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정쟁에 몰두…선거법 개정 불가피"

박찬대 "검찰 독재 정권의 광기 어린 정치 보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가역량을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총집중해도 부족할 판에 정부가 정치 행위도 아닌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당선 무효형이 확정된 자신의 공직선거법 1심 판결을 '정치판결'이라 비판하고 있는 당내 목소리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돼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 나라를 위한 정치는 못하더라도 이런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는 역사가 그리고 국민이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 '정쟁' 등 단어의 구체적인 의미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시기를 고려하면 선거법 유죄판결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이 대표 1심 유죄판결 이후로 해당 판결을 '정치판결', '사법살인' 등이라 비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거운동 자유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토론회' 축사에선 "현행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하기도 한다"며 "지나친 규제와 이현령비현령 식의 법 적용은 정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기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에서는 정치적 표현과 선거운동에 대해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한다고 판결 한 바 있다"며 "더구나 현행 법은 정치신인의 진입에 한계를 두고 있는 만큼 선거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고위에서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외교·안보 분야 기조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윤 대통령도 그간의 입장을 바꿔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며 "정부의 이런 기조변화가 단지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수출로 먹고 살아온 우리나라, 자유무역 시대가 저물면서 유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우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엔 "기민하고 유연한 자세로 국익을 최우선하는 전략적 외교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검찰의 이 대표 추가기소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검찰이 이 대표를 또 다시 기소했다. 기어이 정적을 제거하고 말겠다는 검찰독재 정권의 집착과 광기가 어린 정치보복"이라며 "심지어 이번에 기소한 건은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무혐의 종결처분한 사건이다. 정치보복이란 사실이 너무도 명백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정부·여당을 겨냥해선 "강도영 해양수산부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왜 (수사를) 그만두나", "증빙도 없이 (법인카드) 한도초과 사용한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당장 기소하라", "업무추진비 부정사용 의혹이 있는 류희림 방심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왜 압수수색도 기소도 하지 않는가"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검찰을 향해 "정치보복이 아니라면 최소한 특활비 수십억 원을 흥청망청 증빙도 없이 마구잡이로 쓴 검사들부터 싹 기소하고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에게도 죄를 엄정히 물어야 형평성이 맞지 않겠나"라며 "제대로 증빙 못하는 검찰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는 전액 삭감하고, 검찰개혁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주가조작, 공천개입, 인사개입, 국정농단 의혹들의 진상을 밝히자는 특검에 죽어라 반대하면서 무슨 염치로 제1야당 대표에 대해 험담을 하나"라며 "김건희 여사의 숱한 범죄 의혹 방탄에 앞장서면서 '법은 만민에게 평등하다'는 말을 하는 자신들이 부끄럽지 않나"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야당 대표를 공격하고 비난한다고 김 여사 범죄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김 여사도 다른 국민과 똑같이 수사 받고 잘못이 있다면 처벌을 받으라고 촉구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108명 중에 보편적 상식과 양심을 가진 의원이 10명도 없다면 구제불능 정당, 양심불량의 힘이다"라고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친윤계 윤한홍 의원이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대통령이 명 씨에게 화내는 통화녹취도 공개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서도 "증거인멸, 뒷거래 시도"라며 날을 세웠다. 이 대표 1심 판결 선고 이전까지 민주당의 공세가 이어졌던 '김건희 리스크', '명태균 파동' 등을 다시 띄우고 나선 모양새다.

박 원내대표는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화를 낸 다음 날, 또 다시 전화를 걸어와 1시간 동안 사과하며 정권교체의 어려움을 토로한 녹취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라며 "선택적 녹취공개로 윤 대통령 공천거래 의혹을 물타기 하려는 회유와 증거인멸 교사이자 음흉한 뒷거래 시도"라고 했다.

그는 여당을 겨냥 "윤 대통령이 거짓말과 궤변을 동원하며 특검을 거부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며 "국민의힘은 조작의힘이라 불리지 않으려면 윤 의원을 즉각 징계하고 김건희 특검에 즉각 동의하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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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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