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성폭력 피해자 향한 군의 조직적 2차 가해

해군 산하 모 기관, 대위 출신 군무원 성폭력 피해 후 "위계 흐린다" 비난

해군 산하 기관에서 기관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겪은 해군 군무원이, 기관장의 해임 후에도 조직적인 괴롭힘을 겪던 중 상급자에게 '역고소'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치 않는 악수를 하고 팔을 쓰다듬는 등 성적 수치심을 줬다"는 강제추행 혐의다. 고소인이 기관장의 아들과 해군사관학교 동기인 것으로 전해지며 '괴롭히기식 고소'라는 게 해당 군무원 측 주장이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보를 공개했다. 센터는 "군 내 성폭력 피해가 알려졌을 때 피해자가 어떤 피해까지 겪는지 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피해 군무원은 '위계질서를 흐린다'는 이유로 업무 배제 등 조직적인 괴롭힘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에 따르면 전문관인 피해자 ㄱ 군무원은 해군 대위 출신으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팀장으로 승진했다. ㄱ 군무원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B 소령은 팀원이었으나, 해군사관학교 출신 현역군인으로 ㄱ 군무원보다 상급자였다는 것이 센터 측의 설명이다.

ㄱ 군무원은 지난 2019년 회식 자리에서 A 전 기관장으로부터 입맞춤 시도 등의 성추행을 겪었다. A 전 기관장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전 함장(대령) 출신으로 전해졌다. 같은 자리에 동석한 목격자 중 누군가의 신고로 사건이 알려지며 A 전 기관장은 보직해임 됐다. ㄱ 군무원은 곧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히며 따돌림을 겪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실제로 B 소령은 '군무원이 팀장을 하는 것은 위계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번은 ㄱ 군무원은 B 소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던 중 실수로 '님'자를 빼먹었다는 이유로 심한 질책을 듣고 B 소령에게 해명과 사과를 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센터는 "평소 B 소령을 어려워한 ㄱ 군무원이 먼저 공개적인 장소에서 B 소령을 만졌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장이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괴롭히다 역고소까지 한 해군 사건 관련 내용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숙경 군인권센터 부설 성폭력상담소장은 "B 소령은 고소 이후 관련 증거를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은 채 1년 휴직 신청 후 중국으로 떠난 상태"라며 "ㄱ 군무원은 B 소령을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나 피의자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군 군사경찰은 사건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ㄱ 군무원 측에 알리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인 ㄱ 군무원이 조용히 떠나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조직적인 2치 가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소장에 따르면, A 전 기관장 해임 후 새로 부임한 C 기관장은 ㄱ 군무원과 면담하며 "네 얘기를 인수인계 받았다"며 여군 간담회와 여러 교관, 기관 등 ㄱ 군무원을 거쳐 간 사람 중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만을 골라 '표적감찰'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또 "출중한 업무 능력으로 표창까지 받은 ㄱ 군무원이, 자신의 업무 내용을 공유받지도 못하고 업무 배제됐다"고도 주장했다. ㄱ 군무원의 담당 업무가 ㄱ 군무원도 모르게 타 교관 담당으로 바뀌었는데 ㄱ 군무원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D 중령에게 업무 보고하자 E 중령은 난데없이 "ㄱ 군무원은 자기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군에서 결정한 것에 따르면 되지, 다른 사람 불편하게 말을 번복한다", "군무원 교관이 팀장을 맞는 게 맞냐", "(팀원인 B 소령은) 고급 인력인데 허드렛일을 해선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D 중령은 앞선 A 전 기관장의 보직해임에 대해서도 ㄱ 군무원에게 "나는 군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며 "(A 전 기관장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지휘관인데 그렇게 해임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을 문제 삼았으면 법적 소송을 끝까지 할 거다"라는 등 위협성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소장은 "D 중령의 노골적인 말은 조직의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피해자를 업무배제하는 등의 조직적인 따돌림, 표적감찰 등은 다른 사건에서도 나타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한 해 故 이예람 육군중사를 비롯해 여러 성폭력 피해를 겪고도 조직, 또는 세상을 떠난 피해자가 부지기수"라며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군의 세태와 신고하면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겠다는 신호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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