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잠비크에서 일어난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났다면, 한국 기관들은 이렇게 투자했을까? 민간인 살해, 인권 유린 등 한국에서 절대 수용 못 할 문제는 모잠비크에서도 수용할 수 없다. 우린 다 똑같은 인간이다.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건 모잠비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인권 유린 사태를 뒷받침하는 일이라는 걸 꼭 생각해 달라."
지난 22일 <프레시안>과 만난 케테 미렐라 푸모(Kete Mirela Fumo) 씨와 다니엘 리베이로(Daniel Ribeiro) 씨가 한목소리로 말했다. 모잠비크 환경운동 단체 JA(Justica Ambiental·환경 정의)의 활동가들이다. 이들이 자국으로부터 1만 5400여km 떨어진 지구 반대편에서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하나다.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에 투자한 한국 공공기관과 기업에 정의롭고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모잠비크 가스전은 모잠비크 북부 해상의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LNG 사업으로, 아프리카 대륙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주목은 곧 우려로 바뀌었다. 강제 이주와 불충분한 보상 등 사업의 문제뿐 아니라, 모잠비크 사회가 급속도로 불안정해지는 과정에 가스전 사업도 일부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다. 2021년 1200여 명의 사망자를 낳은 '팔마 사태'는 대표적인 사례다.
개발이 본격화한 지 올해로 8년이 더 넘었다. 그동안 모잠비크에선 무슨 일이 벌어져 왔을까. 또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은 뭘까. 서울 성수동 인근에서 두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모잠비크 부자 만들어준다? 실상은 빈곤 심화
케테 씨는 먼저 가스전 사업이 지역 빈곤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LNG 플랜트 등이 개발될 해안가의 주민들이 해안에서 10~15km 떨어진 내륙으로 강제 이주됐는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보상과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광범위한 피해가 양산됐다는 것이다.
그는 "운영사는 강제 이주된 주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고 약속했지만, 많은 주민이 아직까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생업 문제가 특히 심각한데, 농지를 잃은 농부에게 제대로 된 대체 농지를 주지 않고 어업지를 빼앗긴 어부들도 제대로 된 어업 대체지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0ha(헥타르) 농지를 가졌던 농부가 1ha 농지를 보상받는다거나, 수세대 동안 해안에 살며 물고기를 잡았던 어촌 공동체가 해안에서 10~15km 떨어진 내륙으로 강제 이주돼 생계 수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케테 씨는 "운영사는 교통수단을 제공하긴 했지만, 지나치게 역부족이었다"며 "아예 군사 보호 지역을 어업 대체지로 받은 어부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가스전 관련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거나, 군사 활동이 언제든 가능해 위험하니 어부들은 예전처럼 일을 할 수 없었다. "많은 주민이 다른 수역을 찾아 떠나거나 생업을 포기했다"고 케테 씨는 전했다.
간접 피해도 컸다. 강제 이주된 주민들이 재정착한 지역의 농민들이다. 운영사는 이들의 주거지를 만들기 위해 기존 주민의 농지를 활용했다. 케테 씨는 "빼앗긴 농지에 대해 다른 대체 수단을 제공한다고 약속해 놓고, 보상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또 농지 보상이 짧게는 2~3년, 길게는 6년이 걸리는데, 이는 6년 동안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케테 씨는 "이 사업으로 매우 많은 지역 사회가 직간접적인 여파를 겪었다"며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토지보다 훨씬 더 넓은 토지가 영향받았다"고 지적했다.
불안한 정세, 촉매제 된 가스전 개발
이후 이어진 '군사화'는 주민 생명·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했다. 모잠비크에 2000~2010년대 빈곤, 불평등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가 누적되며 사회 불안정이 극심해졌다. 이 과정에서 2017년경 '알샤바브'라 불리는 극단주의 반군 집단이 힘을 얻었다. 다니엘 씨는 "이런 사상은 원래 동아프리카 지역에 계속 있어 왔는데, 지난 10여 년간 청년들의 참여율이 굉장히 높아진 점이 다르다"며 "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 사회경제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모잠비크 북부에서 반군이 세를 넓혀 치안이 악화하자, 개발 사업지의 군사화가 시작됐다. 2017년경 모잠비크 군인과 민간 보안업체들이 개발지에 투입되며 경비를 강화했다. 다니엘 씨는 "이것이 오히려 반군 세력이 커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며 "모잠비크는 전 세계 빈곤국 순위 10위 안에 든다. 자원 자체가 굉장히 부족한데, 군사화를 진행하면서 군사들에게 제대로 된 훈련이나 월급도 지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어떤 시점에 이르러선 급기야 군인들이 절도하거나, 납치, 성폭력 등의 인권유린 사태를 일으키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다니엘 씨는 "자기 가족이 괴롭힘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면, 그리고 이런 문제를 봤다면, 여기에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더 많은 청년이 반군에 합류하게 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며 "가스전 개발을 보호하려고 도입된 군사 시스템이 심각한 인권 유린 사태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2021년 3월 '팔마 사태'까지 발생했다. 반군이 가스전 개발 사업 건설 현장 인근의 팔마시를 습격한 사태다. 운영사 토탈에너지(프랑스기업)가 사업 부지의 군사 보호가 취약하다며 강화를 요구해 군인 800여 명이 증원된 지 3개월 후다. 내전이 벌어졌고, 그 결과 119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200여 명이 납치됐다. 이후 지금까지도 반군에 의해서든, 정부군에 의해서든 무력 분쟁, 민간인 사살 등이 꾸준히 발생했다. 2023년 1월 기준, 사망자 수는 4500여 명, 실향민은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왜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까? 우선 당시 군은 민간인을 전혀 보호하지 않고 가스전 사업지를 보호했다. 또한 토탈에너지가 민간인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정황 증거는 계속 나오고 있다. 당시 인명 구출을 위해 헬리콥터를 띄웠는데, 연료가 부족해 토탈에너지사에 연료 사용을 묻자 거절당했고, 이에 헬리콥터가 다시 떠났던 지역으로 선회하면서 탑승자들이 전원 사망한 사건이 있다."
