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를 혐오하는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천국이 아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삭제?…성소수자는 차별해도 된다는 말"

차별금지법(평등법)에 명시한 차별금지 사유 중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삭제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시민사회가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를 비롯한 3개 인권단체 및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권인숙·이상민·박주민 의원 등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의한 차별을 제외한다면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 차별옹호법'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차별금지법을 대선공약에 포함해야 하지만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은 법제화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전해진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왼쪽부터), 박주민 의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첫 발의를 시작으로 15년째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는 매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회피했다. 일부 개신교 보수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한 탓도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차별받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면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은 국제인권규범과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명백하게 차별금지사유로서 인정되는 것이며, 성소수자를 비롯해 누구도 배제 없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은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에 있어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은 성소수자는 차별해도 된다는 뜻"이라면서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차별금지법의 취지에 완전히 어긋나는 '성소수자 차별 옹호법'"이라고 했다.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의 공동집행외원장 자캐오 신부는 최근 선종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데스몬드 투투 성공회 대주교의 말을 인용하며 "나는 동성애를 혐오하는 천국이 있다면 거절할 겁니다. '죄송하지만, 다른 곳에 가겠습니다.'라고 말할 겁니다"라고 전했다.

투투 대주교는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함께 인종차별 철폐 투쟁에 앞장서며 "인종차별은 신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란 발언을 한 바 있다.

자캐오 신부는 "투투 대주교는 인종차별과 여성차별, 성소수자차별 등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며, 어떤 차별과 혐오도 신의 이름이나 뜻으로 용인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면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성서와 전통에서 말하는 천국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불의한 상황에서 중립을 취한다는 건, 압제자의 편을 선택한 것"이라는 투투 대주교의 말을 덧붙였다.

이들은 "반대라는 것은 반대 가능한 대상이 있어야 성립된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반대한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는 말", "선거 때마다 보수개신교 위시되는 표의 수에 굴복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말라"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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