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친(親)문재인'계 대표주자이자 이재명 의원의 유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전해철 의원에 이어 홍 의원까지 뜻을 굽힘으로써 이 의원을 향한 불출마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홍 의원은 2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 "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단결과 혁신의 선두에서 모든 것을 던지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를 내려놓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했다.
홍 의원은 "민주당은 무너져 내린 도덕성을 회복하고 정당의 기본 원칙인 책임정치, 당내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단결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 낼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은 67년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정당이고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 왔다. 이번에도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유능한 정책정당으로 반드시 거듭날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다시 사는 길에 저를 바치겠다"고 했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메시지를 올린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혁신을 하려고 해도 단결해야 되고, 야당으로서의 역할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우리가 단결해야 된다고 본다"며 "제가 불출마하고 이런 것들이 계기가 돼서 새로운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을 거의 재창당하는 수준으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계파 투쟁 프레임이 있다"면서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그런 계파 투쟁 프레임으로 가서는 지금 민주당이 해야 될 과제들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겠다"면서도 "정당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책임지는 것이고, 저 자신도 그런 책임에 일단을 받아들여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저는 내려놨다"고 했다. 책임론의 중심에 서 있는 이 의원 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지난 23일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샵에서 이 의원에게 면전에서 불출마를 종용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이 의원에게 "당의 단결과 통합이 중요한 시기에 이 의원이 나오면 안 된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의원들도 불출마를 주장하자, 이 의원은 "고민해보겠다. 108번뇌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자신을 향해 빗발치는 반발 여론을 직접 목격한 이 의원은 현재 출마 여부를 놓고 장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국 출마 뜻을 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의원은 전날에도 여의도 모처에서 권노갑, 김원기, 임채정, 정대철, 문희상 등 당 원로들과 오찬을 함께하는 등 정치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주말인 지난 25일에는 두 시간가량 지지자들과 트위터를 통해 온라인 소통에 나서는가 하면,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선 공매도 한시적 금지, 유류세 한시적 중단, 여·야·정의 거국비상경제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하며 연일 민생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들에 대해서도 사실상 당권 도전을 위한 몸풀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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