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앞에도 '성장'과 '핵발전'만 외치는 尹 정부, 멈춰세워야

['윤석열 퇴진 경기시국대회' 연쇄기고] ⑤ 기후위기와 尹 퇴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기지역본부, 전국농민회총연맹 경기도연맹 등 30여 개 단체가 모인 '경기시국대회 준비위원회'가 오는 23일 '윤석열 정권 퇴진 경기시국대회'를 연다. 경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정권 퇴진을 외치는 이유와 퇴진 이후 만들어야 할 세상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을 평화, 노동, 평등, 기후위기, 복지, 민주주의 등 각 영역 별로 나눠 싣는다. 편집자

"자본주의는 우리 사회를 쪼개어놓고 우리를 외롭고 힘든 처지로 내몹니다. 우리는 이런 악몽을 털어내고 좀더 나은 것을 위해 싸울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제이슨 히켈)

제이슨 히켈 바르셀로나자치대 환경과학기술연구소 교수는 자신의 저서 <적을수록 풍요롭다>에서 '좋은 삶'에 대해 질문한다. 소위 사회진보의 핵심을 GDP 성장에 두고 있는 우리의 일반적인 사고에 던지는 질문이다. GDP는 결코 우리 삶의 가치에 대한 측정이 아니라는 점. GDP는 가격으로 상징되는 상품 생산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그 총합이 사회적 결과들과는 아무런 직접적인, 인과적인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다. 즉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생산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분배하고 있는지에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경기도는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작은 땅덩어리에 이미 15개의 공항이 있음에도 하나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공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생산력이 우리 삶에 어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인천공항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조금 더 단축시켜 준다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여객 및 화물 수요 예측으로 밀어붙인 사례들이 이미 현존하는 공항들의 심각한 적자로 귀결된 예들을 우리는 자주 목도 하였다. 우리나라 공항들이 한 해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1732만 톤 가량으로, 석탄발전소 네 곳이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시대에 적합한 정책이 아님은 분명하다.

경기국제공항 건설은 수원의 군공항 이전 문제와도 맞닿아있다. 군비를 축소하고 평화를 증진해야 하는 시대의 요구와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다. 더욱이 군사 분야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에 달한다고 하는데, 기후위기 시대에 인류의 생존 방향, 좋은 삶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은 적어도 경기국제공항 건설도, 군 공항 유지도 아닐 것이다. 오히려 군사 분야를 축소하고 기후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더 생산해야 할 것과 멈춰야 할 것은 무엇인가? 국가의 부를 어떻게 노동자와 농민들과 약자들에게 고루 흘러가게 할 것인가? 자본축적 중심의 경제에서 어떻게 하면 인간의 필요와 생태적 안정성을 중심으로 경제를 재조직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제이슨 히켈 교수는 '우리를 성장주의의 폭정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성장주의의 폭정은 인간을 소외시키고, 노동의 급을 나누며, 여성 노동의 가치를 폄훼한다. 성장주의의 폭정은 다른 말로 가부장적인 자본주의의 민낯이며 본질이다. 이반 일리치가 그의 책 <그림자노동>에서 "임금으로 보상받지도 못하고 시장으로부터 가계의 독립성을 지키는 데 기여하지도 않는 노역 형태"의 가장 좋은 예가 가사노동이라고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런 노동형태가 노동집약적 상품 사회가 존속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며, 자본주의의 자본축적 과정에 그림자 노동은 필수적이며 본질적이다. 그 결과 여성의 노동은 남성의 노동보다 가치가 낮은 것으로 여겨지고, 노동시장의 젠더화 현상이 야기되었고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남녀 임금 격차가 10대 6으로 크게 벌어지는 것도 실은 직접적인 임금차별의 영향도 있겠지만 젠더화된 직종의 영향이 더 크다.

성장 이데올로기에 포획된 자본 중심의 사회는 결코 좋은 삶의 기반이 될 수 없다. 끝없는 성장은 불가능하며, 이제는 GDP라는 상품생산측정 지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좋은 삶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고민되어야 한다.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의 현실과 재앙 앞에서, 방사능 폐수와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된 바다를 보며,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번에 끌어올리는 전쟁의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우리는 어떤 '좋은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7위인 대한민국, 국가별로는 13위에 해당하며, 역사적 누적배출량도 17위의 책임이 있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대한민국도 기후 불평등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후 불평등은 대표적인 세대 불평등이다. 우리 삶의 편리를 위해 미래세대에 짐 떠넘기는 불평등이다. 반면에 기후재난에 가장 취약한 것은 노년 세대이며, 그중에서도 여성 노인이다. 지난 2022년 유럽 전역을 강타한 폭염에 6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사망자의 대부분 80세 이상의 노인이었는데, 그중 여성이 남성보다 56%나 더 많이 사망했다. 여성노인이 폭염에 더 취약하다는 방증인데, 이는 여성들이 처한 사회 경제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노인이 남성노인보다 더 빈곤하며, 여성의 빈곤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빈곤의 결과는 재난 상황에 더 취약한 형태로, 폭력의 얼굴로 나타난다. 지난 코로나 19 때에도 전세계적으로 가정폭력이 증가했다는 보고를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신고 건수는 줄었으나 가해자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신고할 수 없었다는 증언들이 잇따랐다. 기후위기로 인한 불평등이 이렇게 세대와 젠더를 교차하며, 수많은 교차지점을 지닌 채 나타난다. 기후대응 정책 전반에 젠더관점이 반영되어야 하며, 성평등 사회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기후정책에 담겨야 하는 이유이다.

성장 이데올로기에 포획된 자본주의는 인간과 비인간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을 위태롭게 한다. 수탈로 유지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지구 평균 기온이 과학의 예측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핵 진흥 중심의 민영화, 시장화를 꾀하는 에너지 정책은 정부 스스로를 난관에 빠뜨리고 있다. 약속한 2030 탄소배출 40% 감축조차 지키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미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참사는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2022년 수도권 폭우에 반지하 일가족이 사망하였고, 2023년에는 오송지하차도 참사와 강원도, 경상북도의 산불, 전라남도 지역의 극심한 가뭄 피해 등이 기후위기의 징조이자 과정인 것을 윤석열 정부는 외면한다.

이 시점에서 좋은 삶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일까.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선택은 언제나 중요하다. 우리의 선택에 선택권이 없는 무수한 인간 비인간 존재들의 미래가, 생존권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택이 적어도 더 많은 경쟁과 더 많은 소비는 아니어야 한다. 한나 아렌트는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고립된 개인들은 쉽게 선동되고 전체주의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고 했다. 당장 우리만 해도 남녀 갈라치기, 세대 갈라치기, 혐오와 비방을 기반으로 집권한 권력을 마주하며 역사의 진보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지 않은가.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위기의 위협 앞에, 국민을 분열하고 선동하며 마치 이익집단처럼 행동하는 권력 앞에 우리는 무엇을 외칠 것인가. 우리를 외롭고 힘든 처지로 내모는 윤석열 정부, 우리는 이런 악몽을 털어내고 좀 더 나은 것을 위해 싸울 용기를 가져야 할 때이다. 11월 23일 경기시국대회로 모여 함께 외치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북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열린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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