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분만 좋다 말았다" … 인수위 '과학 보상'에 분노한 상인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기자회견 "손실보상은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 발표에 자영업자들이 "(후보 시절) 약속을 정면으로 저버린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9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지역골목상권활성화협의회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들은 28일 인수위 측의 코로나 손실보상 발표를 두고 "알맹이 없는 발표를 가리기 위한 화장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상인들은 "(인수위 측이) 피해지원금 지급과 손실보상제 강화, 금융구조 패키지 지원, 세제·세정 지원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면서도 "그러나 인수위 브리핑은 '소상공인 영업이익 손실 54조 원'이라는 추계와 '맞춤형 지원'이라는 꾸밈말 외에는 손실보상률, 피해지원금액, 시행시기, 집행방법 등 어떤 실질적 내용도 제시되지 않아 빈껍데기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코로나 기간의 손실보상을 소급적용하는 대신 '개별업체별, 업종별 차등지원 피해지원금'으로 갈음하겠다고 밝힌 인수위 측 태도에 대해 "지원 규모 축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당선인이 온전한 손실보상 공약을 스스로 폐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발언에 나선 성수빈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정책국장은 "(인수위가) 손실보상을 하지 않는 대신에 '피해지원'을 하겠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피해지원은 그간 자영업자들이 방역대책에 협조하면서 입었던 피해들에 대한 시혜성 차원의 정책 같다"며 "손실보상은 자영업자들이 실제적으로 입은 손실에 대해서 국가가 (의무적으로) 보상해 주는 것이다. 피해지원으로 손실보상을 갈음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 지원 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중소 여행사 단체에 소속해 있기도 한 강순영 골목상권협의회 부회장은 "(손실보상 범위에) 여행업이 들어갔단 소식에 여행업계 사람들이 딱 10분 정도 좋다 말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무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인수위는) 정부 출범 이후에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겠다는데, 그 사이에 저희는 전부 고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중선 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도 "어제 (인수위) 발표 내용을 보면 (인수위가) 과학적인 수치다, 통계다, 그렇게 얘기했는데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다. 정말 두루뭉술한, 아름다운 언어들만 조합된 땜빵식 발표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구체적이고 정확한, 말 그대로 과학적인 통계에 의해서 손실을 보상할 수 있는 계획을 (인수위가) 보여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서치원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공정경제팀장은 "온전한 손실보상은 곧 헌법 정신의 발로"라며 소급적용을 포함한 온전한 손실보상이 "시혜가 아닌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이 이야기하는 건 어려우니까 좀 도와달라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무 잘못도 없이 (방역대책에 의해) 재산권이 침해된 일에 대한 정당한 보상 요구"라며 "(인수위에겐) 손실보상이 시혜적인인 권리인가, 해줘도 되고 안 해줘도 되는 권리인가, 과연 그런가" 되물었다.

▲29일 오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 관계자들 ⓒ프레시안(한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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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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