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가해자 가족이 찾아와 피해자 압박"…대전 구즉신협에서 무슨 일이?

대전 구즉신협 성추행·괴롭힘 대책위 "성추행 신고에도 가해자는 3달 넘게 정상출근"

직원들에게 성추행, 성희롱 및 얼차려 강요 등의 인권침해행위를 가한 대전시 소재 구즉신협 고위간부가 진상조사 착수 이후에도 3개월 이상 정상 출근하는 등 별다른 제재조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즉신협 직장 내 성추행·괴롭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5일 대전 구즉신협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즉신협은 사건이 접수된 지 3개월이 넘도록 제대로 조사조차 이행하지 않으며, 가장 기본적인 가해자 분리조치조차 시행하지 않았다"며 "가해자가 정상 출근 함에 따라 피해자 회유와 가해자 친족에 의한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즉신협의 직장 내 성추행·괴롭힘 문제는 지난 1월 5일 해당 기업 직원 26명 중 19명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추행 피해를 대전고용노동청에 신고하며 불거졌다. 

피해자들은 구즉신협의 이00 전무가 여성 직원의 손을 강제로 잡거나 껴안고, 허리 등 신체 일부를 만지는 성추행 행위를 일삼았다 고발하며 일부 행위의 사진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이00 전무는 이외에도 폐쇄회로(CC)TV를 이용한 직원 감시, 사적 심부름, 초과근무와 주말근무 등의 강요, 이에 응하지 않는 이에 대한 인사 상의 불이익, 여성 직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 남성 직원에 대한 얼차려 등 다양한 인권침해 행위를 지속해왔다.

이상목 사무연대노조 구즉신협 지부장은 "(이00 전무가) 사무실내에서 골프 연습을 하면서 근무시간에 일하는 직원에게 공을 주워 오게 시키고, 지점에서 마감하고 온 여직원 손을 잡아 강제로 골프채를 쥐어주고 해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며 "상시적인 직장 내 괴롭힘은 너무 종류가 많아서 현기증이 날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전고용노동청이 구즉신협에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이후 3개월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조사는커녕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조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이 지부장은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해자는 매일 정상 출근하며 피해자들에게 2차가해를 저지르고 있으며, 심지어 친족까지 동원해 피해자를 협박하고 CCTV 하드디스크를 임의로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까지 노골적으로 행하고 있다"며 가해자자의 2차가해 행위도 고발했다. 허은구 사무연대노조 대책위 간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한 번은 가해자 이00 전무의 아내가 사업장에 찾아와 성추행 피해자를 직접 만났다"며 "1시간가량 피해자와 대화하며 '남자가 술 먹고 그럴 수도 있다, 그걸 이해 못 해주냐'는 식으로 피해자를 압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했다.

대책위는 이00 전무 개인뿐 아니라 구즉신협 경영진 전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에 가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구즉신협 구선회 이사장과 박철규 상임이사, 이사회"가 "거듭된 신협중앙회의 가해자 직권정지 통지도 묵살하며, 가해자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성추행·괴롭힘을 신고하고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수개월이 지난 자료를 들춰내 시말서를 강요하는 등 노골적으로 피해자를 탄압하고 있다"며 "비단 이00전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경영진 전체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구즉신협 피해 직원들이 설립한 전국사무연대노동조합 구즉신협지부를 중심으로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여민회, 성폭력상담소 다힘, 사무연대노조, 민주노총 대전본부, 직장갑질119, 정의당, 진보당, 녹색당 대전시당 등 대전지역 여성·노동단체 및 진보정당들이 모여 공동개최했다.

피해대책위를 공동 구성한 이들은 신협중앙회에 가해자 이00 전무와 구즉신협 경영진에 대한 검사를 청구하고, 노동청 고소 및 진정도 진행할 예정이다.

▲구즉신협 직장 내 성추행·괴롭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 ⓒ전국사무연대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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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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