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선부터 문재인까지, '대통령이 된 사람들'에 관한 사진 기록

[프레시안 books] 김녕만 사진집 <대통령이 된 사람들>

20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다. 한국에서 대통령은 스무번 째 뽑고 있지만 역대 대통령은 열두 명뿐이다. 이 숫자에 굴곡진 한국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대통령이 된 사람들>(윤진)은 동아일보 사진기자를 역임한 김녕만 작가가 1979년부터 최근까지 열 명의 대한민국 대통령을 찍은 사진집이다. 이 책에 실린 사진 중 가장 오래된 사진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행렬이 지나는 광화문의 인파다. 대통령의 사진은 대통령만의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은 당시 한국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하물며 '죽은 대통령'을 기리는 사진 역시 단순한 장례식 사진이 아닌, 대한민국 역사의 한 장면이 되는 것이다.

김녕만 작가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된 인물의 정치인 시절, 그리고 대통령 퇴임 후를 비롯해 청와대에서 현직에 있는 대통령 등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제외한 열 명의 대통령을 기록했다. 특히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지근거리에서 촬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중심을 이룬다. 

김녕만 작가의 사진은 단순 '뉴스 사진'을 넘어선다. 대통령 직의 무게와 그 직을 이고 있는 사람의 인간적 모습, 표정, 행동을 담아 독자로하여금 그 사람의 심경과 처한 상황을 상상케 한다. 대통령 직과 대통령이 된 사람. 그것은 하나의 상징이면서 어떻게 보면 물과 기름 같은 이질적 관계이기도 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싶다 하는가.

▲최규하, 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 경기도 과천, 1991년 11월 11일 ⓒ김녕만
▲윤보선 전 대통령과 공덕귀 여사. 이날로부터 4개월 후인 1990년 7월 18일에 세상을 떴다. .서울 안국동, 1990년 3월 9일 ⓒ김녕만
▲<대통령이 된 사람들> 김녕만 사진집 ⓒ윤진

근 10여년 동안 한국에서는 많은 전직 대통령이 숨을 거뒀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이어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이 떠났고 최근에는 노태우, 전두환 대통령이 운명을 달리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감옥에 갔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당시 문재인 장례운영위원장은 그로부터 8년 후에 대통령이 된다. 그 세월의 간극 속에서 독자들은 자신만의 현대사를 마음에 새길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진가의 의도와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와대를 출입하면서 대통령을 통하여 권력무상, 인생무상을 표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보니 무엇 하나 소홀하게 보이지 않았다.커다란 집무실에 대통령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모습,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 염색한 검은 머리가 점점 흰머리로 변해가는 모습, 활기차게 들어왔다가 5년의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나서는 쓸쓸한 모습 등, 세상의 어떤 일이나 시작과 끝은 있기 마련이지만 권력의 정점에 있다가 물러가는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더 극적이다. 더구나 권좌에서 내려오는 것뿐 아니라 세상과 이별하는 마지막 모습은 더욱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김녕만 작가는 1949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해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부터 2001년까지 동아일보 사진기자를 지냈다.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취재했고, 판문점, 청와대 등을 출입하며 현대사를 기록했다.

사진집 출간에 맞춰 사진전도 열린다. 서울시 종로구 청운동 갤러리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8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김녕만 사진전 '대통령이 된 사람들'은 그간 김녕만 작가가 찍은 대통령 사진 중 60여 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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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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