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언론의 '받아쓰기', 혐오 표현에 정당성 부여해주고 있다"

[인터뷰]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수 있었던 온라인 혐오 표현을 정치권과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면서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있어요."

지난달 25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김민정(48)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이후 정치권과 언론이 20대 남성에 주목하면서 일부 온라인 이용자의 자극적 언설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일조했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GS25 편의점 행사 홍보 포스터의 집게 손가락 이미지다. 당시 남초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을 한 정치인이 소셜미디어(SNS)에서 언급했고 언론에서 해당 정치인의 발언을 '받아쓰기' 시작하면서 해당 이미지에 대한 작성자의 불만이 '정당한 문제제기'로 끌어올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남초 커뮤니티에 해당 글을 올린 이들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봤다. "우리끼리 떠들고 끝나는 말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을 오래 연구해 온 관련 분야 전문가다. 최근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주최한 '방치된 혐오: 온라인 폭력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기도 했다. <한겨레> 시민편집인을 맡았고 언론윤리헌장 제정위원회 및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연구위원회에 참여하는 등 언론 환경에 조예가 깊다. <프레시안>은 김 교수에게 이번 인터뷰에서 지난 온라인 폭력 토론회에 기초해 한국 사회에서 혐오 표현이 확대 재생산 되는 고리와 혐오 표현을 막을 해법을 질문했다. 

김 교수는 언론이 혐오를 조장하는 허위 정보를 일차적으로 생산하지 않더라도 이를 단순 인용함에 따라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어 내는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혐오 표현이 주로 생산되고 퍼지는 매개체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라고 해도 "소셜미디어에서는 구독자 위주로 한정적으로 정보가 유통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용자 설문 조사 등을 보면 실제로 혐오 표현을 사용하거나 댓글을 다는 이들의 비중이 10%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언론이 이를 특정 집단, 예를 들어 20대 남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언론이 지배적인 정서로 확인되지 않은 사항의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은 이득을 위해 혐오를 "이용"하는 것으로 김 교수는 봤다. 불평등 심화, 실업률 상승 등 사회경제적 문제로 불만에 찬 개인들이 손쉬운 심리적 해결책으로 소수자와 약자를 비난하는 혐오를 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이 같은 심리에 편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정치인들이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는 대신, 당장 표를 얻기 위해 직관적으로 와 닿는 혐오를 이용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우파 포퓰리즘 정치가 득세할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를 이용해 가장 성공한 정치인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고 현재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언론은 기사 조회수를 의식해, 정치인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 혐오 표현을 실어 나르지만 "그 폐해는 심각하다." 김 교수는 "정치인과 언론이 인용하면 인용할수록 혐오 표현을 하는 이들에게 허용과 승인의 신호가 가고, 혐오 표현이 더욱 확산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 작동을 멈추는 효과를 낳는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연구실에서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인터뷰를 위해 <프레시안>과 만났다. ⓒ프레시안(한예섭)

'불쾌한 말'과 혐오 표현은 다르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극단적 표현과 혐오 표현의 개념이 혼재돼 사용됨을 우려했다.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표현, 들어서 불쾌하고 기분 나쁜 말들과 혐오 표현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한 대학 앞에 '노 프로페서존(No Professor. Zone·교수 입장 금지)' 업장이 생겼다. 공지를 올린 업주는 '교수 중 소위 진상 손님이 있었고, 평소 대학원생 손님들이 과도한 업무와 교수 갑질로 스트레스 받는 것을 자주 봤기 때문에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공지문에는 '혹시 입장한다면 스스로, 큰소리로 신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이 때 입장을 저지 당한 교수들은 기분이 나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교수에 대한 차별로 볼 수 있을까? 이것과 '노 키즈존'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학생과 교수의 권력 관계에서 교수는 우위를 점한다. 따라서 '노 프로페서존' 업장은 권력을 덜 가진 학생들에게 공간을 확보해 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해당 업장 한 곳이 '노 프로페서존'을 운영한다고 해서 교수들이 배제되거나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고 보기도 어렵다. 반면 '노 키즈존'은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를 배제하고 아이를 돌보는 부모, 특히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맥락이 구현되는 공간이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차별과 배제가 이 공간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욕설 등 거친 표현이라고 해서 반드시 혐오 표현은 아닙니다. 반면 아주 세련된 말이라도 실질적으로 소수자와 약자 차별과 배제를 강화한다면 혐오 표현이죠. 혐오 표현과 듣기에 불쾌한 표현을 계속 뒤섞고 있는 현상이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듣기에 기분 나쁜 말과 구조적인 차별을 강화하는 혐오 표현을 구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교수는 "직관이 아니라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불쾌함 자체에 천착하다 보면 늘 '얼마나 거친 표현인가'로 문제가 환원되는데, 집중해야 할 부분은 말의 형태가 아니라 그 말이 뿌리 박고 있는 차별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소 거친 표현이더라도 정치인 풍자는 권력 비판이라는 사회적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반면 지난 2020년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서 등장한 'All Lives Matter(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라는 표어는 거친 표현과는 거리가 멀지만 인종차별을 강화하는 표현으로 비판 받았다. 경찰의 인종차별 행위에 항의하는 운동인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에 맞서는 맥락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혐오 표현을 방지하기 위해 차별 그 자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혐오 표현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공간이 온라인이고,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계가 명확히 구분돼 있다고 보는 시각은 온라인 공간을 '단지 무시하면 되는 곳'으로 여기기 쉽다. 이러한 인식틀로는 온라인 폭력의 심각성을 이해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혐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단계적으로 일어나거나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혐오 정서가 사회에 배양되면서 표현과 행동이라는 다른 양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폭력의 주된 피해자가 오프라인에서 여성·취약계층·이주민·성소수자 등 소수자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김 교수는 "사이버 성폭력, 사이버 스토킹의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고 그 폭력의 기저엔 여성혐오 정서가 깔려 있다. 혐오 표현을 쓰는 사람은 동시에 혐오 정서에 기반한 폭력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삶의 주요 기반이 온라인으로 옮겨 간 지금, 특히 온라인을 통해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는 청소년 세대, 20대 등에게 온라인에서의 경험은 오프라인에서의 경험과 이분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혐오 표현 방치 땐 소수자 목소리 점점 작아져

