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김용균 비극' 재발 방지 방안 권고했으나 정부는 '불수용'

인권위 "산업재해로 하루 5.5명의 노동자 사망…위험의 외주화가 산업재해로 이뤄져"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 필수유지 업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사실상 불수용했다. 필수유지 업무의 외주화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고(故) 김용균 씨 산재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인권위는 15일 "산업통산자원부와 기재부, 5개 발전회사가 석탄화력발전소 필수유지 업무 하청노동자 직접고용에 대한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생명과 안전은 인권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가치로 우리 사회의 위험의 외주화 문제 개선 및 모든 일하는 사람의 생명⋅안전 보호를 위한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전향적인 자세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정부가 인권위 권고를 사실상 불수용했음을 공개했다.

앞서 인권위는 김용균 씨의 2주기였던 지난해 12월10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필수유지 업무 직접 고용 등을 정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따라 지난 2월 5개 발전회사(㈜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에 필수유지 업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산자부와 기재부에는 이를 위한 제도개선을 각각 권고했다.

산자부와 기재부 및 5개 발전회사는 이같은 권고에 대해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는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경상정비 분야는 현행과 같이 민간위탁을 유지하되 계약기간 연장 및 고용승계 등 고용안정 제고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이행계획은 인권위에 보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필수유지 업무인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와 경상정비 업무 등 모두 실질적으로 외주화의 유지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며 정부가 권고를 불수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와 경상정비 업무는 석탄화력발전산업의 상시적 업무"라며 "공정간 유기적인 업무 특성상 공정간 정보공유와 소통체계의 일원화 등을 위해 발전회사의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주화에 의한 도급은 비용절감을 위해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소홀히 취급하고 재해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5.5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데 이 중 하청노동자 사망 비율은 40%에 이른다. 특히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5개 발전회사의 산업재해사망자 20명 전원, 부상자 348명 중 340명(97.7%)이 사내 하청노동자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이같은 점을 들어 "위험의 외주화가 산업재해의 외주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이어 국회에도 "지난 2월 국회에 의견표명한 도급금지 및 직접고용원칙의 이행을 위한 입법화 노력을 적극 추진해야한다"면서 "대한민국의 노동재해 현실을 고려할 때 중장기 과제로 미뤄두기엔 사안이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올 1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도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제외 및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3년 유예 등 그 한계가 지적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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