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준석, '김종인 맞춤형' 선대위 시각차

이준석 "어쩌는지 보겠다" 비판, 권성동 "김종인, 전권 달라 안해" 봉합

윤석열 대선후보 선출 이후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 국민의힘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당 대표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존 경선캠프를 사실상 해체하고 '중도 확장'을 컨셉트로 한 실무형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윤석열 후보 본인과 측근 그룹은 대규모의 통합형 선대위를 선호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다.

이 대표는 9일 SNS에 쓴 글에서 윤 후보 측 인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자 <내일신문>은 "대선은 선대위 임명장을 수백만 장 주는게 가장 효율적 선거운동", "대선 치러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제 밥그릇 챙기려고 남의 밥그릇을 걷어차고 있다"는 '윤석열 캠프 관계자'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이 대표는 이 기사를 공유하며 "대선 컨셉트를 '조직 선거'로 잡고 수백만 장 임명장 뿌리겠다는 발상을 이제 대놓고 익명 인터뷰로 들이밀기 시작한다"며 "그냥 할 말이 없다. 어떻게들 하겠다는 건지 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전 비대위원장도 전날 <신동아> 대담에서 "(대선)캠프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그런 사람들을 '자리 사냥꾼'이라고 한다"며 "그런 사람을 제대로 선별하지 못하면 당선에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당선이 돼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을 과거 정권에서도 많이 경험해 봤지 않느냐. 윤 후보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지금의 캠프가 자기를 후보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채무감에서 '이 캠프를 갖고 대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었다.

이 대표나 김 전 위원장의 비판은 전날 윤 후보가 "소수가 주도하는 식의 선거는 안 할 것"이라며 당 의원총회에 가서 "(의원) 여러분께서 한 분도 빠짐 없이 다 선대위에 참여해 달라", "한 분 한 분 빠짐없이 함께 대장정을 시작하길 부탁드린다"고 하는 등 대규모 캠프 구성 의사를 밝힌 데 대한 비판으로 풀이됐다.

윤 후보 측에서는 진화에 나섰다. 후보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권성동 의원은 이날 오후 SNS에 글을 올려 "일부 언론에서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전권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또한 이로 인해서 마치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면서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의 대화에서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전권을 달라는 말씀이 없으셨다. 그리고 어제 비서실장인 저와의 만남에서도 그런 말씀이 없었다"고 밝혔다.

권 비서실장은 "김 전 위원장은 경선 과정에서도 윤 후보에게 많은 지혜와 경륜이 담긴 조언을 해주셨다"며 "지금도 잘 소통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잘 협의해서 정권교체를 위한 최고의 선대위를 발족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실장은 전날도 "김 전 위원장을 비롯한 원로들을 뵙고 의견을 청하겠다"며 "선대위는 대선 승리를 목표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했었다. '제로 베이스'라는 표현은 기존 캠프 인사들이 연속성을 갖고 선대위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당·캠프 안팎에서는 오는 20일을 전후해 선대위가 공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후보 및 그 측근 그룹과 이 대표, 김 전 위원장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다소 출범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4.19 민주묘지 참배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묘지 방명록에는 "4.19 혁명 정신을 늘 잊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확립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날 오후에는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여성정책 비전을 발표하고, 신평 변호사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신 변호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선거캠프에 몸담았으나 '조국 사태' 이후 현 정부에 비판적으로 돌아선 인사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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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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