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사상검증이 공천 혁신인가"…여성계, 국민의힘 PPAT 비판

국민의힘 공천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혁신도 공정도 실력도 없다"

국민의힘 공천후보자 기초자격평가(이하 PPAT)가 17일로 예정된 가운데, PPAT 강의안 및 예상문제 내용을 두고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3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 PPAT 강의안과 예상문제를 가리켜 "분석·판단력을 측정하는 명확한 기준도 없고, 견해의 차이를 좁혀가는 설득과 토론의 과정도 등한시한다"고 비판했다. "이미 정해져 있는 답을 맞히는 능력이 정치인의 능력도 자격도 아닐 것이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게 여세연 측 지적이다.

특히 이들은 예상문제집의 '현안분석능력-당 정책' 부문 일부 문제에 대해 "페미니즘에 대한 사상검증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국민의힘은) 정치인의 자격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수천 년 동안 지속된 남성 중심의 정치질서에 대해 최소한의 문제의식도 없다"고 평했다.

가령 국민의힘 당원교육자료실에 지나달 21일 업로드된 '공직후보자 역량강화 제6강 안전과 사회' 자료 속 5번 문항에선 '불법콘텐츠 범죄' 문제와 관련해서 "이 땅에서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선 다소의 인권도 희생해야 해. 국가가 더 강력한 중앙통제, 선제검열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범죄를 원천 차단해야 해"라는 보기가 오답으로 제시됐다.

▲국민의힘 PPAT 제6강 안전과 사회 부문 연습문제 5번 문항의 보기들. (4번이 오답) ⓒ국민의힘 제공

여세연 측은 이러한 지문과 오답의 구성 방식이 "N번방 방지법 등 불법콘텐츠 범죄에 대한 통제를 '다소의 인권을 희생하는' '중앙통제', '선제검열 방식' 등으로 여기는" 인식과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해당 문항에서 오답으로 제시된 "다소의 인권을 희생하는" "통제" "검열" 등의 개념은 지난해 12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이 시행될 당시 국민의힘 측이 해당 법안을 비판하는 주요 논리로 사용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자신의 페이스북에 N번방 방지법에 대해 "절대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고 쓴 바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은 '오픈 대화방이 아닌 사적 대화는 (N번방 방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필터링 대상도 공개적으로 유통되는 정보에 한해 적용된다'며 국민의힘 측 논리를 반박하기도 했다.

황연주 여세연 사무국장은 1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PPAT) 문제의 핵심은 어떤 이슈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의견 등을 가로막는 평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N번방 등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오픈 대화방 등을 관리한다고 했을 때, 이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특정 당이 이에 반대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관련 의제에 대해 종합적으로 토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 당 방침은 이러하다. 당신이 이에 동의하는지 안 하는지를 묻겠다'라고 하는 평가 방식이 과연 옳은 평가 방식인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PPAT가) 공천 혁신이라 (국민의힘 측은) 주장하지만, 이런 방식의 평가는 오히려 당내 토론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삭제해 버리는 다소 전체주의적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여세연 측은 이외에도 성폭력 분야를 포함하고 있는 국민의힘 PPAT '안전과 사회' 강의안 내용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 강의안이 "가정폭력, 스토킹범죄, 디지털 성범죄의 중요한 특성인 가해자·피해자의 남녀 비율과 같은 객관적인 자료들을 삭제한 채 설명"하고 "권력형 성범죄를 '권력이 갖는 독특한 메커니즘' 때문에 일어난다거나 성인지 감수성을 '역지사지의 생각'으로 설명"하는 등 "성별화된 젠더규범과 권력관계와 같은 구조적 맥락을 삭제해버리고 있다"며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젠더(개념)'를 삭제하고, 차별과 폭력의 현실과 구조를 교묘히 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런 시험으로 정치인의 자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으며, 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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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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