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정당' 원조 꾀돌이 김재원, 이번엔 '위장 탈당'?

[기자의 눈] 만약 박영선이 탈당 후 출마했다면 '괜찮다' 했을까?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위성정당론'을 처음으로 수면 위에 올린 인물이다. 그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정책위원장을 맡았는데, 2019년 12월 선거법 개정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부분 도입했을 당시 페이퍼 정당을 만들자는 희대의 '꼼수'를 제안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 됐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그해 12월 24일 "우리 당은 수없이 경고했지만 반(反)헌법적인 비례대표제를 채택해 지금 시작하고 있다"며 "이 법이 통과되면 곧바로 비례대표를 전담하는 정당을 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말도 했다. "알바니아의 경우에 바로 이런 선거 제도를 채택했다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1당, 2당이 무려 5개씩이나 만들어서 선거 제도를 한 번만 시행하고 폐기한 적이 있다." 알바니아를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김 최고위원은 어찌됐건 한국의 정치 수준을 알바니아 수준에 맞춰 놓았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비례 위성 정당'의 아이디어를 띄우고, 실제로 자유한국당 인사들이 주도해 '미래한국당' 창당에 착수하자 더불어민주당이 들썩였다. 수많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민주당 출신 인사들로 하여금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도록 했다. 그 과정에 '내가 진짜 위성정당'이라고 주장하는 열린민주당이 생겨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다.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은 19석을, 더불어시민당은 17석, 열린민주당은 3석을 얻었다. 유권자들이 '위성정당'에 표를 던진 이유는 '위성정당'에 동의해서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쏘아올린 '변칙 정치'는 여야 지지자들 모두에게 '우리 진영'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위기감을 상승시켰다. 그에 따라 여야 지지자들이 전략적으로 '우리편 위성정당'에 각각 결집한 결과로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다. 미래한국당의 지역구 선거는 '폭망'이었다. 유권자들은 '원조 꼼수'를 심판했다. 그런데 '위성정당'의 원조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과 국민의힘)은 제대로 반성을 한 적이 없다.

'위성정당' 반사이익의 수혜자 민주당은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반성은 없고, 오히려 무슨 행동을 했나.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무공천 원칙'을 뒤집고 공천을 감행했다. '정당은 선거에 이기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걸 내세웠으나, 유권자들은 전략적이고 냉정했다. 참패였다. 이후 민주당은 진정성이 있든 없든, 수차례 사과를 하고 머리를 숙여왔다. 늦긴 했으나, 대선을 앞두고 발등에 불 떨어진 사람처럼 후속성 조치로 종로 보궐선거 '무공천'을 제시했다. 최소한 '입'으로 사과는 한다.  

그런데 정작 개정 선거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여의도 농담'처럼 떠돌던 비례 위성정당을 선제적으로 탄생시킨 자유한국당과 김재원 최고위원은 별 말이 없다. 2020년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에 참패하고도 아직 무엇을 잘못했는지 복기를 하지 않았던 걸까. '위성정당' 아이디어를 낸 '꾀돌이' 김재원 최고위원은 또 다시 희한한 꾀를 냈다. 국민의힘이 28일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곽상도 전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김 전 의원은 "저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어 당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무공천 결정의 배경을 두고 "'대장동 게이트'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구·남구 보선은 직전 지역구 의원이 대장동 게이트 관련 범죄 혐의를 받아 수사 중에 있어 발생했다. 공당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책임정치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공정, 내로남불 문재인 정권과는 다른 새 정치의 의지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대선후보의 측근이자 직전 야당의 최고위원이 당의 무공천 결정에 곧바로 탈당 출마하는 것과, 민주당이 '무공천 원칙'을 뒤집고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에 공천키로 한 것은 뭐가 다를까. 박영선 전 서울시장 후보가 탈당 후 출마했다면 야당은 괜찮다고 했을까? 이것이 국민의힘이 비판하는 '내로남불'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이 필요하다. '위장 탈당'을 바라보는 대구 중남구 유권자들이 이런 식의 '무공천'을 당의 공정한 결정이라고 평가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평당원이었으면 '탈당'을 선택했더라도 평가가 조금은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 당의 지도부고 윤석열 후보의 측근이다. 게다가 대구다. 보수 야당의 '텃밭'이다. 공당의 최고위원이 당의 결정 취지를 어지럽히고, 눈앞의 이익을 위해 헌 옷 갈아입듯 몸담은 당을 뛰쳐 나가는 것을 유권자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심지어 "당선 후 복당하겠다"는 공언에서는 당당함까지 느껴진다. 정치를 한없이 가볍게 만들고 있다. 

위성정당이 난무한 2020년 총선과, '무공천 뒤집기' 2021년 재보선의 교훈은 '꼼수를 쓰면 망한다'였다. 

'위성정당' 아이디어의 원조 정치인이 낸 '위장탈당' 아이디어. 3월 9일, 윤석열 후보와 무소속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나란히 함께 당선증을 받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재원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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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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