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친문(親문재인)계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이 차기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연이은 선거 패배 책임의 중심에 서 있는 이재명 의원의 당권 포기를 끌어내기 위해, 이 의원의 대항마로 꼽혔던 자신을 산화하는 방향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 의원은 2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하루빨리 수습되고 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비전과 과제가 활발히 논의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저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많은 의견 가운데, 후보 당사자를 포함한 일부 의원에 대한 불출마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며 "당을 생각하는 고심과 바로세우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름대로의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의 혁신과 통합을 위한 진정성으로 이해하고 취지에 동의한다"며 "이번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고, 민주당의 가치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나갈 당 대표와 지도부가 구성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이처럼 당에 필요한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평가받는 장이 돼야 한다"며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의 신뢰를 회복하고, 혁신과 통합, 쇄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소득·자산·기회의 불평등, 인구감소 및 지역 불균형 등을 극복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의제설정과 문제 해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며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행안부 경찰국 신설 등 국정운영의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확실한 문제 제기와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개혁 의제도 민주당이 주도하며 대한민국 정치를 선도해야 한다"며 "이러한 일들을 제대로 하기 위해 당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정착시키고 정책정당, 시스템 정당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의원은 최근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재명 의원이 8월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하면 저 역시도 피하지 않겠다"(16일 중앙일보), "책임지는 분들은 또 책임지는 그런 분위기가 된다면 저 역시 반드시 출마를 고집해야 되냐라는 부분에 대해서 고심을 하고 있다"(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고 말하며, 이 의원 불출마 시 자신 또한 출마 결심을 접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당 내 반발 여론에도 당권을 포기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선제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통해 이 의원의 포기를 촉구한 것이다.
당내 여러 그룹으로부터 '전해철-홍영표-이재명 3자 동반 불출마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전 의원이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이 의원에 대한 불출마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날로 예정된 민주당 워크숍에서 '이재명 책임론'이 더욱 분출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준 셈이 됐다.
이날도 당 재선 의원들은 비공개 토론회를 통해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의 중요한 책임 있는 분들 전당대회 나서지 말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전 의원과 함께 이 의원의 대항마로 꼽혔던 홍영표 의원 등이 불출마 선언에 동참할 경우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극대화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 의원에게 부담이 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다만 전 의원이 불출마 선언에 앞서 홍 의원과 교감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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