다니엘 씨는 "개발 구역 내로 대피하려던 민간인들의 진입을 막아 피해자들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또 '컨테이너 학살' 사건을 언급하며 "사업 부지 내의 한 컨테이너에서 군인의 민간인 살해 사건이 일어났는데, 토탈에너지가 이를 알았는지 UN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프랑스 검찰은 토탈에너지를 대상으로 과실치사, 구조·지원의무 불이행 등의 혐의로 예비 수사를 하고 있다. 팔마사태 생존자와 피해 유족은 2023년 10월 토탈에너지가 해당 지역의 보안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안전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토탈에너지를 고소했다.
다니엘 씨는 "이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기관에 '적어도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투자 결정을 미뤄달라'고 요구한다"며 "한국은 이 개발사업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수출입은행·한국가스공사 등 3조 6000억여 원 지원
모잠비크 가스전은 크게 두 개 광구에서 개발이 이뤄진다. 1광구에선 1개 사업이, 4광구에선 3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 기관은 모든 사업에 참여했다. 공공기관을 보면, 2023년 8월 기준 한국수출입은행이 총 1조 9870억 원의 금융 지원을, 산업은행은 총 3577억 원을, 무역보험공사는 1조 3300억 원의 금융 지원을 제공했다. 한국가스공사는 4광구(3개 사업) 사업 지분 10%를 보유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3년 8월까지 누적 사업비는 1조 2000억원이다.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은 사업 운용에 핵심이 되는 LNG 운반선 건조, 육상 플랜트 공사 등으로 각 사업에 참여했다. 이 중 삼성중공업의 참여 비중이 가장 크다. 현재 건설 중단 상태인 1광구의 개발 사업과 관련해선 LNG 운반선 8척 건조도 계약을 예정해 뒀다.
두 활동가는 가스전 개발과 모잠비크 내 지정학적 불안정은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봤다. 다니엘 씨는 "사회경제적 불만이 고조하는 데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며 "모잠비크가 부자 국가가 된다느니, 일자리가 창출된다느니 약속해 기대를 부풀렸으나, 실상은 그 반대로 삶의 수준은 악화하거나 그대로였다"고 했다. 나아가 모잠비크 정부가 이 사업을 담보로 불법 대출을 받았고, 이에 따라 2016년 IMF 등의 국제기구에서 원조가 대부분 끊기며 의료, 교육 등 사회 인프라가 붕괴하기도 했다.
가스전 사업이 재개한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폭력 사태가 심화하는 건 또 다른 방증이다. 케테 씨는 "특히 올해 초, 정부가 중단됐던 1광구 개발사업 재개를 공식 발표하자 폭력 사태가 훨씬 더 심각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이 참여하는 '코랄 사우스 프로젝트'(4광구 사업 중 하나)도 2022년에 진행되면서 이 해안가에 군사화가 더 강화됐고, 어민들이 큰 피해를 봤다"며 "이 부근은 폭력 사태가 빈번해졌고, 지난 7, 8, 9월 민간인이 죽는 사건도 연이어 벌어졌다"고 밝혔다.
다니엘 씨는 "개발 사업을 재개하기엔 여전히 위험하다"며 "아직 반군 활동이 너무나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는 "토탈에너지나 정부는 보안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며 사업을 재개하나, 안전은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라며 "사업을 연기할수록 비용이 발생하니, 이윤만 생각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명확히 두 가지를 요구한다. 두 활동가는 "이 개발 사업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아달라. 그리고 이를 모두 고려해서 투자 여부를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다니엘 씨는 "특히 이 사업은 우리가 가진 탄소예산의 약 17%(220억 톤 CO₂)를 소비하게 된다. 엄청난 수치"라며 "한국이 기후 위기를 진정 우려한다면 이 사업엔 참여하지 않는 게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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