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 김용균 산재사망 당시 원하청 책임자에게 실형 구형

"사고 3년 지나도록 책임 인정 않는 태도 보여 엄벌 필요"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씨 산재사망 당시 원하청 책임자들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김 씨는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의 계약직 노동자였다.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21일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과 백남호 전 한국발전기술 사장 등 피고인 14명과 각 법인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에게 징역 2년, 백 전 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7명에게는 금고 6개월에서 징역 2년,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5명에게는 벌금 700만 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법인에는 각각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대부분 '피해자가 왜 사망했는지 모르겠다', '그런 일 시킨 적 없다'는 등 사고 3년이 지나도록 그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이후 아홉 차례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태안화력발전소의 작업환경이 좋지 않아 중대재해로 이어질 개연성이 큰데도 피고인들이 업무를 소홀히 해 김 씨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발전소 내 설비와 관련한 일체의 권한을 갖고 있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업무를 관리감독하면서도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하기도 했다.

반면, 변호인측은 "혐의 내용 상당수가 사실과 다르다"며 "법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재판을 참관한 유가족과 노동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검찰이 지적한 대로 피고인 측이 "사망 원인이 특정되지 않았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다", "당시 현장은 안전했다"는 등 주장을 하며 사고 책임을 회피했다는 성토가 나오기도 했다.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김 씨는 2018년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 내 석탄운송 컨베이어벨트에서 점검구 안으로 몸을 숙여 낙탄을 제거하던 중 벨트에 끼어 숨졌다. 당시 그의 나이는 24살이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특조위)' 조사 보고서를 보면, 한국발전기술에는 해당 업무를 2인 1조로 수행해야 한다는 내부지침이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이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다. 김 씨와 같은 하청 노동자들은 사고 전부터 사측에 2인 1조 근무 지침 준수, 컨베이어 안전 설비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

이 같은 사고 내용과 배경 때문에 김 씨의 죽음은 이후 한국사회에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고, 2019년 1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2021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후로도 한국사회의 산재사망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통계를 보면, 2020년에도 882명의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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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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