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사이드, '순간의 영역' 음악과 언어를 말하다

[최재천의 책갈피] <평행과 역설>

다니엘 바렌보임 :…소리란 것이 순간적인 존재여서 한 번 끝나버리면 그것으로 영원히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무(無)에서 시작해서 무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인간이나 식물의 삶과도 똑같다고 할 수 있지요.

에드워드 사이드 : 침묵에서 시작해서 침묵으로 돌아간다….

다니엘 바렌보임 : 침묵에서 침묵으로 돌아간다는 점, 그리고 한 번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멈출 수 없다는 점에서 똑같지요. 기술이 진보한 우리 시대에는 바로 그 기술을 통해 모든 것을 저장하고 반복할 수 있기에 이런 '일회성'의 의미를 잊기 쉽습니다.…

에드워드사이드 : 맞습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문학과 미술의 세계에서는 시간이란 것이 언제나 앞으로만 흐르지는 않거든요. 빙 둘러갈 수도 있고, 도로 돌아올 수도 있고, 읽고 또 읽을 수도 있지요. 이런 상황은 시작부터 끝까지 쭉 앞만 보고 달리도록 지시하는 연주만큼 강력하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얼마전 누군가의 추천으로 손에 들었다. 사상가 사이드와 음악가 바렌보임의 5년에 걸친 대담집이다. 사이드는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기의 대부분을 카이로에서 보냈고 아랍계 기독교인으로 성장했다. 바렌보임은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의 후손으로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몇 년 후 새롭게 건국된 이스라엘로 이주해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런 완벽한 차이를 가진 두 사람의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베토벤을 하나의 문화적 이상으로 선명하게 받아들이며 성장"했다는 점.

"모든 예술 중에서도 음악은 오늘날 일반적인 교양을 갖춘 사람들에게 비교적 낯선 예술에 속한다.(사이드)" 우리 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음악은 청각과 순간의 영역이라서 시각과 반복의 세상인 활자를 통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음악은 자신만의 표현 형식인 음표와 악기로만 대화한다. 추천할만한 책이 한 권 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오자와 세이지와의 대담집인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다.

에드워드 사이드 : 언어와 음악은 종국에는 사라져버리는, 시간의 제약을 받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시간 속에서 구현되지요. 그러면 공간적 요소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일종의 은유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요?

다니엘 바렌보임 : 실제와 은유, 양쪽 모두라고 봅니다.

에드워드 사이드, 다니엘 바렌보임의 <평행과 역설> ⓒ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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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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