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하늘서 뚝 떨어진 세대도, 당신이 멋대로 규정한 세대도 아니다

[프레시안 books] <정치레시피-호모폴리티쿠스> 김종필·박준규 지음

2022년, 대한민국 정치에서 가장 '핫'한 주제를 두가지 꼽으라면, '부동산으로 상징되는 양극화', 그리고 '2030 세대는 누구인가' 정도가 될 것이다. 올해는 큰 선거(대선과 지방선거)를 두 개나 앞두고 있어 이같은 '핫이슈'와 관련된 정치 담론은 그야말로 넘쳐나고 있다. 

정치를 둘러싼 '과잉 담론'이 때론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정치 현상의 이면이 궁금하지만, 언론은 '클릭수' 경쟁에 매몰돼 현상 자체를 중개하며 연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이면'과 '맥락'이란 것도 자의적인 해석으로 점철돼 있거나, 아예 '가짜 뉴스'를 근거로 한 '음모론' 수준의 분석을 제시하는 미디어도 난무한다.

내일신문 김종필 정치팀장과 박준규 기자가 쓴 <정치 레시피 : 호모폴리티쿠스>(석탑출판)은 어지러운 정치 현상들의 군더더기들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기 십상인 졸가리를 친절하게 짚어준다. 특히 정치를 '정치인'들의 행위가 만들어내는 가벼운 '스토리' 정도로 취급하는 다른 글들이나, 무거운 정치 이론을 토대로 한 추상적 분석에 그치는 책들과 달리 '유권자들이 바라본 정치 리더십'과 '유권자들이 바라본 정치 행위'를 중심에 놓고 독자들을 불러 모은다. 정치인들이 규정하는 '유권자'를 탈피해 유권자들(주권자들)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유권자들이 보는 정치'를 분석하려 시도한다.

이 책의 1부와 2부는 '유권자운동(voter movement), '정치 주권자운동'의 흐름을 짚어낸다. 즉 '진보, 보수'의 낡은 틀로 유권자를 가둘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향후 정치의 주역은 결국 유권자(주권자)들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3부에서는 MZ세대, 특 '2030세대'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분석은 하되 '2030세대'를 하나의 개념 틀에 가두거나, 구태의연한 '세대론'에 매몰되지 않는다. 2030세대를 단순한 분석 대상으로 두지 않고, 2030세대가 형성된 사회적 배경을 짚어내며 직접 다양한 2030세대 인물들을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이 책은 2030세대를 '유별난 세대'로 구분짓기보다는, 앞선 세대의 다양한 영향을 받으며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세상의 기술 발전을 일상에서 흡수한 세대로 풀어낸다. 이들을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세대처럼 규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2030세대는 그들이 존재하는 사회적 맥락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그들이 처한 경제적 상황에 적응하려 치열하게 노력하는 세대다. 세상의 변화 이를테면 기술의 발전과 국가 경제력의 향상은 물론이고, 앞선 민주화 세대에서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X세대의 영향까지 다양한 관계적 맥락에서 '2030세대론'을 풀어내는 게 맞을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여론조사와 전문가 분석 등을 인용하면서, 현재 2030 세대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서이제 작가,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국회의원), 한승은 아이리시스 대표 등 청년이자 각계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저자가 직접 국회를 취재한 '2030세대' 보좌진들의 노동 환경 등 실상은 매우 흥미롭다. 정치권이 '청년 정치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구시대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낱낱이 드러낸다. 저자가 인용한 한국갤럽의 1992년과 2017년 여론조사를 보면, '요즘 젊은이들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이기적'이라는 응답은 87%(1992년), 78%(2017년)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 시대에나 '요즘 젊은이들'에 대한 편견은 존재하며, 현재 넘쳐나는 정치권의 'MZ세대 분석'이 오히려 편견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MZ세대는 실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특정한 키워드로 규정되는 것을 불편해한다. 

4부와, 5부에서는 전문가 좌담과, 특별 대담을 통해 정치, 양극화, 대타협, 외교, 지방자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저자들은 이 책의 출간 배경과 과 관련해 "개별 국가나 지구촌 세계는 구성원 간 평화로운 공존과 지속가능한 번영을 지향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 정치를 통하여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인간)가 세상과 정치의 중심으로 등장한 시대다. 호모 폴리티쿠스(정치적 인간)가 '정치 레시피'를 통해 자주적으로 자신의 운명과 정치를 요리(要理)하는 길을 찾아 나섰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주권자 중심의 정치'다. 지금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개혁'의 시대도 아니다. 정치인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 유권자'들의 시대도 아니다. '유권자 중심'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유념하자.

▲정치레시피-호모폴리티쿠스, 김종필·박준규 지음 ⓒ석탑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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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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