혐오 표현의 해악을 역설하며 규제를 호소하면,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곤 한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누구나 자유롭게 말하도록 내버려 두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중년 남성 교수의 말과 20대 비정규직 여성의 말이 동등한 무게로 받아들여지는가, 혹은 말할 기회는 동등하게 보장되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며 표현의 자유를 여성주의 시각에서 비판한 학자인 매리 앤 프랭크(Mary Anne Frank) 마이애미대 법학과 교수를 인용했다. 프랭크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옹호하면서 권리의 주체로 내세운 것은 겉으로는 '개인'이었지만 실은 노예와 여성은 배제한 '중산층 백인 남성 개인'이었다고 지적했다. 공론장에서 '자유롭게 말하도록' 두었을 때 들리는 목소리는 결국 발언권을 쉽게 얻고 경청되는 기득권자의 목소리뿐이며 이외의 사람들, 즉 저소득층·흑인·여성 등 소수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경청될 기회가 균등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말하면 된다'고 방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총량을 늘린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설사 총량이 100에서 1000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이미 100 중 90을 말하던 사람이 1000 중 900을 말하고 있다면 총량이 늘어났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더구나 혐오 표현은 평소에도 말할 기회를 보장 받지 못하던 소수자의 목소리를 더욱 배제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간 한국 사회에서 혐오 표현의 주된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여성의 경우 온라인에서 남성과 대조적인 양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여성 위주 커뮤니티는 폐쇄적이고 비공개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회원 가입 요건이 까다롭고 때로는 여성이라는 '인증'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공개적으로 운영되며 언론과 정치권에 활발히 인용돼 '정치적 효능감'을 올리고 있는 남초 커뮤니티와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발언했을 때 공격 받거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무시당한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말하기 두려운 상황이 된 징표라는 생각이 든다"고 해석했다. 그는 "수업 시간만 생각해 봐도 시간이 지날 수록 몇몇 학생만 발언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 때 교수는 한 사람씩 호명해 의견을 듣는 등 모두의 발언권을 보장할 방법을 고안해야 하지 않겠냐"며 "기존에 담기지 못하는 목소리를 다양하게 담기 위해서, 더구나 이들이 혐오 표현으로 인해 더욱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연구실에서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인터뷰를 위해 <프레시안>과 만났다. ⓒ프레시안(한예섭)

엔(n)번방 방지법이 사적 검열? '규제냐 방임이냐' 이분법적 논의 그만

김 교수는 온라인 혐오 표현과 허위 정보의 해악이 이미 드러난 만큼 표현의 자유나 검열을 구실로, 혹은 '어차피 실효성이 없다'는 식으로 '규제냐 방임이냐'의 이분법적 논의를 하기보다 "세부적 규제의 방향을 정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의 경우 이미 혐오 표현 규제 방침과 주요 규제 이력을 투명성 보고서 등을 통해 공개하고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선에 불복해 미 의회의사당에 난입했을 때 폭력을 선동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각 플랫폼들이 정지시킨 것도 이러한 원칙에 근거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 계정 정지는 플랫폼이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일관적으로 집행한다면 폭력을 선동하는 행위 규제가 가능하다는 예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는데, 플랫폼이 원칙 없이 임의적으로 계정을 정지한 것도 아닐 뿐더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누리지 못할까봐 걱정될만큼 경청되지 못하는 주체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삭제하고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조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엔(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사적 검열'이라고 몰아붙이며 재개정을 추진하는 주장도 경계했다. 이미 성착취물로 신고된 영상을 기술적으로 걸러내는 조처가 사적인 대화를 모두 검열하는 것처럼 매도됐다는 비판이다. 김 교수는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메신저 서비스가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것, 이용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해소해야 하는 점 등 해당 법에 보완해야 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구실로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 김 교수는 "저작권 보호를 위한 필터링 기술을 두고는 혐오 표현, 성착취물 규제와 같은 규모와 강도의 반발이 나오지 않는다. 성착취물 규제에 대해 유독 황당한 방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재개정을 언급할 게 아니라 "어디에 무게를 두고 세부적으로 규제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혐오 표현 막으려면 '구조적 차별' 인지가 먼저…"차별금지법 제정을"

