 물으며, "현재 과세표준 3000억 원을 초과하면 25% 세율이 적용되고 있는데, 막대한 초과이윤이 집중된 상황에서 세율이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청년 고용에 쓰자", "분배체계 수정 필요" vs "이윤 동기 훼손"
이밖에 기업의 초과이윤에 대한 각기 다른 진단이 펼쳐졌다. 이겨레 민주노총 청년특위원장은 "기업으로부터 거둔 초과이윤 세수는 단기 일자리가 아닌, 청년들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공공·사회적 일자리 재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정 수준 이상의 이윤을 내는 기업엔 고용 총량을 유지하고, 청년 신규고용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유지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반면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초과이윤은 경제학적 개념이 아닐뿐더러, 삼성전자가 실제 초과이윤을 벌었는지 봐야 한다"며 "1983년 이후 2025년까지 누적 기준을 봤을 때, 삼성전자는 올해에야 흑자로 전환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초과이윤 개념이 세팅되면, 자본주의 근간인 이윤 동기와 혁신, 기업가 정신이 훼손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 본부장은 "사회적 재분배는 기업의 역할이 아니다. 초과이윤이 그 수단이 돼선 안된다"며 "기업은 생산활동으로 부가가치를 열심히 창출해서 투자하고 세금을 내며, 국가는 그렇게 벌어들인 세금으로 사회적 재분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흥식 인하대학교 교수는 "지난 60여 년 간 유지된 '대기업·제조업·자동화·수출 중심'의 생산·분배체계를 전면 수정하지 않는 한, AI 도입은 한국 사회가 맞닥뜨린 양극화 문제를 훨씬 심화시킬 것"이라며 "AI 산업정책에 좋은 일자리를 결합하고, AI 생산성 향상을 사회서비스 확대로 연결하고, 산업의 성과를 내수 확대와 생활 안정으로 연결하는 전면적 재구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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