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4시간에 1명은 죽는다…단지 일하다가"

민주노총·정의당 '새 정부 노동자 시민 생명 안전 우선과제 토론회' 개최

한국의 노동자들은 '왜 이렇게 많이 죽는가?' 

민주노총과 정의당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림비전센터에서 '새 정부 노동자 시민 생명 안전 우선과제 토론회'를 열고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이유와 대안을 탐구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1990년도에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2236명, 2020년 기준으로 2062명이다. (90년 이후) 32년이 지나 경제 대국, 선진국이라지만 매일 일터에서 4시간에 1명이 일하다가 죽는 나라, 대한민국이다"라며 토론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산림비전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 노동자 시민 생명 안전 우선과제 토론회'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는 류호정 정의당 의원 ⓒ프레시안(한예섭)

반복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의 원인으론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은 노동현장 안전에 대한 '구조적인 구멍'이 지목됐다.

'생명 안전 10대 과제와 새 정부 우선 해결 과제'의 발표를 맡은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현행 산안법이 "업종의 규모에 따른 적용제외를 남발"하고 있으며 아예 "적용 법조를 찾기 어려운 노동현장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제외 및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로 중대재해의 80%가 사실상 적용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사고사망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업의 핵심원인은 발주처의 책임 강화"임에도 불구하고 "발주, 설계, 시공, 감리 각 주체가 안전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는 건설안전 특별법은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노동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위험의 외주화 금지 확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및 건설안전특별법, 노후설비 특별법 제정 △모든 노동자의 산재보험 전면 적용 및 보상과 재활 확대 △직업병 인정기준 개정 및 심사승인제도 개혁 등을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최 실장은 "(노동자) 생명 안전이 법전에서의 보호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해 "생명 안전 일자리 창출과 확대"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노동 현장의 안전인력 구축 체계가 "중소사업장의 1회성 예산지원 산재예방사업이 아니라 중소사업자의 공동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노동자 생명 안전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생명 안전 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 확대"를 동시에 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재해 및 과로사 예방을 위한 인력기준 법제화 △감독행정 개혁 및 산업안전보건청의 설립 등을 제시했다.

생명안전 정책 추진과정에서의 '노동자 참여와 권리 보장'이 마지막 과제로 꼽혔다. 최 실장은 "노동자 참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제도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며 작업중지권 보장 및 노동자 참여 확대 등을 통해 노동자가 "위험에 대한 알 권리,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권리, 예방 및 사고조사에 참여할 권리,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영등포구 산림비전센터에서 열린 '새 정부 노동자 시민 생명 안전 우선과제 토론회'에 참여한 발표자들 ⓒ프레시안(한예섭)

이날 토론회엔 지난달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천정크레인 보수작업을 수행하다 사망한 사내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38) 씨의 유족들도 참여했다.

고인의 아내 권금희 씨는 "남편은 하루아침에 억울하게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사과조차도 없다"며 "남편과 같은 죽음이 다시 나오지 않길 바라면서 저희도 참여했다. 함께 힘을 내서 다 같이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토론회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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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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