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여성가족부의 '대선 공약 개발' 의혹 등 전 정권 수사에 본격 착수하며 사정 정국을 예고했다. 검찰이 오는 9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 시행 전까지 사정 작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사력이 '윗선'에까지 이를지 주목된다.
검찰은 지난 14일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하던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초기 임기가 끝나지 않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박 의원을 수사선상에 올린 것이다.
검찰은 당시 행정관이던 박 의원이 산업부에서 운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던 A 씨를 통해 산하기관장 사표를 받으라는 청와대의 뜻을 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산업부 전·현직 관계자 조사와 산업부 압수수색을 통해 박 의원이 A 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에 대한 혐의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업부 산하기관장을 압박해 사표를 받아내는 등 직권을 남용해 인사에 개입한 혐의와 닿아있다.
15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지난 2018년 한명숙 전 총리의 측근 황창화 씨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면접 예상 질문과 답변 등을 황 씨에게 미리 건네준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황 씨는 산업부의 사퇴 종용으로 사표를 낸 김경원 전 사장 후임으로 임명됐다.
백 전 장관은 검찰이 지난 13일 구속 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앞서 9일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14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백 전 장관에 이어 박 의원의 신병 확보에 나서면서 수사를 문재인 정부 윗선으로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아울러 14일 여성가족부의 '대선 공약 개발' 의혹과 관련해 최근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과 김경선 전 차관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민주당으로부터 20대 대선 공약에 활용할 자료를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자료를 제공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사에서 공약 초안 작성을 위한 회의를 지시하거나 이에 대한 구체적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김 전 차관과 공무원 B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B 씨는 민주당 정책연구위원으로부터 대선 공약에 활용할 자료를 요구받고, 부서 내 각 실·국에 정책 공약 초안 작성을 요청한 혐의를, 김 전 차관은 관련 업무를 총괄한 혐의를 받았다.
이처럼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문재인 정권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 등을 수사 중이며, 수원지검에는 이재명 민주당 의원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분당 백현동 아파트 용도 변경 특혜 의혹 등 사건들이 접수돼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 확대에 대해 "정치 보복의 신호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정치적 의도로 검찰의 수사를 정치화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라고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한편 박상혁 의원은 이날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인사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제게 지난 7일 검찰이 산업부 전 장관 등이 고발된 사건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고, 저는 '필요하다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일정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다"며 "그런데 어제 특정 언론을 통한 단독 보도라는 형식을 빌려 제가 수사대상으로 지목됐다. 언론에 흘리고, 표적 만들고, 그림을 그렸던 구태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박 의원은 "의정활동에 충실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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