혐오 표현의 범람을 막기 위해 김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다층적이다. 앞서 제시한 플랫폼의 자율 규제뿐 아니라 담론을 생산하는 언론의 역할 확대, 소수자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토양 조성, 혐오 표현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규제와 지원 구체화, 다층적 정체성을 가지며 언제든 차별의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시민 개인의 인식 전환이 모두 필요하다. 표현 하나하나를 규제하는 것에 앞서 혐오 표현이 더는 발 붙일 수 없는 환경 조성이 근본 해법이라고 김 교수는 본다.

혐오가 더는 자라날 수 없는 환경 조성을 위해 김 교수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생각하는 것은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혐오 표현의 근저에는 차별이 깔려 있는데 "차별이 무엇인지 명확해지고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합의가 사회 기저에 깔려 있어야 비로소 그 다음 단계, 혐오 표현이 무엇이고 왜 문제인지 이야기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최근 한 대선 후보의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우려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성차별에 기반한 혐오 표현을 규제하려 할 때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에 기반한 규제, 개선 노력도 필요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혐오 표현 규제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봤다. 국내 언론도 명확한 원칙을 정해 기사 댓글을 관리하는 <뉴욕 타임스>의 사례처럼 혐오 표현의 온상이 되는 기사 댓글을 관리할 필요가 있고, 혐오 표현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도쿄 올림픽 당시 안산 국가대표 양궁선수에게 가해졌던 혐오 공격을 두고 초기에 국내 언론들이 양측이 대등한 입장에 있는, 혹은 정당한 논쟁의 필요성이 있다는 뉘앙스가 깔린 '논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다 외신이 '학대(abuse)'로 명확하게 정의한 뒤 담론 방향을 바꿨다는 점을 지적하며 "혐오 표현에 대한 언론의 대응방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차별을 완화하기 위한 보도가 혐오 표현의 기반을 흔드는 것으로 봤다. 그는 "예를 들어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보도할 때 '시민 불편이 극심하다'는 식의 보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이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배경, 이들을 둘러싼 차별적 구조에 대한 고찰이 담긴 보도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예산 확보를 위해 출근길 지하철에 탑승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의 기본권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도 있었지만, 출근길 시민들의 불편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많았다.

▲사회적협동조합 오늘의행동에서 제작한 대항 표현 지우개. 오늘의행동은 온라인을 통해 모집한 대항 표현을 지우개로 제작해 혐오에 대항하는 도구키트로 배포하고 있다. 이 키트에는 대항 표현이 담긴 지우개와 혐오 표현이 담긴 엽서가 동봉돼, 지우개로 엽서에 적힌 혐오 표현을 지울 수 있다. ⓒ프레시안(김효진)

혐오에 반대하는 대항 표현, 정치인 등 공적 차원에서 앞장서야

김 교수는 불평등과 차별을 지지하는 혐오 표현에 대항해 평등과 차별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대항 표현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거짓 정보에는 팩트 체크로, 차별을 지지하고 확산하는 표현에는 차별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평등의 가치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무지로 인해 의식하지 못하고 혐오 표현을 하는 이에게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등 여러 방식의 대항 표현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대항 표현이 피해자에게 직접 반박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개념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히려 공적인 차원의 대항 표현을 강조한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정치인, 유명인들이 혐오 표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국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거나 혐오 표현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임으로써, 플랫폼은 자체 캠페인을 벌이거나 관련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식으로 대항 표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는 혐오 표현 때문에 더욱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소수자들에게 반박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 개인이 복합적인 정체성을 가짐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누구나 주류성과 소수자성을 동시에 갖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흑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와 백인 노동자를 비교했을 때 인종적 차원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소수자지만 사회경제적 차원에서는 백인 노동자가 소수자가 된다. 나 역시 여성이라는 면에서는 소수자지만 교수라는 직업에서는 주류성을 갖는다" 며 "하나의 정체성으로 타인을 재단하고 환원하는 것이 차별과 혐오 표현의 출발점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적인 차원의 대항 표현을 강조했지만 시민 개인의 대항 표현이 의미 없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모두가 똑같이 틀린 답을 말하는 상황에서도 단 한 사람만 맞는 답을 고르면 다음 사람도 맞는 답을 고르는 심리학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개인은 일견 지배적 담론에 순응하는 존재로 보이지만 누군가 용기 있게 대항 표현을 하는 순간 담론이 바뀔 수 있다는 거죠."

▲미디어와 정치권이 혐오에 편승한다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가 나올 공간이 사라진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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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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